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교수의 원 포인트 JCI - 1

우리나라의 병원 문화와 미국의 문화의 가장 큰 차이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미국 병원은 병원마다의 병원 운영정책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무슨 말인가 하면 JCI 인증 기준의 가장 근간이 되는 것은 병원이 자발적으로 만든 진료와 운영과 관련된 지침을 담은 정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한국 병원에서는 아주 생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규정집이라는 것이 아예 없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있다면 약간의 인사 규정 정도지 진료와 관련된 병원의 철학이 담긴 정책은 없다.

미국 병원은 병원의 정책을 환자들이 열람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JCI 인증을 위해 준비하는 첫 단계는 323개의 스탠더드에 맞는 규정집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JCI 규정집을 꼼꼼하게 읽고 해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의 병원 인증 평가 문화는 벌써 반세기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으며, 외국 병원 인증을 위한 JCI는 1998년에 만들어진 시스템인데 이들이 제시하는 규정을 보고 있노라면 수많은 의료 사고 재판의 모음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자의 안전과 연관한 모든 사항들을 세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한편 JCI 규정대로만 시행한다면 환자 입장에서의 장점인 의료 사고율이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의료진도 불가항력적인 의료 사고 시에 법정에 서더라도 당당할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득이 되는 시스템이다.

환자, 병원 직원 그리고 의료진의 안전을 위해서 설계된 323개의 중요한 스탠더드를 이해하고 해당 병원의 형편에 맞게 규정집을 만들고 이들을 실천하기 위한 1193개의 measurable elements를 준비해야 한다. 스탠더드들이 모여서 11개의 chapter와 1개의 특별한 chapter(international patient safety goals)가 구성되는데 이러한 chapter를 중심으로 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작업을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전 직원의 의사소통이 이루어지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필자는 사실 이 부분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혹 작업의 효율성을 위해 한 두 사람이 이 모든 것을 다 준비한다면 일단은 만들어 질 수 있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규정집들은 두고두고 손을 봐야하는 애물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비록 시간이 걸리고 효율적이 아니더라도 반드시 전 직원이 참여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그들에 의해서 규정집과 해야 할 일들이 선택되어져야 한다.

< 고대안암병원 QI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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