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산사(산파)에 의한 가정출산 논란

美 산부인과의학회, “출산 합병증 10%…가정출산 반대”

연구결과 “가정출산, 병원출산과 안전성 비슷” 확산 전망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전통적인 경험위주의 산파에 의한 가정(집)출산이 유행했던 시절은 옛날이고, 현재 미국과 한국 등 선진국에서의 출산은 99%이상이 병원 등 시설에서 의사나 자격증을 갖춘 조산사에 의해 시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의료법의 규정에 의하여 간호사의 면허소지자가 소정의 조산업무 수습을 거친 뒤 국가시험에 통과해야 조산사자격증을 부여하며, 조산사는 정상 분만에 한해서 의사지시를 받아 수행한다니, 한국에 최신 조산사제도가 정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간호사로서 조산사자격증을 구비한 간호사-조산사(Certified Nurse Midwives. CNM)가 있어 이들은 의사 지시아래 주로 병원에서 조산행위에 종사하고, 매년 30만명 이상의 병원출산(전체의 약 8%)이 이들 CNM에 의해서 시행되고 있다.

또한 예외적으로 집에서 출산을 바라는 임산부의 소원을 담당의사(산부인과)가 받아드려 CNM를 파견해서 가정출산을 돌보게 하는 일도 있다지만, 이러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미국산부인과전문의학회(American College of OBGY)서는 출산에 동반하는 합병증은 10건 중 1건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며 가정출산을 적극반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서 독자적으로 조산업무에 종사하며 가정출산에 참여하는 직종으로 직업적 조산사(Certified Professional Midwives. CPM)가 있으며, 이들은 조산사 직업교육을 거쳐 면허시험에 합격한 일반적인 조산사이고,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의 ‘산파’격이다.

CNM과 CPM 등 조산사는 출산을 돕는 일만이 아니라 산전·산후에 걸친 케어에 관여하는 전문직종이다.

1973년 WHO(세계보건기구)서 채택된 ‘조산사의 정의’에도 “조산사는 임신 출산 산욕(産褥)의 케어와 조언의 담당자로서 산모만이 아니라 가족과 지역사회에서 건강 상담 및 교육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 활동 가운데는 산전교육과 어머니가 되기 위한 준비수습이 포함되고, 산부인과의 일부 영역과 가족계획 그리고 육아문제까지 이른다”고 했다.

여기에 특기할 일은 간호사로서 의사 지시아래 조산업무에 종사하는 CNM은 미국 50개 주에서 합법화되어 있으나, 독자적인 CPM의 조산행위는 많은 주에서 제한되고 있다.

현재 CPM에 의한 가정출산이 미국서 크게 논란되고 있는 터에, 여기에 대한 법제도는 각 주마다 다르기 때문이다[지도 참조].

지도에서 보듯이 미국의 15개 주(진한 푸른색)에서는 CPM에 의한 가정출산이 조건 없이 합법화 되어있다. 그리고 25개 주(연한 푸른색)는 조건부로 허용되며, 뉴욕주의 예를 들어 CPM이 가정출산을 할 수 있는 조건으로 사전에 의사 또는 산부인과시설을 갖춘 병원과 작성한 계약서를 구비해야 한다. 그러나 10개 주(다갈색)서는 CPM에 의한 출산은 무조건 불법화돼 있고, 특히 미주리주에서는 이를 중죄(징역형)로 다스린다.

하지만 합법여부에 불구하고 미국 도처에 가정출산이 성행하고 있으며, 2006년도 미국서 약 4만 건(전체의 약 1%)의 출산은 병원이 아닌 가정에서 CPM(직업적 조산사)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하며, 중죄로 다스리는 미주리주에서도 매년 약 1천 건이 암시장 거래를 통해서 CPM에 의한 가정출산이 시행되고 있다고 전한다.

일부의 산모는 좀 더 따뜻하고 평화스런 가정환경에서의 출산을 고집하고, 그것이 약물을 과다 사용하거나 제왕절개 수술받기 십상인 병원 분위기를 피하는 길이라 믿고 있으며, 친지를 통해서 산파 찾기가 쉽다고 한다. 그들은 출산이라는 가장 중요한 일을 그들이 바라는 방법으로 시행해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간호사-조산사학회(ACNM)에서도 집에서 자연적인 정상출산을 원하는 여성의 소원을 존중하며, 가정에서의 안전한 출산에 걸림돌(의료보험 커버, 전문의 상담과 접근문제 등)을 제거하려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항간에서는 병원출산이 잘못되면 “출생시 비극이 나타날 수 있다”고 두둔하지만, 만일 동일한 잘못이 가정출산에서 발생한다면 “아기생명에 대해 무책임하게도 왜 집에서 낳으려고 했냐”고 탓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북미에서 조산사(CPM)에 의해 가정출산한 5418건에 대해 2000년도 실시한 대대적인 코호트연구조사에서 가정출산에 동반하는 합병증과 위험도는 병원출산의 경우와 동일한 비율이라는 결과가 나왔다(British Medical Journal. 2005. 6. 18. Outcomes of planned home births with certified professional midwives: large prospective study in North America).

따라서 건강한 임산부의 출산은 위험도 있는 분만을 제외하고서 전적으로 가정출산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가정출산은 병원출산과 마찬가지로 안전성이 있다”는 위와 같은 연구결과가 여론을 지지한다.

근래 “집에서 죽는 옛 전통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미국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듯이, 장차 “집에서 낳는 옛 전통을 되살리자”는 운동이 일어날 법도 하다.

가정출산의 장·단점에 대해 학계전문가가 보는 견해는 [도표 1]과 같다.

◇ 미국 각 州에서 직업적 조산사(CPM)의 법적상태(합법여부)

- 출처: Midwives Alliance of North America -

[도표 1] 가정출산의 장점과 단점

<장점>

▷집에서 출산은 정신적으로 더 안정되고 친밀감을 준다.

▷집에서는 신체의 자연리듬에 따르기 때문에 진통제, 제왕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적다고 주장하는 자도 있다(병원출산에선 제왕수술로 끝날 가능성이 많으며, 실제 미국 병원출산의 1/3은 제왕수술임).

▷가정에서 자유분위기를 즐긴다(산모는 자유로이 원에 따라 식사하며 움직일 수 있고, 다른 자녀도 함께 있는 편안한 분위기임).

▷출산비용이 월등 싸다(병원비가 없고, 조산부 비용은 의사에 비해 훨씬 싸다).

<단점>

▷가정에서의 출산비용을 커버하지 않는 보험회사가 많다.

▷산모 출혈 등 생명에 위급한 합병증이 출산시 자주 발생하며, CPM은 이런 응급상황에 충분히 대처할 능력이 없다.

▷응급사태서 병원이송이 지연되어, 치명적인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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