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한 논문은 학문에 대한 배신]

'연구논문은 과학자의 생명'
美·日서도 사이비 논문 횡행
'전통의학 세계화' 과학에 역행하는 발상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이번 장에서는 부정한 논문으로 학문을 배신한 학자들을 찾아본다.

 교육부총리의 논문표절과 이중게재문제가 한국사회에 일대소란을 일으켰다. 아시다시피 교육부는 학계의 부정행위에 대한 최고 감독기관이며, 교육부총리는 책임진 총수라 할 수 있는데, 바로 그 책임자가 "이중논문게재는 학계의 관행" 이라고 말했다니 어이가 없다. 이러한 학계분위기 가운데서 서울대 황 교수의 줄기세포연구논문조작처럼 세계학계에 망신당한 사건의 재발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

 부정한 논문은 학문에 대한 배신행위이다. 오늘날의 인류복지는 헌신적인 과학자의 연구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이들 학자들은 그들 나름의 연구발표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학자들은 'Publish or Perish'(논문출판을 하든지, 아니면 물러나든지 하라!)라는 절박관념 속에서 학문생활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구논문은 그들 연구업적의 결실이자 과학자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학전선에서 부정으로 남에게 앞서려는 일부 허욕 많은 사이비과학자의 횡행(橫行)은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도처에 있는 현상이기도 하다.

 황 교수 사건을 계기로 저 유명한 미국의 벨연구소(Bell Lab)의 부정논문사건을 비롯해서 '세계 5대 과학사기 사건'은 한국의 언론에 이미 소개된바 있으니 관심가진 독자에게 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그러면 여기에 이웃나라 일본의 일류대학에서 발생한 논문날조사건을 소개해본다.

■ 동경대 논문날조의혹사건

 동경대학은 2005년 9월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다이라(Taira·대학원공학과)교수 연구팀이 2002년부터 2004년에 걸쳐 'Nature'지를 비롯한 해외의 권위 있는 과학지에 발표한 12개 논문 중 4개 논문에 관해서 "실험결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다.

 잇따라 2005년 9월 22일자 Nature지에 'Lack of lab notes casts doubut on RNA researcher's results'라는 제목으로 일본 동경대학의 논문부정의혹에 대한 기사가 실렸다. 부정논문의혹은 다음과 같다.

 논문내용은 저명한 유전자학자인 다이라 교수팀에서 시행한 '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는 RNA간섭'이라는 분야의 연구이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의 작동을 억압하기 위해 이 분야의 임상응용이 기대되고, 이러한 연구는 장차 노벨상의 후보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RNA(Ribonucleic-acid)에 관한 연구자로 구성된 일본 RNA학회는 다이라 교수의 연구논문을 검토한 결과 "실험에 재현성이 없다"고 판단하고서 동경대학에 대해 이 논문의 조사를 의뢰했었다(2005년 4월).

 대학당국은 즉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서 조사한 결과, 다이라 교수논문은 연구를 뒷받침하는데 불가결한 실험데이터와 실험플랜을 기록한 서류를 남기지 않았음을 발견하고, "실험이 실행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혹을 이번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다. 그리고 연구팀에게 추가실험을 해서 1년 내에 결과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다이라 교수팀은 2006년 3월 추가실험데이터를 제출했으나 조사위원회서 검토한 결과 "부정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 논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 대해 다이라 교수 말은 "실험결과에 자신이 있지만 이를 입증할 증거제출이 어려워, 반성하고 있다"고 황 교수처럼 변명하고 있다.

 동경대학은 최근 다이라 교수와 조수에 대해 "대학의 명예와 신용을 크게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징계방침을 세웠다고 전하며, 귀추가 주목된다.

■ 오사카대학 논문조작사건

 2004년 10월 17일 미국학술지 Nature Medicine에 'Enhance insulin sensitivity, energy expenditure and thermogenesis in adipose-specific Pten suppression in mice'라는 제목의 일본 오사카대학의 연구논문이 있다.

 논문은 "효소 Pten의 작용을 억제하면 과식을 해도 체중이 줄고, 인슐린 작용이 좋아져서 혈당이 내린다는 사실을 마우스실험에서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비만증과 당뇨병이 유행병처럼 퍼지고 있는 요즘 세상에 가장 요긴한 연구라 하겠다.

 Pten은 지방조직에 함유된 중요한 효소(phosphatase)인데, 본 연구는 지방에서 Pten이 결여된 마우스(AdipoPten-KO)를 조성해서 실험했다는 것이다. 내분비학 교수 시모무라(下村)팀의 연구결과이며, 제1 필자는 고마자와(駒澤)라는 의대학생이다. 학계에서 이들 논문에 대한 의혹이 일기시작하자 대학에서 조사에 착수했고, 논문작성에 깊이 관여한 학생필자가 조사위원에게 조작사실을 시인했다고 한다. 조사결과 실험기록노트나 실험용 마우스조차 발견할 수가 없어 실험전체가 날조됐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정이다.

 담당교수는 이미 학술지에 논문취소를 신청했다고 하며, 계속 조사추궁중이라 전한다.

■ 부정논문 고발창구 설치

 이상 두 건은 일본의 최고대학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은 부정과학논문사건이고, 다른 대학에도 유사사건이 많음을 알린다.

 그리하여 일본대학의 감독기관인 교육과학성은 연구논문부정에 대한 대책으로 논문표절이나 연구데이터도용 또는 날조와 조작의 고발을 접수할 창구를 부내에 설치키로 결정했다는 뉴스다. 또한 2007년도 연구비 공모의 응모자격에서, 학문의 부정행위에 관여된 자는 향후 10년간 자격을 박탈하는 엄격한 벌칙규정도 세웠다는 것이다.

■ 한국은 어디로

 일본은 교육부 명칭조차 '교육과학성'으로 되어, 여러모로 과학육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의 여러 의료정책제시 뉴스는 너무나 실망적인 것이 많다. 의학연구의 전당이어야 할 국립대학병원을 보건부 관할에 넣어 정부직할 복지병원으로 격하하려드는가 하면, 국립한의대 또는 국립한의학전문대를 추진하는 등 과학에 역행하는 것들이 허다하다.

 과학교육의 배경이 없는 저(低)교육 지도자에 의해서 추진되어온 시대역행적인 '전통의학의 세계화'라는 희극정책은 한국국민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에 호응해서 언론지에도 온통 전통의학과 대체의학 광고 투성이니 너무나 한심스럽다. "허준이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하는 길만이 우수한 한국의학을 살리게 될 것이다.

 미국교포사회에도 대체의학 광고가 판을 치고, 학계단체와 무관한 유령단체 또는 교회에서 주최하는 대체의학 또는 비과학적인 무당과 다름없는 건강강연이 성행하고 있다.

 한국의 일류 의대졸업자가 출신학교와 학위를 내세우며 그들이 고안했다는 대체약품을 선전광고하고, 심지어 서울X대 교수들의 사진을 크게 싣고서 그들 연구에서 입증된 만병통치보약이라는 과대광고도 나돌고 있다. 물론 장사꾼에 이용당한 결과겠지만, 의사와 교수가 이런 짓을 해야만 먹고 사는지 슬픈 일이다. 한국의학계와 모교에서는 이따위 사기꾼동료들을 색출단속해서 처벌할 창구설치가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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