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장기이식의 윤리성

사람생명을 연구하는 인체과학은 천체를 다루는 우주과학에 대등할 정도로 복잡다단하다. 그래서 인체를 소우주(小宇宙)라 부른다.

사람을 태운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착륙한 시점(1969년 7월 21일)이 20세기 과학에 의한 우주정복(개발)의 첫 신호탄이라면, 1954년 12월 23일 하버드대학부속 Peter Bent Brigham 병원에서 닥터 Merrill(내과)과 닥터 Murry(외과)팀에 의한 성공적인 장기(신장)이식이 소우주정복의 첫 장을 여는 역사적사건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 말기에 가서 우주과학은 큰 진전이 없는 반면, 소우주과학인 인체생명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인간복제가 가능한 지경에 까지 이르렀다. 소우주(인체)개발이 더 소중하기 때문에 이방면 연구에 치중한 결과이다.

그런데 장기이식은 인간을 다루는 과학이고 보면 항상 윤리문제가 그림자처럼 따르게 마련이다(참조: www.issuetoday.com, 2001년 12월의 필자칼럼 ‘장기이식의 새로운 윤리논쟁 1‧2‧3’). 이식에 필요한 인체장기획득이 어려워지고 장기매매(賣買)에 수반하는 윤리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동물장기이식에 대한 고무적인 실험결과에 기대하는바 컸으며, 시카고의대 김윤범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무균돼지는 장기이식의 걸림돌인 세균감염과 거부반응을 극복 할 것이 크게 기대되고 장차 ‘무균돼지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데 동물장기이식에서도 윤리성이 문제화되어 수간(동물과의 성교)에 비유할 정도로, 신이 격노 할 행위라고 말하는 극단론자도 있다.

배아줄기세포는 만능세포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사람의 배아줄기세포에 의한 거부반응 없는 장기이식의 서광이 보이기 시작했으나, ‘생명체 파괴’라는 윤리문제의 쟁점이 생기고 나라마다 연구가이드라인 작성에 고심하고 있다.

포유동물에서 정자를 얻은 수정난자는 세포분열을 시작하며 분열에 의해 유전성이 동일한 줄기세포가 되고, 이것이 분화해서 특정역할을 하는 조직을 구성하는 세포를 생산한다.

사람의 경우 수정 후 약 14일째 분화를 시작하고 약 8주간 지나면 분화방향이 정해져서, 조직제조를 위한 역할분담을 마친다.

생체의 이러한 ‘초기의 배아’(분열을 이제 막 시작한 수정란)가운데 있는 세포를 추출해서 얻은 세포가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 ESC)이다.

이 ESC는 생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능력을 가짐으로서 만능세포(Omnipotent cell)라는 별명을 가지며, 잘 배양하면 인체일부의 조직을 제조할 것이 기대되고, 따라서 ESC연구는 장차 불치병을 치료하는 재생의학에 큰 희망을 보여준다.

특히 의학연구에 강력한 연방정부자금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학계에 기대하는바 컸으며, 일직이 미국상하원은 “배아줄기세포연구추진을 위한 법안”이 여야당 의원의 압도적 다수표로 결의했었다.

그러나 보수파 종교관을 고집하는 부시는 “만일 이 법안이 법제화되는 날엔 미국납세자는 역사상 처음으로 생명체(인간배아)의 파괴행위에 대한 지지를 강요당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두 번이나 거부권행사를 했으며, 그 결과 미국서의 줄기세포연구는 크게 제한받고 있는 터다.

이러한 틈을 타서 한국이 세계의 줄기세포연구센터로 한때나마 각광받은바 있다. 2005도 미국과학잡지 ‘사이언스’에서 세계10대 과학연구업적의 하나로 선정된 한국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추출은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장기이식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거부반응'을 해결하여 21세기 장기이식의 혁신을 가져올 전망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바이오과학 입국을 지향하고자하는 한국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줄기세포은행’수립 프로젝트와 심지어 ‘한국노벨과학상’ 로비가 추진된 일이 기억에 새롭다.
그러나 2005년 12월 난자의 입수방법에 대한 윤리문제와 더불어, 연구내용 자체에 날조가 개입되었음이 판명되었다.

한국의 날조사건 이후 배아줄기세포에 의한 재생의학의 꿈은 주춤해졌다. 그런데 미국의 학계와 여러 주정부는 부시정부에 반기를 들어 주정부의 자금지원과 민간자금조달로 연구가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06년 6월 매사추세츠州에 소재한 하버드대학은 “인간클론 배(胚)를 사용한 배아줄기세포제조를 승인한다”고 정식발표 했으며, 매사추세츠 주정부는 주의회통과를 거처 2006년 8월 EBC연구를 허용했다.

ESC연구의 3가지 윤리문제

A. 사람의 ESC는 인간배아를 파괴해서 얻어진 세포라는 점이 윤리문제논란의 핵심이고, 미국유럽 등 기독교사회에서의 ESC연구는 현재 논란되고 있는 ‘인공임신중절’이라는 정치문제와 연결된다. 그러나 수정초기의 배아를 과연 생명체라 볼 수 있느냐는 문제가 제기되고, 진정한 생명의 탄생을, 수정란속의 줄기세포분화가 진행한 다음 단계(조직형성초기)로 설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B. 사람의 클론배아제작은 궁극적으로 ‘클론인간의 생산’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지만, 세계 각국의 ESC연구 가이드라인에 금지규제가 돼있다.

C. ESC연구결과 얻는 이익과 태아형성 이전의 초기생명체(배아)파괴라는 윤리문제를 두고, 어느 쪽에 비중을 두느냐는 관점차이가 있다. 현재 의학계서는 배아를 생명체로 인정하면서도, 인류에 공헌하는 재생의학의 엄청난 혜택에 비중을 두어 ESC연구를 찬성하고 있다. 부시대통령 측근인 상원공화당의장 닥터 Frist(*주: 심장이식 전문가이며, 한때 부시의 후계자물망에 오른바 있으나 그 후 ESC연구추진법안에 대한 의견대립으로 사이가 멀어졌다)는 ESC연구에 관한한 부시에 정면도전하고, “연방자금으로 ESC연구를 적극 추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부시를 비롯한 극단보수종교계는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전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니, ESC연구에 가시밭길이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그러던 중 2007년 11월에 일본 교도대학과 미국위스콘신대학 연구팀이 동시에 발표한 연구는 사람의 피부에 4종류의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서 ESC처럼 만능세포라 할 ‘분화다능성’을 지닌 ‘인공 다능성 줄기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 iPS라 약칭)를 확립했다.

윤리문제 때문에 특히 미국서 시련을 겪고 있는 ESC연구를 대치할 만능세포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기대되는바 몹시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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