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거’ 하면발효-‘에일’ 상면발효 효모 사용 제조
‘라거’ 깨끗하고 가벼운 맛-‘에일’ 약간 쓴맛 특징

<사진 18-1> 라거맥주의 대표적인 두 제품의 미니어처(20ml). 사진 왼쪽은 미국의 버드와이저(Budweiser)이고 오른쪽은 덴마크의 칼스버거(Carlsberg)이다.
무더운 여름 어느 날, 잘 냉장된 시원한 맥주 한잔을 죽 들이키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청량감을 준다. 기원전 3천년 경에 이미 수메리아인(Sumerian)의 기록에도 나올 정도로 긴 역사를 가진 맥주는 현재 세계 어느 국가에서든 남녀를 불문하고 가장 사랑받는 술중의 하나로 최고의 소비량을 자랑하는 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회사 자체는 많지 않지만 다양한 이름의 제품들이 꾸준히 시장에 소개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보면 정말 다양한 종류의 맥주들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게 된다. 해외에 여행을 하게 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국내에서만 있어도 세계의 각종 맥주들을 마치 전시라도 하듯 잔뜩 구비해 팔고 있는 맥주전문 술집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종류가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색깔이나 향, 맛에서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맥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명확히 파악하는데 상당한 혼선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맥주만큼 그 기본 종류가 단순한 술도 없다. 한마디로 모든 맥주는 라거(Lager)와 에일(Ale)이라는 두 종류로 나눠 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구별은 맥주를 만들 때 어떤 효모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즉 라거는 발효 과정 중 밑으로 가라앉는 성격을 가진 하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저온에서 만든 맥주를 말한다(사진 18-1). 우리나라에서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맥주의 양대 종류 중 하나를 지칭하는 일반명이다. 반면 에일은 전통적인 양조 방식으로 제조한 것으로 발효 과정 중 위로 떠오르는 성격을 가진 상면발효 효모를 사용해 실내온도에서 만든 맥주를 말한다(사진 18-2).

사실 맥주는 그 긴 역사를 통해서 대부분 에일의 형태로 만들어졌다. 냉장 관련 시설이 제대로 있을 리가 없었던 옛날에는 저온에서 활동하는 효모로 만드는 라거는 그 존립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15세기에 들어서 중부 유럽의 양조업자들은 더운 여름에도 생계를 유지할 목적으로 맥주를 저온 환경에서 만들려는 시도를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우연히 독일의 양조업자들이 여름에 서늘한 동굴에서 맥주를 만드는 중 지금까지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효모를 발견했다.
즉 그때까지 보던 효모들은 발효 과정 중에 맥아즙(wort) 위로 떠오르는 양상을 보이면서 발효 시간도 며칠 내에 이뤄진 것에 반해, 새로운 효모들은 용기 바닥으로 깔아 앉으면서 발효 기간도 몇 주에 걸쳐서 천천히 일어났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라거맥주가 개발된 계기였다.

<사진 18-2> 에일맥주의 대표적 제품들의 미니어처(20ml). 사진 왼쪽은 그 유명한 기네스맥주이고 오른쪽 역시 아일랜드의 스미스윅(Smithwick’s) 에일이다.
그러나 저온 발효에 의한 라거맥주가 발견됐다고 해서 바로 대중화된 것은 아니고 제대로 상업화가 이뤄진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였다. 특히 체코에서 지금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은 황금빛 색깔의 맥주가 필스너(Pilsner)란 이름 아래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지면서 라거맥주는 인기를 끌게 됐다.
라거맥주의 저온 발효 과정은 자연적으로 효모의 활동을 늦추어 숙성 기간을 길게 한다. 저온 발효는 맥주 내에서 과일향을 내는 에스테르(esters)와 같은 발효 부산물들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라거맥주에 특유의 깨끗하고 가벼운 맛을 주게 된다. 또 긴 숙성과정은 라거맥주의 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라거맥주는 잘 알려진데로 보통 4~7도 정도의 낮은 온도에서 마시는 것이 최적의 맛을 제공해 준다.

에일은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상면발효 효모에 의해 만들어지는 모든 종류의 맥주를 일컫는 말이다. 술의 특성 또한 라거맥주와는 정반대여서 보다 묵직한 느낌이 있으며 과일향과 함께 약간 더 쓴맛이 강하다. 따라서 전통적인 맥주 옹호론자들은 에일만이 진정한 맥주의 맛을 전해줄 수 있는 제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라거가 주는 청량감과 산뜻함의 대중성에 밀려 영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장의 주도권을 라거에 내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추세에 위기를 느낀 에일 옹호론자들은 1970년대 초 영국에서 이른바 진정한 ‘에일을 위한 캠페인(CAMRA; Campaign for Real Ale)’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적극적인 에일 부흥 운동을 벌이기 시작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일은 최적의 맛을 위해 보통 10~13도 정도의 낮지 않은 온도로 마신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아쉽게도 에일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지는 못하다. 향후 점점 본격화되고 있는 국제화에 발맞추어 우리나라에서도 맥주 애호가들의 보다 다양한 취향에 부응할 수 있는 에일 제품의 출시에 기대를 걸어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