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빈티지 생산량 90% 차지…여러해 수확된 포도 사용
빈티지 샴페인, 좋은 포도만 사용…평균 5년 숙성

튜립 또는 플루트 모양의 맵시있는 긴 잔에서 끊임없이 쏟아 오르는 샴페인의 작은 거품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별을 마시고 있다(I am drinking stars!)”라고 외쳤다는 전설적인 프랑스의 수도승 동 페리뇽(Dom Perignon)이 문득 생각나게 된다. 샴페인의 창시자로 흔히 알려진 그의 말을 굳이 되새기지 않더라도 샴페인은 007 영화의 단골 술로서 또는 각종 파티를 장식하는 낭만의 술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아름답고도 황홀한 상상의 꿈을 펼치게 만들어 준다.
샴페인은 간단히 말하자면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을 병에 넣은 뒤 2차 발효를 유도하여 작은 탄산가스를 생성하게 만든 발포주이다. 코르크 마개를 딸 때 터져 나오는 특유의 ‘뻥’하는 소리는 그 매력적인 거품 맛과 더불어 샴페인을 각종 축제의 상징주로 만들어 주고 있다(사진 1).

오직 프랑스 샹파뉴(영어로 샴페인) 지방에서 나는 발포주 만이 진정한 샴페인으로 불릴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웬만한 와인 애호가들은 상식적으로 알고 있지만, 정작 샴페인의 종류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애주가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샴페인에는 가격 면에서나 품질 면에서 크게 (1)비 빈티지 샴페인(non-vintage Champagne), (2)빈티지 샴페인(vintage Champagne), (3)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premium vintage Champagne)의 3종류가 있다.
먼저 비 빈티지 샴페인에 대해 알아보자. 이 스타일의 샴페인은 전체 샴페인 생산량의 약 85~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보편적인 종류이다. 따라서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다. 이 스타일의 샴페인은 ‘전통(classic)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하고 특정 빈티지의 포도를 사용하지 않고 여러 해에 수확된 포도를 혼합해 사용하기 때문에 ‘다년 빈티지(multi-vintage)’ 샴페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비 빈티지 샴페인은 상표에 일부러 이를 알 수 있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특정 빈티지가 표기되지 않는 것으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실 샴페인 지역의 특성상 좋은 품질의 포도는 약 4~5년에 한해 정도 생산되기 때문에 해마다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비 빈티지 샴페인은 이러한 여건을 감한한 필요성에 의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법적으로는 한해에 생산되는 포도 중 적어도 20%는 비 빈티지 샴페인용으로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각 샴페인 회사에서는 실제로는 이 보다 훨씬 많은 양의 포도를 비 빈티지 샴페인 생산에 사용하고 있다.

비 빈티지샴페인에 사용되고 있는 포도의 품종은 전형적인 경우 2/3는 Pinot Noir와 Pinot Meunier를 그리고 나머지 1/3은 Chardonnay를 사용한다. 숙성 기간은 법적으로는 최소 15개월 이지만 대부분 2년 반에서 3년간 숙성시킨다.

샴페인의 두 번째 스타일로 빈티지 샴페인이 있다. 이 제품들은 빈티지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과 같이 어느 특정 연도에 수확된 포도만을 사용하여 만든 샴페인을 말한다. 따라서 상표에는 포도의 수확연도를 나타내는 연도 표시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빈티지 샴페인은 전통적인 샴페인에 비해 일반적으로 향도 풍부하고 맛에서도 복합미가 느껴진다. 가격도 물론 더 비싸다.
빈티지 샴페인이 높은 평가를 받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이 있다: ①선택된 좋은 포도밭의 포도를 사용한다. ②비 빈티지 제품에 비해 보통 2~3년 더 숙성시킨다. 즉 빈티지 샴페인의 법적 최소 숙성연한은 3년이지만 보통은 4~6년(평균 5년) 숙성시킨다. ③포도 품질이 좋은 해만 생산한다. ④포도 품종으로는 대부분 Pinot Noir와 Chardonnay 만을 사용한다. 이에 비해 비 빈티지 샴페인은 Pinot Meunier를 많이 사용한다.

그리고 빈티지 샴페인을 만드는 데에는 일정한 기준이 있는데 여기에는 ①그 해의 포도 품질, ②그 해에 필요한 비 빈티지 샴페인의 수요, ③vintage year가 그 회사의 스타일과 맞는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마지막으로 샴페인 등급의 최정상에 프레미엄 빈티지 샴페인이라는 것이 있다. 다른 말로 ‘Prestige Cuvees Champagne’라고도 불리는 이 샴페인은 각 샴페인 회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생산하는 그야말로 최고급 제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제품들은 ①기포가 더 작고 섬세하며, ②향과 맛이 더 우아하면서 복합적이고 강하며, ③뒷맛에 더 여운이 있는 특징이 있다.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는 ①가장 좋은 포도밭에서 생산된 최고 품질의 포도만을 사용하고, ②숙성 연도가 더 길기 때문이다(전형적인 경우 5~8년 정도).
프리미엄 빈티지 샴페인의 대표 제품들에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소개되고 있는 모에 샹동사의 동 페리뇽(Cuvee Dom Perignon), 뵈브 끌리코사의 라 그랑드 담므(La Grande Dame), 루이 뢰드레사의 크리스탈(Cristal) 등이 있다.
하늘의 별을 이야기하면서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드는 분류법에 지우쳐 비낭만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사진 2). 그러나 어차피 하늘의 별들에게도 등급은 있기 마련이지 않겠는가?

<사진 1>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샴페인 미니어처들.
<사진 2>샴페인 코르크 마개에 붙어 있는 플라스틱 마개들. 수집가 중에서는 이 플라스틱 마개들만 모우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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