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WHO 발표

ALDH2 결손, 한국인 일본인 등 몽고로이드에 많아
이종접합 보인자, 정상인에 비해 식도암 10배 높아

▲ 김일훈 박사
在美 내과 전문의, 의사평론가
앞장에 언급한바와 같이 WHO의 국제 암 연구기구(IARC)는 알코올이 암을 유발하는 원흉이라 지적했다. 그리고 알코올 분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ALDH2 효소의 일부가 결손된 사람은 음주량에 비례해서 식도암이 될 리스크가 높아지고, 음주경력이 없는 정상인에 비해 암 리스크는 최대 12배까지 된다고 발표했다.

알코올 대사와 ALDH 결손자
사람의 주된 알코올 대사효소 ADH(Alcohol Dehydrogenase)는 ethanol을 ALD(Acetoaldehyde)로 산화시키며, 이 ALD가 술취하게 만드는 독소이다. 그리고 효소ALDH (Aldehyde-Dehydrogenase)는 이 ALD를 acetate로 분해시켜 해독시킨다. ALDH에는 복수종류가 있으며, 그중 ALDH2라 부르는 효소가 가장 중요하고 주된 효소이다.
그런데 정상적인 ALDH2 활성이 결손된 사람은 ADL해독작용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술에 예민하고 약하다. 이러한 ALDH2 결손은 백인과 흑인에겐 거의 없으나, 아시안 특히 한국인 일본인 등 몽고로이드에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28~45%).

일본인 통계에 의하면 ALDH2가 정상인 자는 55%이고, 45%의 일본인은 ALDH2의 활성이 결손되어 있다. 결손자 중 유전자가 ‘결손+정상’으로 조립된 ‘이종접합 보인자’(heterozygous carrier)가 38%, 그리고 ‘결손+결손’으로 된 ‘동종접합 보인자’(homozygous carrier)가 7%이며, 합해서 45%가 된다(2003년 2월 18일자 필자칼럼 ‘알코올 대사와 인종차별 하는 술’ 참조).
일본학계의 연구에 의하면 일본 술(사께) 1홉을 마실 경우 ‘이종접합 보인자’와 ‘동종접합 보인자’는 결손이 없는 정상인에 비해, ALD(술 취하게 하는 독소)의 혈중농도는 각각 6배와 19배로 오른다.

그래서 ‘동종접합 보인자’(19배)는 한잔 술에도 녹초가 되는지라, 아예 술을 피하기 때문에 음주자가 없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종접합 보인자’는 술 한두 잔에 얼굴이 붉어지고(flushing), 몇 잔이면 2일간이나 취하면서도 음주하게 된다. 일본남자 중 술버릇이 아주 나쁜 대주가의 20%와 알코올 의존자의 약 10% 이상은 ‘이종접합 보인자’라는 통계다.
이들 ALDH2 결손자(이종접합 보인자)는 음주량이 많을수록 고농도의 발암성 알코올독소(ALD)에 노출된 식도와 인두 후두의 발암리스크는 심히 높아진다.

[도표 1]에서 보듯 식도암 리스크는 음주량에 비례하며, 특히 ALDH2 결손자(이종접합 보인자)는 비결손자(정상인)에 비해 약 10배나 더 높다.
술 한두 잔에 얼굴이 화끈거리고 붉어지는 안면홍조(flushing) 현상이 현재 또는 음주초기의 1~2년간 있었다는 음주자는 ALDH결손자일 확률이 약 90%이다.
따라서 이 방법(홍조현상)을 사용해서 유전자해석에 버금가는 식도암의 리스크평가가 가능하다. [도표 1]에서 오른쪽 표는 ALDH2 측정 없이 안면홍조 유무를 사용해서 구분한 두 그룹에서 주량과 리스크를 비교했으며, 보시다시피 왼쪽과 비슷한 곡선으로 나왔다. 술 한 잔에 안면홍조가 나타나는 사람은 ALDH2의 이종접합 보인자의 가능성을 입증한 셈이다.

한국인과 술
지구상에서 ALDH2 결손자는 주로 일본인 등 몽고로이드 족속이라는 사실은 국제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일본인의 ALDH2 결손자는 45%(이종접합 보인자 38%+동종접합 보인자 7%)며 지방별 분포도 잘 파악되어 있으나, 한국인통계는 찾아볼 수 없어 유감이다.
일본민족은 원시시대 원주민의 후손인 죠몬계(繩文系)와 몇천년 전에 조선반도로부터 들어간 도래인(渡來人)의 후손인 야오이계(彌生系)의 혼합족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술에 약한 ALDH 결손자는 유전적으로 야오이계가 가장 많다는 미애(三重)현과 아이지(愛知)현에 가장 많고(50% 이상), 죠몬계의 후손이 많은 아끼다(秋田)현에 가장 낮다(23%).

따라서 야오이계 일본인의 조상이라 볼 수 있는 우리 한국인의 ALDH 결손자는 일본평균(45%)보다 훨씬 높으리라 짐작된다. 우리 한국인의 체질은 선천적으로 술에 맞지 않는다는 말이며, 암을 비롯한 술 폐해도 가장 클 것이다.
다음은 의학신문 2003년 3월 3~10일자에 실린 필자칼럼 ‘한국인과 술’의 일부를 옮겨본다.
“지금부터 100년 전 한국에 온 미국 선교사가 한국인의 술주정 부리는 풍습을 못마땅하게 여겨 한국교인들에게 금주를 권했다.

현재 미국심장학회에서는 매일 마시는 소량(한잔)의 술은 몸에 유익하다고 권장하고 있으며, 절도 있는 미국 기독교사회에서는 금주를 강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다르다. 술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홍당무(Flushing)가 되며, 두잔 마시면 큰소리치는 주정뱅이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맥전반과증(麥田半過症)환자’ 즉 보리밭을 절반만 지나도 취하는 자라고 한다. 이러한 체질을 가진 한국 사람들이 많은지라 19세기 외국선교사가 한국인에게 권한 금주는 결코 인종주의적인 편견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들의 권고는 과학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인체 내 간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ALD)라는 유해물질로 분해되며, 이것이 주정의 주범이다. 그러나 이 물질은 다시 간에 있는 특수효소 ALDH에 의해서 분해, 배출됨으로써 이 유해성분이 완전 해독되기 마련이다.
이렇듯 술은 간을 경유해서 처리되며, 따라서 우리나라 옛날 술쟁이들이 말하던 “간에 기별도 안간다”라는 표현은 현대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많은 동양인에게는 술을 해독시키는 특수효소가 결핍되어 있으며, 반면 백인이나 흑인에게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즉 술 한두 잔에 안면홍조가 되는 맥주반과증은 동양인만이 갖는 증상으로 정신과학회에서는 이를 두고 ‘동양인 증후군(Oriental Syndrome)’이라고 부른다.
한잔 술은 몸에 좋다고 하니 옛말과 같이 ‘백약의 장(百藥의 長)’이라 할 것이나, 외국인에게 흉거리가 되듯 체질에 맞지 않은 많은 한국인에겐 술은 ‘백해무익(百害無益)’하다고 하겠다.

[도표 1] ALDH2 결손여부별로 본 음주량과 식도암 리스크

△왼쪽 표에서 음주량 일본주 1주 13홉(合)이면 정상인이 식도암이 될 리스크는 6.5이나 ALDH2 결손자는 65.3이며, 1주 30홉이면 각각 리스크는 12.1 대 103.8이다. Odds rate(가능성 비율)를 편리상 ‘리스크’라 표현했음. - 출처: 일본학회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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