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v, 단순생물 수명 최장 59% 연장시켜
붉은 포도주 함유 Resv, 불로초 가능성 시사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붉은 포도주 연구

매일 술 한 잔이 심장병위험을 저하시킨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데 더하여, 이번엔 붉은 포도주가 당뇨병을 비롯한 비만합병증을 예방하고, 수명을 연장시킨다는 사실이 동물(생쥐)실험에서 입증되었다.

하버드대학 Sinclair 교수팀은 포도 껍질과 붉은 포도주에 함유된 영양소 Resveratrol (‘Resv’라 약칭)을 매일 생쥐에 투여했더니 생쥐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등 여러 건강효과가 있음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네이처지(2006. 11. 16)에 발표했으며, 신문과 주간지 등 언론에도 널리 보도되었다.

연구팀은 생쥐를 A, B, C 3그룹으로 분류하여 A그룹에게 정상먹이(Standard Diet)를, 그리고 B와 C그룹에게 지방함량 60%로 된 고칼로리먹이(High calorie-High fat)를 다 같이 먹이되 C그룹에만 Resv를 별도로 투여했다[그림 참조].

[그림 1] 생쥐 A, B, C 3그룹에 대한 연구

[도표 1] 시일경과에 따른 생쥐 3그룹별 생존율 관찰

- 연구시작 후 52~115주간의 생존율관찰 -

그랬더니 고칼로리 먹이 그룹(B)의 생존율은 처음부터 A와 C보다 훨씬 낮은 반면, 고칼로리에다 Resv를 함께 투여한 그룹(C)의 생존율은 시일이 지나면서(114주) 정상그룹의 쥐(A)와 동일하게 나타났으며[도표 1], B그룹과는 달리 고혈당과 고인슐린혈증 그리고 심장병과 간지방증을 유발하지 않았다[다음 장 참조].

쥐 실험에 투여한 Resv 용량은 붉은 포도주의 함유량으로 환산하면 1천 잔에 해당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쥐 실험결과를 인체실험에 적용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Resv 농축물질로 된 보조식품을 개발하면 문제해결이 될 것이라 여겨지지만, 여의치 않은 일이다. Resv 흡수가 어려워 혈중농도를 올리는데 문제가 있고 또한 대량투여로 인한 인체의 안전성에도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 수명불가침학설이 무너질 듯

‘인간에게 주어진 최장수명(MLS= Maximum Life Span)의 인위적 연장은 불가능하다’고 우리는 배워왔다.

역사상 최장수명(MLS)을 누린 사람은 1997년 122.5세에 사망한 프랑스 여자 칼멘(Jeanne Calment)이다. 50대 이후의 동맥경화증과 만성질환의 예방치료가 가능해져 많은 복 많은 사람이 장수하다가 자연사하는 현시점에서도 인간은 MLS이전에 사망해야하니, 결국 인간의 자연사 원인은 질병이 아니라 생체능력의 쇠퇴 즉, homeostasis(恒常性)를 유지하는 기능상실 때문에 죽는다는 학설(Dr. Leomard Hayflick)이 지배적이었다.

우주와 자연을 정복해나가는 인간의 지능은 무한정하여 인간의 최장수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힘이 있을 것 같지만, 어떠한 초인적인 과학의 힘으로도 그것만은 불가능하다고 했으니, 그것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할 것이며 종교적으로는 절대적인 하나님의 뜻일 것이고, 좀 더 과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생물세포의 homeostasis 유지기능에는 한계가 있게 돼있기 때문이라고 했다(의학신문 2002년 6월 18일자 필자의 ‘고령사회노인-1’ 참조).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간의 최장수명 연장가능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Resv 종류의 합성품이 실험중이고, Res보다 1천배나 강한 합성품을 제조해 실험중이라고 하며, 5년 이내에 시장출품이 예상된다고 전한다.

현대과학은 Resv가 단순생물(yeast 등)의 수명을 최장 59% 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하니 이를 인간의 MLS에 적용해 보면, 인간수명도 최고 194세까지 연장되는 셈이다(*주: 인간의 최장수자 프랑스여인의 122.5세에다 그 59%를 더하면 194세가 된다).

그렇게 일이 성사되는 날에는 진시황 이래 사람들이 갈구하던 불로초(不老草)가 선보일 날도 멀지 않다고 하겠으니, 21세기 첨단학문 유전학(genetics)에 기대해 볼 일이다.

■ 포도주와 프랑스 패러독스

유럽에서도 프랑스인은 흡연율이 높고 육류 등 포화지방음식섭취가 많은데도, 비만유행이 낮고 심장병사망률이 미국에 비해 1/3밖에 안되어 유럽에서도 최하위권에 속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현상을 언론계에서는 ‘French Paradox’(프랑스의 모순)이라 부르며, 그 이유를 프랑스인이 즐기는 붉은 와인(포도주)효과라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 불가사의한 비밀을 학계에서는 아직 해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하버드 대학에서 술과 심장병의 상관관계에 대한 가장 광범하고 철저한 연구결과 포도주는 알코올로서의 이득이 있을 뿐, 붉은 포도주이기 때문에 오는 특수이득은 없다고 했다(NEJM Vol 348. 2003-1-9).

여기대한 필자의 글 일부(참조: 의학신문 2003년 2월 18일자 ‘알코올에 관한 최신지견-1’)를 다음과 같이 괄호 안에 인용해 본다.

<<하버드대학에서 지난 12년간에 걸쳐 심장병이 없고 건강여건이 유사한 미국남자 3만8077명을 대상으로 추적한 임상역학 연구조사(Cohort study)인데, 이중 1418명의 심장병환자가 발생했으며, 이들에 대한 음주문제를 분석 고찰했다.
연구결과는 종전과 다름없이 1일 1잔 이상 매일 술을 마시면 심장병발생을 크게(1/3 정도) 감소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득은 술의 종류나 마시는 방법(식사 때 반주 등)에 관계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많은 문헌에서 포도주, 특히 붉은 포도주가 심장병 예방에 도움 준다고 말해왔다. 포도주에 함유된 polyphenols라는 항산화제(anti-oxidant)가 심장병위험도를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는 마시는 술 종류와 상관관계가 없으며, 음주가 심장병을 감소케 하는 주된 이유는 알코올이 HDL(좋은 콜레스테롤)치를 높이고 아스피린처럼 혈액응고를 막는 작용이 있기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프랑스인의 자랑인 포도주의 마력을 부정한 셈인데…… ‘포도주 유익설’은 프랑스인이 만든 전설이 아니라, 조지타운대학을 비롯한 여러 연구에서 간접적이나마 시인한 적이 있는 가설이다. 그러나 포도주와 다른 술을 광범위하게 비교 조사한 연구는 이번 하버드연구가 처음인 것이다.>>

하버드 연구는 포도주 애호가에게 큰 실망을 준 셈인데 이번 네이처지에 발표된 또 하나의 하버드대학연구는 비록 동물(생쥐)실험이기는 하나, 붉은 포도주에 함유된 Resveratrol이 장차 사람에게 불로초가 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옛 부터 유럽에서는 과식(Gluttony)이 보기 흉한 뚱보의 원인이고 많은 질병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과식을 7대악의 하나로 취급했으며, 그 결과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억제해왔었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붉은 포도주에 담긴 Resv의 신비성이 현실화되는 날에는 사람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마음대로 식도락(7대악 행위)을 즐기게 될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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