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벌꿀로 만든 와인… ‘인류 최초 제조 술’ 추정
양질 벌꿀•효모 사용…1년 숙성시켜야 제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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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오울프’(Beowulf)는 스칸디나비아를 무대로 펼쳐지는 고대 영웅서사시로 8세기에서 11세기 사이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작품이다. 1010년경에 만들어진 필사본이 유일하게 전해지고 있는데 고대 영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영문학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기본 내용은 신과 인간, 괴물과 영웅이 공존하는 암흑의 시대에 덴마크를 무대로 전사 베오울프와 식인괴물 그렌델 그리고 그의 아들이기도 한 불을 뿜는 드래곤 사이의 싸움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3D 애니메이션이라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로 만들어져(베오울프;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 최근(2007년 11월) 국내에서도 상영된 바 있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서기 507년 덴마크를 시대 배경으로 전투에서 승리한 흐로스가 왕이 질펀한 주연을 베푸는 장면이 나온다. 시작하자마자 왕이 연회장으로 들어오면서 술을 가져오라고 크게 소리치는데 그가 말한 정확한 술 이름이 바로 ‘미드’(mead)란 술이다.

또 왕의 최측근 신하인 운퍼스가 하인에게 재촉하는 술의 이름도 똑같은 ‘미드’이다. 주연이 베풀어진 연회장의 이름조차 미드홀이다. 미드란 술 이름은 마침내 바다를 건너 괴물을 처치하러 온 기트족의 용사 베오울프가 흐로스가 왕에게 괴물도 처치하고 그 유명한 ‘미드’를 마시러 왔다고 말하는데서 더욱 강조되고 있다.

그러면 과연 미드라는 술은 과연 어떤 술인가? 미드는 한 마디로 말하자면 벌꿀로 만든 와인을 말한다. 미드가 만들어지는 기본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즉 벌꿀에 원래 존재하는 당 성분에 효모가 작용하기만 하면 화학반응에 의해 알코올이 생성되어 미드가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벌꿀에 물을 타서 적당히 희석된 상태에서 그냥 두면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효모에 의해 알코올 발효가 저절로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포도가 어느 정도 으깨져 즙이 나와야 발효가 일어날 수 있는 포도주나 싹이 튼 곡물이 필요한 맥주보다 오히려 더 오랜 역사를 가진 가장 최초로 만들어진 술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드는 오래전 한때 유럽 전역에서 널리 음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인구가 점점 증가함에 함께 상대적으로 벌꿀의 공급이 부족하게 되면서 이를 재료로 만드는 미드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였다. 이 때문에 포도가 잘 자라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포도주를 만들 수 있는 지중해 지역에서는 점차 그 인기가 퇴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포도 재배가 되지 않는 영국이나 북유럽에서는 미드가 여전히 널리 음용되었다.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신혼부부가 결혼 후 한 달 동안 이 술을 마시는 관습이 있었기 때문에, 꿀(honey)과 한 달(month-moon)이라는 말이 합쳐져 허니문(honeymoon)이란 유명한 단어가 탄생하기도 하였다.

북유럽을 중심으로 꾸준히 음용되던 미드는 그러나 종교개혁이라는 예기치 않은 사회변화 때문에 또 한 번 힘든 상황을 맞게 되었다. 즉 종교개혁의 영향으로 이전에는 호화로운 성당에서 수많은 양초를 사용하여 화려한 예식을 가졌던 교회에서 더 이상 다량의 양초 수요가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자 이로 인해 당시 양초의 주 재료였던 벌꿀 왁스의 수요 감소가 자연스럽게 초래되었다. 이 때문에 수입이 반 이상 감소하게 된 양봉업자들이 벌꿀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미드 가격을 올리게 되어 결과적으로 미드의 인기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다만 와인을 생산 못하면서 종교개혁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폴란드나 정교회(orthodox church)에 속해 있던 러시아에서는 계속 미드가 음용되었다.

이렇게 역사적인 굴절을 경험하였던 미드는 최근 그 오랜 침체기에서 벗어나 색다른 트렌드의 술로서 또 다시 애주가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드를 만드는 과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미드는 앞서 언급한데로 포도주에 비해 그 제조 과정이 비교적 간단하다. 가장 쉽게는 희석된 벌꿀(보통 꿀의 당분 농도는 70~80% 정도인데 이를 22% 정도로 조절)에 효모만 작용시키면 된다.

그러나 이렇게만 해서는 좋은 맛의 미드를 만들 수는 없다. 보통은 양질의 벌꿀에 와인에 사용되는 상업적 효모를 사용하고, 여기에다 벌꿀에 없는 신맛을 보충하기 위해 산(구연산이나 주석산)이나 기타 영양소 등 약간의 첨가물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드라이한 미드에서는 3주 정도 그리고 스위트 미드는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벌꿀을 사용하여 4개월 정도 발효를 시킨다. 발효 후에는 소정의 정제 과정을 거친 후 포도주와 같이 숙성 과정을 거치게 된다. 보통 1년 정도 숙성을 시키는데, 숙성 과정을 생략하면 효모 냄새가 나면서 향이 부족하고 종종 혼탁한 미드가 만들어 진다.

미드는 만드는 방법과 첨가 성분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즉 당도에 따라 스위트, 드라이, 그리고 중간 형태로 나누어지며, 탄산가스 여부에 따라 스틸(still) 또는 발포성 미드로 나누기도 한다. 그리고 아무런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은 전통 미드와 함께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자, 여러분도 꼭 신혼부부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한 달이 아니라 단 일분만이라도 미드의 새롭고도 달콤한 유혹에 한번 빠져 보는 것은 어떨지?

첫 번째 사진(6-1)은 아일랜드의 ‘Bunratty’라는 미드의 50ml 도자기 미니어처다. 두 번째 사진(6-2)은 발틱 3국 중의 하나인 리투아니아에서 만든 미드로 각각 알코올 도수 12%(검은 상표)와 14%(노란 상표)의 40ml 미니어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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