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넥스 맥주, 질소가스 이용한 매혹적 거품 특징
플라스틱 볼, 생맥주 거품 같은 효과 일으켜

‘기네스(Guinness)’라는 단어에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기네스 세계기록 또는 기네스북 등으로 흔히 이야기되고 있는 세계기록에 관한 책일 것이다. 기네스북은 자연, 역사, 과학, 인문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온갖 특이한 기록들을 수록하고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기네스북은 1951년 11월 10일 당시 기네스 양조장의 책임자로 있던 휴 비버 경(Sir Hugh Beaver)이 새 사냥 도중 문득 유럽에서 가장 빠른 새가 어느 새인지 궁금해 한데서 시작되었다. 그는 곧 이런 종류의 의문점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각종 기록들을 모아놓은 책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결국 당시 기록광으로 널리 알려진 옥스퍼드 대학 출신의 노리스 맥훠터(Norris McWhirter) 형제에게 의뢰하여 1955년 처음 선보이게 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기네스북의 출발이 된다. 이 책의 이름도 결국은 재정지원자인 기네스 양조회사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 것이다.

기네스북 이름의 유래가 되었던 기네스 양조회사는 1759년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서 아서 기네스(Arthur Guinness)에 의해 시작되었다. 그 후 성장을 거듭한 이 회사는 한때는 세계 최대의 맥주생산 회사로 자리 잡기도 하였다. 지금은 비록 양적으로는 최대 맥주회사의 명성을 다른 곳에 넘겨주고 있지만, 여전히 아일랜드를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서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기네스 양조회사에서 생산하는 맥주가 흑맥주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맥주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기네스 맥주다. 깊게 잘 볶은 보리에서 오는 묵직하면서도 격조 있는 맛은 거부하기 힘든 특유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칠흑 같은 검정색의 맥주를 눈처럼 하얗게 덮고 있는 밀도 있는 거품이야말로 기네스 맥주의 알파요 오메가라고 할 정도로 기네스 맥주의 상징물이 되고 있다(사진 1).

그러면 이 매혹적인 기네스맥주의 거품은 과연 어디서 오는 것인가? 바로 그 비밀은 질소 가스에 있다. 기네스 생맥주를 서빙할 때 사용되는 질소 가스는 맥주에서의 일반적인 이산화탄소 가스에 비해 용해도가 낮다. 이러한 낮은 용해도 때문에 질소 가스는 자연히 용액 내에서 높은 압력을 만들게 된다. 따라서 생맥주를 펌프에서 뽑을 때 세찬 압력 아래 아주 작은 기포들을 만들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들 기포들이 모여 특유의 크림과 같은 맥주거품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질소가스로 인한 기네스 맥주거품의 이런 특성 때문에 기네스 생맥주를 따를 때는 먼저 3/4 정도만 따른 뒤에 작은 기포들의 거품이 충분히 위로 올라온 것(settling)을 확인한 다음 추가로 컵을 채우게 된다. 기네스 회사에서는 이 짧은 기다림조차 광고에 활용하여 ‘좋은 일는 기다리는 사람에게 생긴다(good things come to those who wait)’라는 그럴듯한 광고 문안까지 만들기도 하였다.
그런데 기네스 회사가 세계를 대상으로 캔맥주와 병맥주를 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질소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생맥주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은 거품이 만들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 기네스 애호가들로부터 많은 실망의 소리를 접수하게 된 기네스 회사는 큰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 준 것이 오늘날 제품들에서 볼 수 있는 특수 플라스틱 볼이다. 이 재치 있는 발명품은 간단히 말하자면 질소가스가 들어 있는 작은 장치이이다. 즉 이 플라스틱 볼을 병 또는 캔 안에 넣어 두면, 나중에 병이 열릴 때 압력 차이로 질소 가스가 바늘구멍 같은 작은 출구를 통해 세차게 빠져 나오면서 생맥주에서의 효과가 같은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장치는 Tony Carey 등 기네스 기술자들에 의해 발명된 특허품인데 1988년 처음 캔맥주에서 시도되었다. 이후 기술 보완을 거쳐서, 오늘날 제품들에서 보는 바와 같은 부유 형태의 플라스틱 볼은 1997년부터 사용되었다(사진 2). 이 발명품은 큰 인기를 끌면서 각종 상을 받을 정도로 유명한 장치가 되었다. 이 후 기네스 회사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다른 맥주회사 제품들에서도 나름대로의 발명품을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기네스 맥주에는 이외에도 학창 시절에 통계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즉 기네스 양조사는 1899년 회사관리의 질적 향상을 위해 William Sealy Gosset라는 통계학자를 고용하였다. 이 사람이 기네스 회사를 위해 일하면서 사용한 익명인 스튜덴트가 오늘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스튜덴트 티테스트(Student’s t-test)의 유래가 된다.

▲<사진 1>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에 있는 기네스사의 기념품 매장에서 팔고 있는 기네스맥주 병과 컵에 따른 모습을 본뜬 모형. 스펀지와 같은 탄성과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어 스트레스 해소용 모델로도 불린다.
▲<사진 2>
기네스 캔맥주 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틱 볼 모습이다. 사진 오른쪽은 영국의 유명한 에일 맥주인 Boddingtons에서 사용되고 있는 플라스틱 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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