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도 日 노벨과학상 수상자 4명

日, 과학대국 기반 확립…학계•언론 ‘자기비판’ 역할 커
한국인 노벨과학상 받기 위해 의식구조 개혁 선행돼야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1949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유가와(湯川) 박사를 시작으로 해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 연속으로 과학상(물리와 화학상)수상자를 낸데다 금년(2008년)엔 물리학상 3인(1인은 미국적)과 화학상 1명의 수상자를 탄생시켜, 과학 분야(물리, 화학, 생리의학)의 노벨상 수상자 총 13명을 배출한 일본열도는 현재 흥분에 휩싸여있다고 들린다.
일본수상은 “사실인즉 참으로 놀랐다”, 그리고 문부과학대신은 “꿈과 같다”고 하며 의외라는 듯 감탄했다. 노벨상 희소식은 최근 경기불황뉴스가 연속되는 어두운 분위기를 밝은 광명의 빛으로 일본전체를 채우게 되었다.
너무나 부러운 일이다. 제1장수국에다 경제대국 일본은 이제 그들의 소원이던 과학대국의 기반을 견고하게 확립해가고 있으니 말이다.

일본과학이 한때 미국과 유럽에 뒤쳐졌던 이유를 “일본인의 창조력 결여”라고 단념하는 경향도 있었으나, 이를 부정하는 학계와 언론의 “자기비판”역할도 컸었다고 한다. 즉 그들은 “원래 창조력이 결여된 국민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창조적 연구가 많고 적고 하는 것은 창조성을 살리는 사회환경과 교육연구시스템에 좌우되며, 일본은 이러한 창조성을 높이는 시스템이 부족하다”면서 교육연구환경의 혁신을 위해 끈질긴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일본정부는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21세기 전반기에 자연과학계 노벨상수상자 30인 이상”이라는 목표수치를 설정한바 있다. 그래서 2001년에 이미 일본정부로 하여금 GDP의 1%를 과학기술연구개발에 투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럼으로 이번 노벨과학상수상자 13명 배출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주로 후진국에서 차지하는 노벨평화상을 제외하고, 56개국이 받은 노벨상에 한국은 없다(의학신문 2006년 12월 15일자 필자 특별기고 참조).
과학입국(科學立國)은 강력한 정부의 의지와 영도력 없이는 성취될 수 없다. 한국현실은 의료분야를 두고 봐도 130년 전 일본정부의 현대화 노력으로 파기해버린 전통의학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한국에서 국민계몽과 의식개조를 위한 학계와 언론의 채찍질도 중요한데, 현실은 그렇지도 않다. “노벨과학상을 우리 한국도 받아야 한다”는 훌륭한 신문논설에도 불구하고, 같은 신문 다음 장에는 한의학 글과 대문짝만한 보약광고가 동시에 게재되고 있다. 언(言)과 행(行)이 상반된 사설이다.
필자는 2000년 10월에 ‘한국은 언제쯤 과학분야 노벨상 받을 수 있을까’라는 글을 쓴바 있으며,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여건이 없음으로 주요부분을 다음같이 다시 적어본다.
해마다 노벨상을 시상하는 스웨덴 한림원 원장이 2000년 3월 한국을 방문 했을 때의 발언은 특기할만하다. 그는 “한국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창의적인 사람과 연구 아이디어를 진흥시킬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대학의 교수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이 돼야 한다”고 못 박았다. 여기서 세계적 수준이란 외형적인 양(量)이 아니라 질(質)적 수준을 말한다.”

한국 신문에 보도된바 있는 미국 과학정보연구소의 집계에 의하면 1999년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과학지에 발표한 한국 과학기술 논문은 양적으로 세계 16위이나 논문의 피인용도로 따진 질적인 면에서는 세계 60위다.
게다가 자연과학계 준재들이 실리적인 임상의학이나 인기 있는 ‘응용공학’분야에만 몰리고 기초과학을 외면하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가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한국 내에서의 ‘노벨과학상 불가론’마저 나온다. 그러고 보면 중국인과 인도인이 자기나라를 떠나 외국에서 받듯이, 그 길만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수한 교포 1~2세들이 산재해 있는 미국에서 ‘교포노벨상 대망론’이 당연히 나옴직하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국립과학연구소에서 연구에 종사하는 과학자 약 4000명을 민족별로 분류했더니 약 500명이 아시아인이며, 그 대부분이 중국인 인도인 일본인 등이고 한국인은 15명 정도라 한다.

교포 200만명 중 하고많은 한국수재 1.5~2세대들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미국의 많은 우수한 교포학생은 의례 의사, 변호사나 MBA를 지원하는 걸로 되어 있다.
교포들은 미국의 의료계 법조계를 누비는 유태인을 모델로 삼아 자식에게 인류에 공헌하는 직업보다는 안정과 실리를 우선하는 직종을 강요함으로서 아메리칸 드림을 성취했다고 만족한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대학과 연구기관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우리 의식구조의 개혁이 선행돼야만 한다.
논리의 비약 같지만 결국 ‘1세가 죽어야 2세가 산다’. 즉, 과거의 전통을 청산하는 의식구조의 개선 없이는 과학분야 노벨상의 한국인 수상은 계속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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