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와 결탁한 학계 권위자들
임산부 항우울제 계속복용 추천
학계-제약사 투명한 관계설정 시급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제약사에 매수된 논문과 학자들

 미국정부 통계에 의하면 여자는 남자보다 우울증 걸리는 비율이 2배나 높고, 일생동안 우울증이 될 위험도는 25%나 된다.

 AMA에서는 미국임산부의 1%(4만 명)이상이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하며, 2005년도 항우울제의 총 매출은 125억 달러($12.5B)라는 거액이다.

 그런데 현재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여자는 '임신해서도 계속 약복용을 해야 하나?'의 문제가 논점이 되고 있다.

 지난번 JAMA(2006. 2. 1)에 미국의 유명대학교수 13명이 참여한 연구결과, '임산부가 항우울제 투약을 중단하면,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성을 크게 높인다'고 경고한 논문이 나왔다.

 13명 가운데는 다음에 언급할 하버드의 L. S. Cohen 교수와 Viguera 교수, 그리고 Emory대의 Stowe 교수 등이 포함되었다.

 이 연구논문은 임산부의 항우울제 사용중단을 경고한 최초의 문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임신 중 호르몬변화가 임산부를 우울증으로부터 보호 한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번 JAMA 논문은 종전학설과 상반되는 글이라는 점에서 학계와 사회의 주목을 끌었다.

 JAMA의 새로운 뉴스는 신문과 텔레비전 등 언론을 통해서, 그리고 저자들의 강연에 의해서 널리 선전되었다.

◇ 2005년도 5대 항-우울제 매상변동(%)

- 출처: IMS Health -

 임신과 항우울제의 안전성문제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약품판매가 감소하던 차에<표 참조>, 때마침 임산부에게 항우울제 계속복용을 학계권위자들이 추천한 JAMA 논문은 항우울제 - 제약사에게 일대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자 13명 모두가 항우울제 제약사의 상담역 또는 강사로서 금전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탄로난 것이다.

 그리고 그중 7명의 연구는 이들 제약사의 자금으로 이루어 졌다고 한다.

 저자들은 전반적으로 60종류의 재정지원을 제약사로부터 받았음에도, 그중 1건도 잡지사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하버드의 닥터 Cohen은 순회강의에서 "임산부가 항우울제를 사용하면 출생아에 해롭다"는 다른 논문들을 비방하고 다녔으며, 그들 논문과 주장이 사회여론을 좌우하고, 학계의 가이드라인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JAMA 발표와 비슷한 시기에 NEJM지(2006. 2. 9)는 '항우울제 사용하는 산모에서 태어난 신생아에 위험한 호흡장애질환 PPHN((Persistent pulmonary hypertension; 지속성 폐고혈압)이 자주 발생한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산디아고 UC대학에서 Chambers 교수 연구팀은 1998년부터 2003년에 걸쳐 1213명의 산모, 즉 등록된 PPHN의 영아를 가진 377명의 산모그룹과 정상적인 영아를 가진 836명의 산모대조그룹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 했다.

 그 결과 임신 20주 이후에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한 산모가 낳은 신생아에서 PPHN 발생률이 비복용임산부보다 6배나 높았다.

 신생아에 PPHN으로 생기는 중증호흡장애(Severe respiratory failure)는 평균 1천명당 1~2명인데, 항우울제를 사용하는 임산부에겐 6~12명으로 증가한다는 연구다.

 이들 연구결과에 대해, 제약사의 돈줄과 관련된 JAMA논문의 13인중의 한사람 Viguera 하버드 교수는 "우리경험과는 전혀 다른 그들 연구를 보고 놀랐다"고 과소평가하고, "우리가 전국적으로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Chambers의 연구결과와 같은 케이스는 한건도 없었다. 그들 연구만으로 임산부에게 항우울제 사용을 중단하라고 할 수는 없다"고 평했다.

 Viguera 교수는 SSRI 제약사 GSK의 연사로서 해마다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FDA는 최근(2006. 7. 19)발표에서 "모든 SSRI 제약사에게 임산부가 사용시 PPHN 위험가능성이 있음을 처방정보에 기입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음을 알린다.

 또한 FDA는 2005년 12월 SSRI약 Paxil에 대해 '약에 노출된 임신 초기 임산부는 선천성심장병(주로 심장격막결손)신생아를 출산할 위험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문명시를 시달했다.

 스웨덴의 연구 등 여러 곳 연구데이터에 의거해서 결정한 처사다.

 이에 대해 Cohen 교수는 평하기를 "이 경고는 현재 Paxil 사용하고 있는 임산부가 투약 중단하라는 말은 아니다. 태아가 우울증임산부에 노출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며 제약사 편을 들었다.

 항우울제 생산하는 여러 제약사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Emory대학의 Stowe 교수(JAMA 13인에 속함)는 FDA의 Paxil 경고문을 두고 "확실한 증거가 없는 외국(스웨덴)의 연구를 참작한 졸속한 결정이다"고 비방했다.

 이렇듯 혼탁한 논쟁가운데, 제약사측에서는 임산부의 항우울제 사용에 대해서 담당의사의 지시에 따르라고 점잖게 말한다지만, 제약사의 돈줄과 연결된 학자들 때문에 의사들도 방향을 못 잡고 있는 상태이다.

■ JAMA논문 정책위반

 JAMA지는 위의 13인이 지난번 논문에서 이해상충(Conflicts of Interest)을 밝히지 않은 사실을 발표했다.

 주필 D 여사의 말인즉, Cohen을 비롯해 저자들과 제약사의 연관성을 전혀 몰랐으며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그들에게 진상설명을 요구했으니, 내용은 JAMA에 곧 발표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런데 저자들은 제약사와의 연관은 시인하되, 어디까지나 독자적인 연구결과고 우기고 있다.

 최근 JAMA(2006. 7. 12)의 사설에서 정책적으로 AMA는 기고한 저자들에게 산업계와의 재정적 연관성을 보고할 것을 요구해왔다고 하며, 지금까지 이해상충문제 색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는데 앞으로는 더욱 이해상충공개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추가해서 2007년 초부터 저자들은 논문제출시 저자가 서명한 '이해상충이 없다'(No Conflicts of Interest)는 선서를 하게끔 하겠다고 언명하고, 선서 없는 논문은 결코 게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시민단체는 '산업계와의 유대'를 공개하지 않는 연구가는 최소 3년간 의학지 발표를 금지처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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