겔릭 위스키, 스코틀랜드 ‘게일어’ 사용한 제품
‘펜데린’ 버번 오크통 숙성…가볍고 부드러운 맛 특징

영국이라는 나라는 대영제국이라는 표현에도 잘 들어나 있듯이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릴 만큼 세계 각지에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였던 국가다. 그런데 우리가 한마디로 영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 나라를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히 복잡하게 구성된 국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영국과 연관되어 무려 4개의 국가대표팀이 출전함으로서 종종 관심의 대상이 되어 오고 있다.
지금의 영국 땅에는 원래는 켈트족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5세기경에 유럽 대륙으로부터 게르만족의 일파인 앵글로족과 색슨족이 바다를 통해 건너와 켈트족을 압박해 들어가면서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그리고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국 땅을 차지하게 된다. 이때부터 앵글로색슨족이 점령한 땅은 잉글랜드로 불리게 된다. 이후 앵글로색슨족과 켈트족 사이의 투쟁과 갈등의 역사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전쟁을 그린 멜 깁슨 주연의 영화 ‘브레이브 하트(Brave heart)’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켈트족 국가 중 웨일즈는 작은 지역으로 그 세력도 미약하였기 때문에 가장 먼저 1536년에 공식적으로 잉글랜드에 합병되었다. 그 후 스코틀랜드도 오랜 대치와 투쟁을 마감하고 마침내 1707년 평화적으로 잉글랜드로의 합병을 결정한다. 이때부터 국가 이름도 민족을 가르치는 잉글랜드에서 중립적인 색채의 지역명인 대브리튼(Great Britain)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세기 초에는 그때까지 영국의 식민지배하에 있던 아일랜드가 정식으로 독립하면서 영국과의 연합을 여전히 바라는 북아일랜드만이 공식적으로 영국 영토로 남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가명도 다시 북아일랜드를 아우르는 ‘United Kingdom of Great Britain and Northern Ireland’으로 바뀌게 된다.

이상이 오늘날 영국이 이루어지게 되기까지의 간략한 역사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술과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고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이 배경 지식이 없고서는 영국의 위스키를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먼저 영국 중에서도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스카치위스키’로 부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영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위스키에는 ‘겔릭위스키’와 ‘웰쉬위스키’라는 또 다른 이름의 위스키들이 있다.

먼저 겔릭위스키(Gaelic Whisky)에 대해 알아보자. 비록 잉글랜드에 합병되어 영국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만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잉글랜드에 대한 뿌리 깊은 반감과 함께 그들의 전통에 대하여 남다른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백파이프 연주는 말할 것도 없고 고유의 격자무늬 모직물인 타탄(tartan)으로 상징되는 하일랜드문화에 대한 사랑도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러한 그들에게 게일어라는 고유 언어가 있었다. 켈트어의 한 종류인 게일어는 스코틀랜드의 원주민인 게일족(Gael)들이 사용하던 언어였다. 비록 지금은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사라져 스코틀랜드의 일부 섬에서만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게일어 자체에 대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애정만은 여전히 남아있다. 겔릭위스키는 이러한 배경 하에서 게일어를 교묘하게 상술에 이용한 제품이다.

즉 스카치위스키를 처음 만든 사람들도 게일 사람이고 지금 생산되고 있는 곳도 옛 게일족의 땅이기 때문에 위스키의 상표도 게일어로 표기될 때 비로소 제 맛이 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이런 다소간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은 스코틀랜드 북서쪽 해안에 있는 스카이라는 섬의 대지주인 Sir Iain Noble이었다. 게일어의 열렬한 보호주의자이기도 한 그는 1976년 ‘Praban’이라는 스카치위스키 회사를 스카이섬에 설립하면서 지역의 고용창출이라는 기치도 같이 내걸었다. 이 회사의 주장은 “설사 맛이 비슷하더라도 김치가 김치라야 제 맛이지 기무치(きむち)라고 하면 그게 김치인가?”라는 논리로 생각해 보면 전혀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출시하고 있는 제품들도 당연히 게일어로 된 이름들을 가지고 있는데 일반 블렌디드위스키인 맥나마라(Mac Na Mara; son of the sea), 고급형인 쉐베크(Te Bheag; the little lady), 그리고 몰트위스키인 포취 구(Poit Dhubh; black pot) 등이 바로 그들이다(사진 16-1). 현재 이 회사는 국내외적으로 어느 정도의 상업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태로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인가가 사뭇 궁금해진다.
한편 웰시위스키는 글자 그대로 영국의 웨일즈 지역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말한다. 스코틀랜드에서 생산되는 위스키를 스카치위스키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웨일즈 지역에서도 한때는 증류소가 여러 군데 있었으나 19세기말 종교에 관련된 금주운동의 여파로 모두 없어졌다.

그러다가 2000년 무려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증류소가 출범하게 되었다. 2004년 3월 1일 4년 숙성 제품을 처음 출시한 펜데린(Penderyn)이 바로 그 회사다(사진 16-2). 버번 오크통에서 숙성시키고 마데이라 오크통에서 마무리 저장을 한 이 제품은 가볍고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다. 증류, 숙성에 병입까지 증류소에서 시행하는 이 작은 회사가 앞으로 계속 내 놓을 장기 숙성 제품들에 기대가 된다.

▲ <사진 16-1>사진은 모두 게일위스키 50ml 미니어처들이다. 왼쪽은 쉐베크, 그리고 중앙과 오른쪽은 각각 포취 구 8, 12년산 제품이다.
▲<사진 16-2>웰시위스키 펜데린 미니어처로 50ml, 40%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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