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칼바도스 지역 애플브랜디 ‘칼바도스’로 유명
작센하우젠, 시큼털털한 아펠바인 맛으로 유명

사과주 또는 애플와인(apple wine)은 글자 그대로 사과를 사용해 포도주와 같이 만든 발효주를 말한다(사진 1). 사과주는 유럽에서 옛날부터 포도 재배가 힘든 곳에서 많이 만들어져 애용됐으나 아무래도 그 맛에 있어 포도로 만든 와인에 비해서는 비교되기가 어려워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영국의 일부지방 그리고 프랑스의 브레타뉴와 노르망디 지방은 지금도 상당량의 사과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특히 프랑스 노르망디 지방의 칼바도스 지역은 사과주를 증류해 만든 애플브랜디 칼바도스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도 포도주가 본격적으로 소개되기에 앞서 60~70년대에 ‘애플와인 파라다이스’라는 상표로 사과주가 소개돼 당시 젊은이들에게 많은 낭만과 추억을 남겨주기도 했다. 아마 어느 정도 연배가 있는 애주가들에게는 시큼달달한 맛의 이 술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된다.

사과주에는 애플와인 이외에 우리가 흔히 탄산청량음료로 잘 못 알고 있는 사이다(cider)라는 것이 있다. 사이다라는 용어를 엄밀하게 따져 보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의미가 혼재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유럽 등지에서 사용되는 의미로 알코올을 함유한 사과 발효주를 뜻한다. 미국에서 흔히 ‘hard cider’라고 부르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 의미에서의 사이다와 애플와인의 차이는 먼저 알코올 함량에 있다. 보통 사이다는 8% 이하인데 비해 애플와인은 일반 와인과 비슷한 알코올 농도를 지닌다. 따라서 사용되는 효모도 틀리고 또 하나 사용되는 사과에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실제 이 경우의 사이다는 종종 애플와인과 혼용해 사용되기도 한다.

둘째,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주로 사용되는 용어로 기본적으로 사과주스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주스와는 달리 저온살균 등 가공처리를 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셋째, 마지막으로 여과시킨 사과주스로부터 만들어진 비알코올성 탄산음료를 말한다.
그런데 사실 크게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애플와인은 독일이 꽤 유명하다. 독일의 애플와인 즉 아펠바인(Apfelwein)은 맥주와 비슷한 5.5% 전후의 알코올 농도를 가지고 있어, 앞서 말한 분류에 따르면 애플사이다에 속한다.

독일의 애플와인은 특히 프랑크푸르트의 작센하우젠(Sachsenhausen)에 위치한 사과주 전문 선술집(apple-wine tavern)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작센하우젠은 프랑크푸르트 시내의 마인(Main)강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1318년에 이미 프랑크푸르트의 일부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도시 속의 또 다른 도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흔히 독일의 맨하탄으로 불리기도 하는 복잡한 도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시민들이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을 때 자주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작센하우젠의 사과주 선술집들은 주로 배낭 여행객들에게 잘 알려진 DJH 호스텔 바로 뒤쪽에 있는 Alt Sachsenhausen 지역에 몰려 있다(사진 2). 이곳에서는 이미 1200여 년 전 샤를마뉴 대제 시절부터 사과주를 마셔 왔다. 그리고 16세기에 포도나무들이 심각한 병충해를 앓았을 때 크게 유행하였고, 그로부터 2세기 후 기온변화로 포도수확이 좋지 않았을 때 또 한 번 크게 인기를 끌었었다.
작센하우젠에서는 전통적으로 사과주(프랑크푸르트 방언으로는 Ebbelwoi라고 부른다)를 Handkase라는 치즈와 함께 빵을 곁들여 제공한다. Handkase 치즈는 프랑크푸르트 지방 특산의 경질 치즈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아 깊은 맛은 없이 상당히 느끼한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애플와인과 Handkase 사이의 맛의 부조화를 꼬집기도 하지만, 이미 상당한 유명세 덕분에 그 맛에 관계없이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한 번씩은 먹어 보는 음식이 되고 있다.

또 사과주 선술집에서는 프랑크푸르트가 배출한 세계적인 문호 괴테가 즐겨 먹었다던 감자와 달걀(또는 고기)에 곁들인 ‘Frankfurter Grune Sosse’라는 초록색 나는 소스를 즐길 수도 있다.
여러분들도 프랑크프루트 근처에 갈 기회가 되시면 작센하우젠을 한번 방문하여 시큼털털한 아펠바인의 맛 속에 깊숙이 녹아있는 긴 역사를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사진 1>애플와인의 미니어처(50ml)들. 사진 왼쪽은 일본에서 나온 제품이고, 오른쪽은 캐나다 퀘벡지방에서 생산된 아이스 애플와인이다.
<사진 2>대표적 사과주 전문 선술집의 하나인 ‘Lorsbacher Tal’. 이 사진은 1904년 촬영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이 집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그 분위기가 지금까지 놀라울 정도로 잘 유지되고 있는데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