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5

인증 항목 가운데 시설물 관련해서 간단하게 언급을 하면 건물의 안전성을 심사하는 분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설계 도면을 보고서 구석구석을 누비는 데 언제 저렇게 전문성을 습득했을까 싶다.

우리 병원에 나온 심사단 가운데 건물의 안전성을 보는 사람은 전직 병원의 물리치료사였다고 하는데 도무지 전직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시설물을 점검하는 방식은 혀를 내 두른다. 늘 하다보면 그렇게 되는지. 건물 옥상에서부터 시작을 하는데 병원 사인 등과 연결된 전선의 매듭까지도 잘 정리되었는지를 확인할 정도로 세심하기 이를 데 없다. 전선의 피복이 일부 벗겨진 것을 보고는 깔끔하게 정리하기를 주문한다. 누전의 위험성 때문이리라. 조명이 떨어지는 다소 어두운 요철이 있는 공간에서는 가급적 요철을 없애거나 주의를 요한다는 표식을 하기를 권고한다.

이러한 권고 사항들은 채점에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모이면 감점의 요인이 된다. 그런 장소에 모르고 들어갔다가 선이나 요철에 걸려서 넘어지기 십상인데 늘 보면서도 개인의 조심성 문제라고 생각하고 마는 우리식 사고가 또 한 번 지적된다.

컨설팅 때의 경우인데 입원실 쪽으로 와서는 복도를 걷다가 갑자기 소아청소년과 입원실 복도에서 사다리를 놓고 천정을 열어달라고 한다. 도면상으로 방화벽이 있는 곳이라서 천정 위를 확인해야겠다고 말이다. 랜턴을 들고 천정 위로 올라가서 이곳저곳을 살핀다. 대부분의 한국 건물이 이런 경우 보이는 복도 벽은 방화벽으로 되어 있지만 천정 위는 어디 그런가? 컨설팅 당시에는 우리 병원도 곳곳이 천정은 방화벽이 완전하지 않았는데 심사 전까지 모두다 보수를 한 덕에 시설 부분은 무사히 통과했다.

안심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수간호사 보고 “소아환자의 유괴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 하느냐”고 묻는다. 건물 점검하러 다니던 사람이 이건 또 무슨 질문인지. JCI 인증 심사는 이런 식이다. 시설물만 보는 사람은 시설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주로 시설물만 본다는 의미일 뿐이다. 시설물 보다가 갑자기 관점을 바꾸어서 진료와 관련된 질문을 하기도 하니까 절대 방심은 금물이다.

시설물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법이 그나마 우리가 걱정하는 것보다는 그럭저럭 국제 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인증을 준비하는 병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설물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서 막대한 돈이 들지 않을까 하는 것인데 사실 알고 보면 리노베이션(renovation)을 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병원 시설이 열악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병원 시설물들이 공익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당연히 본다. 하수 처리 시설은 정확한지 등도 따져 본다는 것.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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