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카이, 스위트 와인 한 종류…최고급 식후주로 평가
3~6 푸톤 등급중 숫자 높을수록 고급술로 간주

▲<사진 13-1>아름다운 병 모양을 자랑하는 토카이 푸르민트 2001년 빈티지 미니어처(I) (100ml, 13.5%)
헝가리라고 하면 우리에게는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동구권으로 옛 소련의 위성국 중의 하나였고 수도는 부다페스트라는 정도는 아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조금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먼 조상은 아시아 계통의 마자르족이었다는 사실과 근대사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원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의 구체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고, 실제로도 헝가리는 과거에나 지금이나 세계사의 흐름에 그렇게 인상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와인에 있어서도 이미 1893년에 원산지 호칭 제도를 확립한 바 있을 정도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생산국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가 되면서 그 명성을 이어가지 못하고 침체 상태를 면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그 뒤 1989년 동유럽에 거세게 불어 닥친 자유화의 물결로 마침내 자유국가가 되고, 이후 적극적인 외국 자본의 유치와 함께 최근 와인 생산의 부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 13-2>아름다운 병 모양을 자랑하는 토카이 푸르민트 2001년 빈티지 미니어처(II) (100ml, 13.5%)
이런 헝가리에 웬만한 와인 애호가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이 한 종류 있다. 바로 스위트 와인으로 최고급 식후주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토카이(Tokaji)’가 바로 그 술이다. 토카이는 영어와 프랑스어로는 Tokay로 알려져 있다. 토카이라는 이름은 이 와인을 생산하는 헝가리의 지역인 토카이 헤걀라(Tokaji-Hegyalia)의 이름을 딴 것이다. 이 지역은 헝가리의 동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보드로그 강과 티사 강이 합치는 곳에 있다.
토카이는 그 이전부터 이미 최고의 와인중의 하나로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어느 날 프랑스의 국왕 루이 15세가 그의 유명한 정부 뽕빠두루 부인에게 토카이 한잔을 권하면서 “왕들의 와인이자 와인 중의 왕(wine of kings, king of wines)”이라고 표현한데서 일약 국제적인 유명세를 타게 됐다. 이 말은 지금까지도 토카이 와인의 대표적인 광고 문구로 자리 잡고 있다.

▲<사진 13-3>아름다운 병 모양을 자랑하는 토카이 푸르민트 2001년 빈티지 미니어처(III) (100ml, 13.5%)
토카이는 귀부병에 걸린 포도로 만든 달콤한 맛의 엷은 황금빛 화이트 와인이다. 사용되는 포도품종은 청포도로 푸르민트(Furmint)와 하르스레벨뤼(Harslevelu)가 주품종이다. 여기서 귀부병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먼저 포도를 정상적으로 수확하지 않고 나무에 오래 매달아 두면 곰팡이가 끼게 된다. 그러면 수분 증발과 함께 껍질이 수축되면서 마치 건포도와 같이 당분이 농축되게 된다. 이런 포도를 이용하여 와인을 만들면 자연적으로 매우 단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포도껍질에 낀 곰팡이를 보트리티스 시네리아(Botrytis cinerera)라고 하고, 이 때문에 포도가 농축되는 현상을 영어로 ‘noble rot’이라고 부르는데 일본에서 이를 그대로 번역하여 ‘귀부’(貴腐)라고 명명했다. 글자 그대로 ‘귀하게 썩었다’라는 말이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건너오게 됐다.

한 설에 의하면 오래전 어느 해에 토카이 지방이 터키의 침략을 받았다. 이 때문에 포도 수확기를 놓쳐 11월 늦은 가을까지 방치된 포도는 나무에서 곰팡이가 피면서 말라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이런 포도로 와인을 만들 수밖에 없게 된 지역 사람들은 막상 만들어진 와인의 향과 맛이 매우 달콤하고 매혹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토카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라는 것이다.
토카이 이외에도 유명한 프랑스의 소테른(Sauternes)이나 독일의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renauslese)도 바로 이런 방법으로 만든 와인이다.

토카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성격이 제법 다른 몇몇 종류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가장 보편적이면서 유명한 형태에 ①토카이 아수(Tokaji Aszu)라는 종류가 있다. 아수는 귀부병에 의해 말라 쪼그라진 포도를 헝가리 말로 부르는 말이다. 이 아수를 푸톤(putton)이라는 나무통에 6~8일 정도 둔다. 푸톤은 포도수확 시 밭에서 수확한 포도를 담아 운반하는 일종의 등짐 바구니를 말한다. 며칠이 지나면 푸톤 바닥에 아수 포도로부터 나오는 고농도의 주스가 모인다. 이 주스를 에센시아(Essencia)라고 부른다. 이 에센시아를 제거하고 나서 푸톤에 남아 있는 아수 포도를 반죽한다.

그리고 이 반죽을 일반 와인이 들어 있는 저장용 큰 통에 부어 섞어 준다. 이때 큰 통은 일부러 조금 비운 채로 채워서 와인을 공기와 접촉시킴으로서 산화작용을 조장시킨다. 이후 5~8년 동안 큰 나무통에서 저장한 다음 병입을 하게 되면 토카이 아수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토카이 아수의 단 맛 정도는 결국 푸톤 몇 통을 넣느냐에 달려 있다. 3~6 푸톤 등급 중에서 높은 숫자일수록 단맛도 강하고 숙성 기간도 길어 고급으로 간주한다. 특별히 토카이 아수 에센시아(Tokaji aszu Essentia)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8 푸톤을 넣는다.
그 다음으로 앞서 말한 순수한 에센시아 만을 발효시켜 만든 ②토카이(Tokaji Essentia)가 있다. 이 경우 매우 높은 농도의 당분 때문에 특별한 효모를 사용해 발효를 해야 하고 이때도 5~6% 알코올 농도의 와인을 얻는데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 밖에 토카이 와인 중에서는 반드시 귀부병에 걸린 포도를 사용하지 않는 종류도 있다. ③토카이 사모르드니(Tokaji Szamorodni)라는 것이 바로 그런 종류인데 앞서 말한 푸르민트 포도와 하르스레벨뤼 포도를 같이 섞어 만든다. 스위트 타입 뿐 아니라 드라이 타입도 있다. 또 단일 포도 품종으로 만든 비슷한 성격의 토카이도 있는데 여기에는 포도 이름을 따서 ④토카이 푸르민트(Tokaji Furmint)(사진13-1, 13-2, 13-3), 토카이 하르스레벨뤼(Tokaji Harslevelu), 토카이 무스코탈요스(Tokaji Muskotalyos)의 세 종류가 있다. 역시 스위트와 드라이의 두 타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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