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향 보드카, 향 혼합해 제조…칵테일 바탕술로 애용

이른바 무색, 무미, 무취의 술로 잘 알려진 보드카는 누구나 저절로 러시아를 연상하게 되는 대표적 증류주 중의 하나다. 러시아 특유의 혹독한 겨울과 광활한 대지에 펼쳐지는 설원은 강한 알코올 기운의 투명한 보드카와 더 이상일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앙상블을 이루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과연 보드카의 진정한 원조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이 있다. 러시아와 폴란드 그리고 스웨덴이 모두 각각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원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문헌 조사에 따르면 15세기 초에 서구로부터 증류 기술을 가장 먼저 도입한 폴란드가 보드카를 먼저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즉 폴란드를 거쳐 러시아와 스웨덴으로 보드카 제조 기술이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원조 국가가 어디냐에 관계없이 보드카는 어떻게 생각하면 별 특징이 없는 술이다. 일반적인 곡물을 사용하여 연속증류를 하는데다 고급 증류주에서의 가장 핵심 과정인 나무통 숙성 과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색, 무미, 무취의 단순한 술이 만들어 질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그나마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증류가 끝난 뒤 여과 과정에서 그 방법을 다양하게 변화시키며 차별화에 애를 쓰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상업적인 목적이 강할 뿐 궁극적인 맛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최근에는 가능한 좋은 재료와 보다 과학화된 제조과정을 통해서 고급제품을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고, 실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제품도 나오고 있다.
어쨌든 이러한 보드카의 특성 때문에 보드카는 오래 전부터 칵테일의 바탕 술로서 널리 애용되어 왔다. 좋은 칵테일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술이 너무 개성이 강해서는 다른 첨가 성분들을 제대로 살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바로 이와 똑 같은 논리로 일찍이 보드카에서 발달한 것이 ‘가향 보드카’(flavored Vodka)라는 것이다.

가향 보드카는 보드카에 각종 향을 내는 재료를 혼합하여 만든 제품을 말한다. 보드카는 비록 스스로는 특별한 개성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이 점이 오히려 어떤 재료와도 원만히 혼합될 수 있는 좋은 바탕이 되고 있다. 가향보드카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어 거의 보드카가 탄생할 무렵부터 시도되었다고 보고 있다. 가향 보드카의 재료로는 각종 과일에서부터 약초 심지어 고추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재료들이 이용되고 있다(사진 1). 이들 향들을 넣는 방법으로는 그냥 향을 보드카에 섞어주는 단순한 방법에서부터 담금술에서와 같이 재료를 보드카 안에 넣고 그 성분을 오래 동안 추출해내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가향 보드카는 다변화된 애주가들의 취향에 맞추어 가벼운 느낌으로 즐길 수 있는 성격의 제품들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대부분 재미로 몇 번 마실 뿐 어떤 특정 한 제품에 대해서 고정 팬이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나 가향보드카 중에는 이른바 명품으로 인정받고 제품들도 있다. 사진에서 소개하는 ‘쥬브로우카’(Zubrowka)가 바로 그 중의 하나다. 쥬브로우카는 폴란드 제품으로 상표에서 보는 바와 같은 들소 그림 때문에 들소표 보드카(bison brand vodka)란 애칭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제품은 13세기경 당시 폴란드 귀족들이 보드카에 유럽들소가 먹던 풀(bison grass)을 넣어 마신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풀은 폴란드에서는 남성에게 정력 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무언가 성적으로 힘이 있어 보이는 대상과 연관하여 정력제로 선전하는 것은 정도와 대상의 차이가 있을 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50ml 미니어처에 들어 있는 한줄기 들소 풀의 운치도 남다르고, 그 풀잎에 의해서 만들어진 은근한 녹색 술의 색조도 더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사진 2).

<사진 1>스웨덴의 세계적 보드카 회사 압솔루트의 각종 가향제품들(모두 50ml 미니어처들이다.)
▲<사진 2>쥬브루우카 미니어처. 들소 풀잎에 의해서 만들어진 은근한 녹색이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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