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맥주, 과일•향신료 향 특징…상업적으로 가장 성공
‘호가든’ 싹 트지 않은 밀 사용…맥주 애호가 사랑 받아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밀은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작물이다. 벼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로 높이는 1m 내외이며 소맥이라고도 불린다. 세계 곡물 생산량에서 옥수수에 이어 2위를 차지하여 그 다음인 쌀을 앞서고 있다. 밀은 그 낱알을 빻아 밀가루를 만들어 빵•과자•국수 등을 만드는데 이용된다.
밀은 또한 각종 술을 만드는데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드카에서 밀이 종종 사용되어 왔는데, 특히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양질의 밀을 사용하여 만든 고급품 스땅다르(standard)가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미국 버번위스키의 경우도 밀을 다량 첨가하여 버번위스키의 맛에서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 온 메이커스마크(Maker’s mark)가 지금도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사진 1).

맥주의 세계에서도 이런 밀을 사용한 제품이 없을 수가 없다. 흔히 밀맥주(wheat beer)로 불리는 맥주가 바로 그것이다. 밀맥주는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 그 특유의 상큼하면서도 구수한(?) 맛으로 많은 국내 맥주 애호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밀맥주의 원산지인 독일 Barvaria 지역(현 뮌헨을 중심으로 한 지방의 옛 이름)에서 오래 동안 왕실 귀족들의 술로 남아 있던 밀맥주는 1850년 당시 양조업자였던 George Schneider가 왕실로부터 왕실양조장인 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에서 밀맥주를 만들어 상업적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음으로서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여러 양조업자들이 밀맥주를 제조하게 되지만 비교적 최근까지 라거맥주의 조역으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에 들어 밀맥주에 들어 있는 효모, 단백질 등의 침전물들이 당시 자연 그대로의 맛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의 입맛과 맞아 떨어지면서 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밀맥주는 오늘날 까지 가장 상업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맥주로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밀맥주는 글자 그대로 밀을 주요 성분으로 하여 만든 맥주로 그 색깔을 빌어 하얀 맥주(white beer)라고 하기도 하고 독일 어원을 존중하여 Weizen Bier(wheat beer) 또는 Weiss Bier(white beer)라고도 흔히 부른다. 일반맥주와 달리 사과, 바나나 같은 과일 향과 정향나무(clove) 같은 향신료 향이 특징적으로 강하게 느껴진다.

밀맥주의 원료를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밀 엿기름(wheat malt)과 보리 엿기름(barley malt) 두 가지로 만든 맥주라고 할 수 있는데, 법적 규정에 의하여 밀 엿기름이 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보리 엿기름은 녹말을 당으로 전환시키는데 필요한 효소의 공급원으로 필수적인 존재다. 밀 엿기름은 밀맥주 특유의 옅은 혼탁성 호박색깔을 만든다. 이 때문에 밀맥주는 맥주계의 막걸리로 불리기도 한다.

밀맥주는 크게 Hefe Weizen(wheat beer with yeast)과 Kristal Weizen(crystal wheat beer)의 두 가지 형태로 만들어 진다. ‘Hefe’는 독일어로 효모를 뜻한다. 따라서 Hefe Weizen은 효모가 그대로 병에 들어 있는 형태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밀맥주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다. 반면 Kristal Weizen은 효모 때문에 혼탁하게 보이는 밀맥주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해 효모를 미리 여과시켜 제거한 맑은 형태의 밀맥주를 말한다. 그밖에 밀맥주에는 색깔이 짙은 흑맥주 종류도 있는데 역시 독일어를 사용하여 둔켈(Dunkel, dark)이라고 흔히 부른다.

밀맥주는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독일에서 발전됐고 지금도 많은 유명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다. 그러나 밀맥주를 이야기 할 때 빼 놓을 수없는 명품에 호가든(Hoegaarden)이라는 벨기에 밀맥주가 있다(사진 2).
옛날부터 벨기에 루벤 근처에 있는 호가든이라는 작은 마을에서는 밀맥주를 많이 만들어 왔으나 대형 라거양조장의 등장으로 경쟁에서 밀려 한때 완전히 사라졌었다. 그러다가 1960년대 들어 Pierre Celis라는 한 양조업자가 호가든 밀맥주를 다시 복원시키면서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싹이 트지 않은 밀(unmalted wheat)을 사용하는 이 맥주는 향신료인 고수(Coriander seeds)와 오렌지 껍질 가루를 첨가해 특유의 향을 낸다. 색깔은 옅은 레몬색을 띤다.

밀맥주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맥주를 직접 만들어 팔고 있는 맥주집(microbrewery)의 주 품목이 되고 있을 정도로 맥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술이다. 또 이제는 대형할인매장에서서도 해외에서 수입된 제품들을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이왕 시원한 맥주 한잔이 그리워진다면 늘 마시던 일상적인 맥주의 범주를 떠나 밀맥주를 한번 경험해 보자. 진부한 일상사를 벗어나게 할 또 하나의 훌륭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진 1>버번위스키의 원료로 사용되는 각종 곡물들. 왼쪽부터 귀리, 옥수수, 보리가 보이고 있고, 마지막에 있는 것이 밀이다.
<사진 2>벨기에 밀맥주 호가든의 미니어처 . 라이터 용도로 출시된 국내 판촉용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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