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샤사’ 애주가들, 1~2년 숙성제품 선호

‘카이피히냐’ 칵테일 형태로 소비…시원한 맛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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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이라고 하면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자동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축구, 정열의 삼바 춤, 광란의 축제 카니발 그리고 아마존 강으로 대표되는 남미 최대의 광활한 국토 등이 떠올려 질 것이다. 그러나 정작 세계적으로 이미 유명해진 브라질의 또 다른 아이콘 ‘카샤사(cachaca)’라는 술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 것이다.

무려 5000여개의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카샤사는 브라질 국내에서는 맥주 다음으로 소비량이 높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증류주로서는 보드카와 소주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은 명실 공히 브라질의 국민주이다.
카샤사는 16세기 당시 브라질을 식민지배하고 있던 포르투갈인들이 자국령 마데이라 섬으로부터 사탕수수를 들여와 서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온 노예를 이용하여 경작을 시키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카샤사는 사탕수수를 사용한 증류주란 점에서는 럼(rum)과 같은 성질의 증류주이다. 따라서 럼과 혼동하거나 거의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럼이 사탕수수에서 사탕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검고 진한 즙인 당밀(molasses)을 사용하는데 비해 카샤사는 사탕수수를 압착하여 만들어지는 쥬스의 발효액으로부터 직접 증류하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당연히 향과 맛에서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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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샤사는 원래는 증류 후 따로 나무통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 술이었다. 따라서 술 자체의 투명한 색을 띄어 흔히 ‘흰색 브라질 럼(white Brazilian rum)’으로도 불리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업적인 추세에 맞추어 카샤사 중에서도 2~12년 정도 나무통에서 숙성 시킨 고급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때 숙성 나무통은 보통의 오크통이나 또는 브라질 자국산 나무통을 사용하기도 한다. 숙성 제품의 색깔은 나무통의 영향으로 위스키나 꼬냑과 비슷한 색을 띄며 맛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사진의 미니어처들은 모두 40%, 50ml 제품들로서 숙성과정을 거친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간의 색깔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법적으로 숙성 카샤사로 표현하려면 나무통에서 적어도 1년 이상 숙성시켜야 한다. 카샤사는 술의 특성 상 숙성 기간이 길다고 반드시 비례하여 맛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많은 카샤사 애주가들은 1~2년 숙성된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브라질에서 카샤사 제조가 정확하게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는 없지만, 일반적으로는 사탕수수가 브라질에 처음으로 소개된 1550년 전후에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카샤사는 우연히 사탕수수 즙이 발효돼 술이 얻어지게 되고 이를 증류 기법을 통해 보다 강력한 증류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카샤사가 만들어진 초기에는 대부분의 술의 역사가 그러하듯이 각종 민간 치료에 널리 사용되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 축제에서 노예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도 당연히 했다.
카샤사는 오랫동안 노예, 원주민, 선원 등의 하층민들의 술로 인식돼 왔다. 브라질의 상류층들은 와인이나 스카치위스키, 꼬냑 등 유명한 수입 제품들을 주로 마셨다. 이런 경향은 물론 최근까지도 아주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카샤사의 전반적인 위상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 현재 카샤사는 브라질의 바,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인기를 반영하듯 브라질 내에서만 수천개의 카샤사 상표가 등장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카샤사 붐에 고무된 브라질 정부는 카샤사의 상품가치를 멕시코의 데킬라 수준의 명성으로 올리고자 2000년대에 들어서 카샤사라는 용어는 브라질산 제품에 한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이른바 ‘지역 연고권’을 강력히 주장하기 시작했다. 이미 세계무역기구(WTO)에도 이런 의견을 제출한 동시에 유럽연합에도 이런 주장을 전하고 있다. 다만 유럽연합에서는 강력한 회원국 중의 하나인 포르투갈이 비록 사탕수수는 아니지만 포도로 만든 제품에 이미 카샤사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그 결과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카샤사는 보통 40~48%의 알코올 도수를 가지고 있다. 스트레이트로 즐길 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대로 마시기보다는 카이피히냐(Caipirinhia)라는 칵테일 형태로 가장 많이 소비되고 있다(사진 4-2). 이 칵테일은 카샤사를 신선한 라임과 설탕과 함께 섞어 탐블러 잔에 얼음과 함께 서빙한다. 그 특유한 시원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이 칵테일 역시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일반적으로는 과거 감기 치료에 사용되던 민간 처방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칵테일은 브라질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이미 너무나 유명해져서 카샤사의 음용 방법의 표준으로까지 인식될 정도이다. 심지어 카샤사는 몰라도 카이피히냐는 알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브라질 현지에서는 카이피히냐를 몇 잔 마시느냐에 따라 술꾼의 주량을 가름하는 척도로도 쓰인다. 마치 우리나라의 폭탄주와도 같은 사회적 상징물인 셈이다.
브라질의 넓은 국토를 반영하듯 카샤사는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달라, 카샤사가 주로 리오데 자네이로 지역에서 사용되는 명칭인데 비해 상파울로 지역에서는 핑가(Pinga)로 그리고 포르타레자(Fortaleza) 지역에서는 까나(Cana)라고도 불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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