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그래서 혼란스러운 것을 역동적이라고 표현한다면 우리나라는 역동적이다. 언제 부쳐놓은 것인지는 몰라도 전철 안에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국정홍보처의 스티커를 보고 한 생각이다. 다이나믹 코리아라는 말뜻에는 역동적이라는 좋은 의미도 있겠지만, 너무나 역동적인 나머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뜻도 있다. 사실 말이 좋아서 역동적이지 최근 국내의 상황은 혼란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역동적이라는 말을 보고 떠오르는 단어들은 끊임없는 파업과 편가르기, 욕설, 밀어붙이기, 두드려 패기, 떠넘기기와 같은 온통 부정적인 것들뿐인 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인지 모르겠다.

 2006년도 의료계의 다이나믹도 만만치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사건과 비슷한 의협회장의 불신임 건은 상황이 끝났는데도 원인은 해결되지 못한 채 내부갈등만 더욱 커졌다. 이 두 사건 모두 어차피 한번 터질 일이었다는 말은 잠시 위안은 될지언정 나라나 의료계를 위해서 별로 바람직한 일은 아니었다. 2006년도에는 유난히 의료계와 관련된 기관이나 단체의 장이 많이 바뀌었다. 의사협회장과 병원협회장이 바뀌었고, 의학회장이 바뀌었다. 복지부장관을 비롯하여 심평원장, 건강보험공단이사장과 식약청장이 바뀌었다. 그 외에도 간호협회, 약사회 등의 회장과 국시원장과 의정회 회장도 바뀌었다. 물론 안 바뀐 사람도 있다. 의료와 관련이 있는 청와대 보건사회수석비서관인 김용익 교수는 안 바뀌었다.

 물론 나는 복지부장관도, 김용익 교수도 그리고 새 심평원장도 잘 알지 못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새 의협회장도 병협회장도 의학회 회장도 잘 알지 못한다. 잘 알지 못한다는 말은 자세히 또는 정확히 모른다는 뜻이다. 물론 그 분들을 이런 저런 이유로 강연회나 공식적인 모임에서 만난 적은 있지만 그것으로 그 분들을 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내가 그 분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 분들 정도의 나이가 되면 웬만해서는 평소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것들은 나만 아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특히 정신과 의사들은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정신과의사들은 정신병환자의 정신병치료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환자의 평소 생각이나 행동에 무게를 많이 둔다고 한다. 평소에는 이상한 행동이나 이야기를 하던 환자가 정신과 의사 면담시간에서만 올바른 듯한 행동과 말을 한다고 해서 정신병이 나았다고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 사람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그 사람의 평소 행동과 말, 즉 생각의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사람의 생각은 자라온 환경에 따라 서서히 바뀌어 나가지만 나이가 50세쯤 되면 아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웬만해서는 바뀌기 어렵다고 한다. 이러한 사고의 일관성은 외부의 정신적, 심리적 충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필요한 생리기전인 셈이다.

 일관된 생각이 없다면 급격한 상황변화에 대처하는 판단 기준이 모호해져서 결국 정신병으로 발전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혼란은 급작스런 외부변화에 대한 정상 반응인 셈이다. 즉 이런 혼란을 받아드리는데 정신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혼란을 받아들이기 전에 너무 자주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분들이 2006년도에 대거 교체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혼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한 가지 생각해 보았다. 그 분들의 현재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을 보지말고, 그 분들이 그 자리에 있기 전에 했던 말과 행동을 보면 정책의 진심을 이해할 수 있다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공개적이고 공식적으로 하는 말과 행동만 믿고 살다가는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것은 의학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증명된 것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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