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들 저출산율 극복 최대 이슈 부각
국가별 출산율 제고위해 정책지원 강화 뚜렷
독일 유급휴가 1년 보장-폴란드 출산상금 지원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유럽의 TFR 동향

독일에서 ‘잔인한 어미(raben mutter)’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고 한다. 자기가 낳은 아기를 사랑할 줄 모르는 비정한 어머니, 이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를 탁아소에 맡기고서 일하러 나가는 이기적인 어미의 대명사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직업여성은 3자녀의 어머니인데, 셋째 아기가 10개월 되자마자 직장에 다시 나간다고 해서 주변에서 그녀를 ‘잔인한 어머니’로 취급한다는 것이다.

이 ‘잔인한 어미 콤플렉스’영향으로 지난 30년간 독일에 아기 없는 성인여자가 30%나 되고, 최근까지 독일이 유럽에서 최하위 TFR(Total Fertility Rate. 1.37)를 지속하는 불명예를 낳게 했다고 본다.

독일이 이런 상태로 계속된다면 얼마 안가서 2020년엔 60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30%를 차지하고, 일하고 있는 연금지불인과 은퇴한 연급수령인의 비율이 현재의 2대1에서 1대1이 된다는 추산이다.

현 인구유지를 위해서는 TFR 2.1이 돼야하는데 뾰족한 대책이 없는 한, 장차 독일은 현재인구는 8300만명에서 2050년도엔 7900만명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TFR 급강하는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전체 현상이다.

한때 가장 부유하고 건전했던 유럽대륙의 이러한 저(低)출산현실은, 인구문제의 파국을 예견케 하고 결과적으로 유럽의 경제생존과 복지사회유지를 위협하고 있다.

인구감소문제에 대해서 여러 신학자는 ‘인구번식 욕망상실은 신앙상실과 직접 연관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인구문제 전문가들은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실제 예를 들어 프랑스와 북쪽 스캔디나비아 여러 국가는 유럽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나라이며 그들의 결혼률이 낮고 이혼율이 높지만, TFR은 프랑스 1.9와 노르웨이 1.8로 유럽에서 높은 편이다(참조 : 그림 1에서 진한 부분).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산아제한을 반대하는 천주교 국가이나, TFR 은 각각 1.23과 1.15로 서쪽유럽에서 가장 낮다. 두 나라는 결혼률이 높고 이혼율이 낮은데도, TFR 개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출산과 경제문제

인구전문가들 조사결과 많은 유럽부부들은 아기를 원하지만 주로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출산을 억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의 한 싱크탱크에 의하면, 만일 영국부부가 자기가 원하는 만큼 자녀를 가진다면 해마다 9만 명이 더(추가로) 출산할 것이라 추정했다.

독일에서의 연구도 마찬가지로 원하는 대로 출산한다면, 그들 TFR은 즉각 1.75로 증가하리라 했다.

유럽인의 공통된 소원은 ‘직업이냐 아기냐’중 양자택일이 아니라, 부부 서로 독립적인 직장을 유지하면서 아이도 가지는 모델이다.

정부차원의 제도적 혜택과 다수여성의 직장참여를 통해서 이러한 여건(모델)을 허용하는 사회에서는 출산율을 높이기 마련이다.

바로 이 여건이 구비됨으로써 프랑스와 스캔디나비아에서 TFR이 비교적 높다는 평이다. 그곳엔 출근과 퇴근시 부부교대로 어린이를 보육소에 대려다주거나 집으로 데리고 오는 일이 흔하다고 전한다.

직업여성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소자화’대책이고, 여기엔 남녀 공동참여가 필수적이다.

한국처럼 남편이 늦게까지 직장에서 잔무를 처리하는 일이 없이, 퇴근시간을 엄수하는 것도 ‘소자화’방지에 효과적인 대응이라 하겠다.

‘사랑과 야망’에서 야망(직장출세)보다 사랑(가정행복)을 우선하는 사회라야 출산율이 오르기 때문이다.

북유럽과 프랑스는 정부예산으로 탁아소가 광범위하게 설치되어있어, 출산 후의 산모가 직업전선에서 계속 일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참고로 WHO에서 세계 각국의 의료제도를 평가조사한 보고서(The World Health Re port 2000)에 의하면, 전반적인 의료제도수행(Over All Health System Performance)에 있어 191개 가맹국 중 프랑스가 가장 잘되어 있는 제1랭킹 의료국가임을 알린다.

현재 만혼(晩婚)은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 흐름이고, 만혼화는 출산율 저하의 요인이다(참조: 본시리즈- 5번). 그런데 프랑스와 북유럽에서는 직업여성들이 만혼으로 30세 이후에 출산을 따라잡는 소위 캐치-업(catch up)현상이 뚜렷하고, 도표에서 보듯 스웨덴서 31~43세층에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

[그림 1] 유럽 각 국의 TFR(색별농도로 4구분 했음)

유럽 각 지역별로 1960-65년도와 2000-05년도의 TFR 변동. (출처: 유엔)

이처럼 가정과 육아에 ‘남여공동참여’하는 프랑스와 북유럽국가는 독일 등 다른 유럽국가보다 높은 TFR을 유지하고 있다(참조: 그림 1).

독일은 ‘잔인한 어머니 콤플렉스’ 때문에, 동양 사회처럼 ‘가정은 여자 몫’이 되어 직업여성들은 만혼출산을 기피하고 있음으로 TFR수치는 여전히 최하위다.

최근 독일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자 행정수반의 출현을 보게 되었으며 그녀는 취임선물로, 출산장려를 목적으로 한 ‘개혁안 패키지’를 선보였다.

법안내용에서 산모는 출산 후 1년간 유급휴가가 허용되고 휴가기간의 월급은 본봉의 2/3을 지급받되 최고 월 2300달러(환산)의 상한선을 두는 반면, 본봉 1275달러이하의 저소득자에겐 전액을 지불케 했다. 그리고 산모 남편도 같은 조건으로 2개월간 출산휴가가 가능하다.

독일의 장래를 위해 최저출산 국가라는 누명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궁여지책이라 할 것이며, 여자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여성수상만이 할 수 있는 결단이라고 하겠다.

모든 독일인은 여성수상에게 박수갈채를 올리고 있으며 일부 여성들은 한걸음 더 나가서, 어린이학교수업시간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독일의 어린이학교는 오후1시 이전에 문을 닫는데, 학교시간을 몇 시간 더 연장함으로서 더욱 직장인 편리를 봐주기를 바란다.

아무튼 혁신안에 의해서 독일부부는 원하는 만큼의 자녀를 가질 수 있는 날이 기대된다.

[그림 1]의 지역별도표에서 보듯 동유럽의 TFR가 가장 낮다.

가톨릭국가 폴란드는 아기 하나 출산마다 정부서 상금조로 320달러 지불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여기대해 “세금혜택을 줄 일이지, 현금 주는 일은 무책임한 정책이다”는 비난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돈은 자칫하다가 알코올과 마약의 푼돈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포르트갈 역시 보수적인 가톨릭국가이며 그들은 연금법개정에서 자녀수가 2인 또는 2인 이상 가진 직장인에겐 자녀수가 2인 이하의 직장인보다 연금지불액을 감소시켜주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다음세대에서 연금 지불해 줄 자녀수가 적으면 벌금을 물게 한다는, 사회정의에 입각한 법안이라고 억지 해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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