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공중파 TV 코미디 프로그램에 ‘김기사~ 운전해’라는 코너가 있다.

 젊은 사모님과 사모님 차를 운전하는 김기사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그린 코미디이다. 짐작하는 것처럼 이 코너에서 사모님은 돈은 많지만 좀 모자라고 약간 천박하며 자기 과시욕이 강한 캐릭터로 나온다. 거기에 비해 김기사는 정직하고 성실한 인물로 그려진다. 대개의 내용은 이렇다. 사모님이 운전 중인 김기사에게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한다. 그러면 김기사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 한다. 그러면 사모님은 재밌어하면서 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을 하는데 이때 김기사가 질문의 요지를 이해하고 제대로 된 답변을 하면 사모님은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없어진다. 그때 나오는 말이 ‘김기사~ 운전해!’이다. 딱히 할 말이 없고 겸연쩍으니까 하는 소리인 셈이다.

 이 코너가 인기가 있는 것은 코너에 등장하는 연기자의 연기가 훌륭해서이기도 하지만,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에 대한 풍자와 함께 카타르시스도 한 몫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에게 비춰지는 사모님은 나 자신일 수도 있고, 나의 상사일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인이나 공무원도 그 범주에 들어갈 수 있다. 그러면 김기사는 누구일까? 참고로 김기사를 나와 동일시해야만 이 코너가 더욱 재밌어진다.

 얼마 전 미국 샤롯빌이라는 곳에 간 일이 있었다. 워싱턴 DC 남쪽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도시 전체가 대학인 소위 전형적인 대학도시로 버지니아주립대가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연수중인 교수의 말에 의하면 이 한적한 시골마을에 한국에서 온 조기유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들이 와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유명한 사립고등학교가 버지니아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고 좋은 학군(?)을 따라 그 시골까지 한국의 어린 학생들이 와 있는 것이다.

 올해 초 외국계 투자회사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장기투자전망을 내놓았다. 단기적으로 어려움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좋을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면서 몇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어린 학생들의 조기유학과 왕성한 해외연수를 들었다. 뜻밖이었다. 국내의 공교육이 열악하고 비싼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그럴 바에야 차라리 외국으로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외국투자가들의 눈에는 좋게 비추어졌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이 시장의 원리이다. 정부가 아무리 평등교육을 외치고 교육에서의 ‘3불정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여도 죽은 자신 껴안고 있는 꼴이라는 말이다. 자기 자식에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부모들의 마음을 정책으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요즘 개원가는 연말정산 영수증 문제로 시끄럽다. 이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정부는 이런 저런 좋은 구실을 대지만, 결국은 의료수가를 낮추겠다는 것이 속셈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구조는 낮은 수가로 인하여 국민들이 의료에 만족하지 못하면서도 효율은 떨어지는 ‘저비용-저효율’ 구조라는 것이 정설이다. 국민의 요구와 시장의 원리를 무시하는 정책이 유독 의료분야에서만 성공할 것이라고 믿는 관료들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김의사~ 시키는 대로 해!”라는 말을 언제나 정부로부터 안 듣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