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모델의 성공과 실패


정책개입은 단기적 효과…출산율 저하 해결 못해
TFR 개선위해 ‘스웨덴 모델’ 타산지석 삼아야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스웨덴 모델

스웨덴에서 1970년대 후반의 소자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정부시책을 스웨덴모델(Swedish model)이라 부른다.

스웨덴모델 중에서 의료와 사회복지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부문이며, 둘 다 국가보험이 그 자원이다.

결혼이나 출산은 각자가 자유로이 결정할 사항이며, 정부나 사회가 개인에게 강요할 일이 못된다. 따라서 정부에서 해야 하는 소자화 예방대책은 결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기를 갖고 싶어도 못 가지는 사람들에 대해서 ‘못하고’ ‘못 가지는’ 장애요소를 제거해주고 그들의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스웨덴의 TFR는 1960년 이후 여성의 사회진출의 확대에 따라 하락을 계속하여, 1978엔 도표에서 보듯 1.6이하로 내렸다.

이에 당황한 스웨덴 정부는 1980년에 들어서면서 보육소와 보육서비스의 정비확장, 아동수당증액, 육아기간 중 일하는 양친(兩親)의 소득을 보장하는 양친보험제도의 강화 등 정책을 실시했다. 이렇듯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제도에 의한 시책인 ‘스웨덴 모델’의 3대 기둥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유급육아휴업제도= 양친보험프로그램에서 산모에게 출산전후 3개월간의 출산휴업이 보장되고 그 후 10개월간의 유급(봉급의 90%)휴가혜택이 있으며, 추가해서 봉급의 일부가 커버되는 3개월 휴가가 허용된다. 출산휴가에서 남자(아기의 父)도 45일간 나누어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스웨덴은 모든 신생아에게 출생 후 1년 이상 부모의 직접케어가 가능하다.

또한 출산장려를 위해 첫 출산 후 30개월 이내에 다음출산을 할 경우 양친은 수입손실 없이 초산 때와 동일한 금액의 급여보장을 계속 받을 수 있게 했다(종전에는 18개월).
1986년에 제정되어 급행요금(speed premium)이라는 별칭을 가진 이러한 시책으로 단기간(30개월)에 출산하는 모친의 수가 크게 늘어났다.

그리고 1988년에 ‘새로운 혼인법’과 1989년엔 동서법(同棲法)을 제정해서 법적 혼인유무에 관계없이 동거남여의 사회적 경제적대우를 동등케 하고 똑같은 혜택을 줌으로서 보다 강력한 출산 육아 가족지원책을 내세웠다.

▲아동수당제도= 자식교육과 양육에 반생동안 책임지고 모든 정성을 바쳐야한다는 점에서 자녀들은 ‘사치스러운 소비재’가 되어 크게 부담스런 달갑지 않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 스웨덴 두 연령층의 초산율(*)과 TFR의 연도별 변화

*각 출산율(왼편수치)은 1997년도 젊은 산모층(16~28세)의 출산율을 1.0으로 책정해서 각 비율을 나타낸 수치이다.

표에서 연도별출산율은 젊은층(16~28세)에서 줄어들고, 중년층(31~43세)에서 증가하는 만산화(晩産化)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활기차고 생산력이 있는 젊은 사회를 유지하려는 국가정책을 도우기위해서 자녀를 출산했으니, 국가는 당연히 아동의 양육을 도울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도 아동수당은 정당화되어간다.

아동수당은 전액 국고부담으로 사회보험사무소에서 16세미만의 아동을 가진 부모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지급된다. 1999년의 기본금액(첫 아동에 대한 지급액수)이 매월 750 KR(스웨덴 화폐단위 Krone을 KR라 약함. 750 KR는 미국 달러로 약 $105이다)이었으나 2001년엔 950KR($133)로 증액되었다.

그래서 자녀가 2인인 경우 아동수당은 매월 1900 KR($266)이고, 3번째 아동부터는 상금이라 할 다자가산(多子加算)제도가 추가되어 3번째는 매월 1195KR(950+245), 4번째는 1719KR(950+769) 그리고 5번째부터는 매월 1900KR(950+950)씩 지급받는다. 그 결과 자녀 5인의 경우 아동수당총액은 매월 6714KR($940)이 된다.

다자가산제도는 일시 중단된 적이 있었으나, 1998년에 다시 회복되었다.

▲ 보육소 서비스시책= 양친이 취업 또는 취학하고 있는 아동 1세부터 12세에 대해서 광범위한 아동보육장소를 제공해왔으며, 1995년엔 법률에 의해서 시설제공을 의무화하고 정착시켰다.

보육소는 1주에 5일간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소하고 있어, 직장근무에 지장이 없으며, 서비스 형태에 따라 일반보육소, 가정보육소, 학동보육소(여가센터)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스웨덴모델 결과 1980년대의 경제성장과 때를 맞추어 스웨덴의 출생률은 급상승하여 1990년엔 TFR 2.13까지 올라서 피크를 이루었다(도표 참조).

이렇듯 출산과 육아와 가족 지원책이 성공한 업적은, 국제적으로 ‘스웨덴의 기적’이라 부를 정도로 높이 평가되었다.

참고로 첫아기를 출산하는 산모를 젊은 층(16~28세)과 중년층(31~43세)의 두 연령그룹으로 구분해서 관찰해보면 도표에서 보듯 31~43세의 만산(晩産)이 증가하고 있음이 특징이다(참조: 본시리즈 5번의 ‘만혼과 만산화’).

■ 스웨덴 쇼크

그러나 1990년을 마지막으로 TFR 오름세는 끝나고, 그 후 차츰 하락하여 1997년엔 1970년대 수준이 되고, 1999년 1.5와 2003년 1.54가 되어 ‘스웨덴 쇼크’라 부르는 반대현상이 생기게 되었다. 말하자면 ‘스웨덴의 기적’은 10년이 멀다하고 ‘스웨덴 쇼크’로 돌변한 것이다.

현재 TFR 최하위국가 한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무턱대고 스웨덴모델을 귀감삼아 정부정책을 짜고 있는 터에, 스웨덴의 성공과 실패는 타산지석이 되고도 남을 것이다.

‘스웨덴 쇼크’사태에 대해 다음의 3가지 요인을 열거하는 학자가 있다.

첫째, 90년대 초반의 심각한 경기불황이다. 스웨덴경제는 1991~93년의 3년간 대불황으로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겪고, 실업률이 종전의 1%에서 7~8%로 급증했다. 따라서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 국민부담율이 가장 높고 부부가 같이 일하는 나라(스웨덴)에서, 경제환경의 악화결과 실업률증가와 소득감소는 바로 출산율에 영향 미치게 되고 출산의욕을 약화시켰던 것이다.


둘째, 재정적자삭감의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양친보험의 급부수준이 인하되었다. 사회보장급부의 삭감에 이어서 출산과 육아지원예산의 후퇴도 부득이하게 되었다.
즉 양친보험의 소득보장률은 1996년에 90%에서 75%로 감액되고 아동수당도 10~20% 삭감되었으며, 아동 3인 이상에 주는 ‘다자가산제도’도 중단됐다.

이와 같이 출산장려금액이 점차 감액됨에 따라 젊은 부부는 정책에 대한 반발로 출산을 회피하는 경향마자 생겼다고 전한다.

셋째, 1980년대 베이비붐 시대에 대한 반동이기도 하다. 당시 급행요금(speed premium)덕분에 이미 아기 2명을 가진 젊은 여성들은 90년대의 경제 불황으로 인한 정부의 출산육아정책의 후퇴 때문에, 그 이상의 출산을 삼가게 되었다.

이상과 같은 요인으로 하락한 TFR의 만회를 위해 스웨덴정부는 1998년부터 종전의 ‘다자가산재도’를 부활시키고 양친보험에서 육아휴업의 소득보장률을 봉급의 80%(현재는 90%)로 올렸다. 그리고 아동수당을 종전처럼 매월 950KR으로 인상하고 더구나 아동이 20세 되기까지 의료비무료혜택을 주었다. 그런데도 TFR는 여전히 1.5대에 머물고 2003년도엔 1.54이다.

스웨덴의 TFR 변동이 시사하는 바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순수한 개인행위에 대해서 국가의 개입과 정책강화는 어느 정도의 범위이내에서 확실히 효과가 있으나 동시에 조금이라도 기존정책의 약화는 직시 TFR저하를 동반한다는 것이다.

스웨덴모델의 성공과 실패에서 우리는 TFR 개선이 경제호황과 밀접히 연관되고, 국가차원의 정책개입효과는 어디까지나 단기적이며 장기적으로 출생률저하를 저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베우게 된다.

말하자면 ‘스웨덴모델’을 그대로 옮겨서 우리의 TFR 문제를 자신 있게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일이라 할 수 있으니, ‘스웨덴 신화’는 우리에겐 한갓 북유럽의 환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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