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킬라 중 최고급 ‘아네호’ 부드러운 나무 향 특징
‘아네호’ 오크통서 3~4년 숙성…스트레이트용으로 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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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uza사의 유명 브랜드인 ‘Tres Generaciones’의 아네호, 레포사도, 블랑코 제품 미니어처들. 모두 50ml, 40%로 숙성 기간의 차이에 따른 술의 색깔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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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향수병과 같이 세련된 디자인으로 유명한 Corzo사 데킬라의 미니어처들. 모두 50ml, 40%로 역시 숙성 기간의 차이에 따른(아네호, 레포사도, 블랑코) 술의 색깔 차이를 잘 알 수 있다.

“데킬라가 곧 멕시코다”라는 유명한 말처럼 데킬라는 오늘날 멕시코를 떠 올릴 때 언제나 연상되는 유명한 멕시코의 증류주이다.

북미 대륙 최초의 증류주로 인정되고 있는 데킬라는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술이다. 16세기 초 스페인에 정복되기 전 멕시코 고원에는 이미 찬란한 아즈텍 문명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당시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지역 토착 식물인 용설란에서 즙을 내어 이를 발효시켜 양조한 풀케(pulque)라는 술을 마셔왔다. 이 풀케를 스페인 정복자들이 가지고 들어온 증류 기술에 접합한 것이 바로 데킬라다.

데킬라라는 용어는 멕시코 하리스코 주의 데킬라 마을을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정 용설란(blue agave)을 이용하여 만들어지는 제품에 한정돼 사용된다. 즉 데킬라는 술 이름인 동시에 마을 이름이기도 한 셈이다. 일찍이 데킬라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한 멕시코 정부의 꾸준한 노력에 의해 지금은 국제적으로 데킬라 명칭의 사용 독점권을 인정받고 있다.

데킬라는 마가리타(Margarita), 선라이즈(Sunrise) 등 세계적인 칵테일의 기본 술로도 그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최근에는 시대의 조류에 맞추어 장기 숙성의 고급 제품들을 출시하며 스트레이트용으로도 큰 각광을 받고 있다.

데킬라를 최대한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데킬라의 종류에 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킬라는 우선 용설란(agave)으로만 만들어진 ‘100% 아가베’ 제품과 용설란 주스와 함께 다른 당을 섞은 혼합액으로부터 증류한 ‘믹스토(mixto)’ 제품으로 나누어진다. 믹스토 제품은 적어도 51% 이상의 아가베를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100% 아가베 제품은 다시 불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네호(anejo)의 3가지 등급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블랑코는 영어로는 ‘white’라는 의미가 되는데 흔히 ‘silver’라고도 표현한다. 블랑코는 증류 후 바로 출하하거나 또는 스테인리스 스틸 통(간혹 오크통)에서 30일 이하로 저장한 뒤 출하한 제품을 말한다. 이 제품은 데킬라의 기본이 되는 대중적인 제품으로서 스트레이트 자체로도 즐길 수 있지만 대부분 데킬라 베이스의 칵테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레포사도는 영어로는 ‘rested’라는 의미로 2개월 이상 나무통에서 저장한 뒤 출하한 제품을 말한다. 아가베의 강한 향이 주를 이루는 블랑코 제품에 비해 감미로운 느낌이 맛을 순화시켜 준다.

아네호는 글자 그대로 숙성된(aged) 제품이란 의미가 된다. 이는 600리터 이하의 작은 나무통에서 최소 1년 이상 저장한 뒤 출하한 제품을 말하는데 데킬라 중 최고급 제품이다. 오크통에서의 장기 숙성의 영향으로 전체적으로 오크통에서 유래된 부드러운 나무 향이 특징이다.

100% 아가베로 만든 아네호 제품은 당연히 데킬라 중 가장 최고급품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값도 따라서 비싸다. 고급품인 만큼 스트레이트용으로 음미하며 칵테일용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데킬라 아네호는 흔히 몇 십 년 이상 숙성을 시키는 위스키나 브랜디와는 달리 오크통에서 3~4년 정도만 숙성시키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데킬라는 이 이상 나무통에 숙성시키는 경우에는 데킬라 특유의 아가베 향이 강한 오크통 향에 가려져 특유의 풍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믹스토 제품 역시 100% 아가베 제품과 마찬가지로 블랑코(blanco), 레포사도(reposado), 아네호(anejo)로 나누어진다. 다만 믹스토 제품에는 호벤 아보카도(joven abocado)라는 제품이 있다. 이 제품의 ‘joven avocado’는 ‘young and smooth’의 의미로 블랑코가 흔히 ‘white Tequila’로 불리는 것에 대칭되어 보통 ‘gold Tequila’로 불린다. 이 제품의 황금빛 색깔은 믹스토제품 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캐러멜 또는 사탕수수를 혼합한데서 생긴다.

이상과 같은 다양한 데킬라 제품들은 각자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 질이나 가격에 관계없이 나름대로의 매력과 애호가들을 가지고 있다. 즉, 보다 숙성된 복합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100% 아가베 아네호 제품을 찾게 되지만, 다소 거칠지만 아가베의 순수한 향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오히려 블랑코를 즐겨 찾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레포사도 제품은 일종의 절충으로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데킬라를 만드는 회사들도 다양한데 18세기 최초의 데킬라 생산자이자 현재 가장 큰 데킬라 회사인 Jose Cuervo사, 데킬라란 말을 처음 사용한 회사이면서 미국에 처음 데킬라를 수출한 전통의 제2 데킬라 생산회사인 Sauza사<사진 15-1>, 전 제품을 100% agave 제품만으로 만들면서 말발굽 상표로 유명한 Herradura사, 독특한 디자인의 병으로 유명한 Tres Magueyes, 그리고 Cabo walbo사, Corzo사 등이 있다<사진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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