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복지부가 약가포지티브제도에 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사 단체와 제약협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부가 이렇게 이 제도에 열성적인 것은 물론 돈 때문이다. 의약분업 이후 오리지널 약 처방이 늘어나면서 의약분업의 최대목표였던 의료보험재정에서의 약값 비중을 줄이겠다는 정책목표가 실패한 것이 첫 번째 원인일 것이다. 의약분업은 물론 약 값의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만 필요한 제도가 아니다.

 의약분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당위성은 일일이 열거할 필요가 없을 것이나 정책으로써의 성공여부는 그 정책의 당위성이나 장점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이고, 필요한 정책이라도 현실적이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 실패한 정책을 위해 새로 내놓은 카드 중에 하나가 약가포지티브제도이다. 설명은 복잡하지만 결국 비싼 약 쓰지 말고, 싼 약을 쓰라는 제도이다. 예견하건데 이 제도도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현실적이어야 하는데 현실적인 배려가 그다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제도가 시행되어 '비싼 약은 의료보험에 등재를 안 시키면 될 것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점이 바로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약을 처방하는 의사나 약을 처방받는 환자나 모두 좋은 약을 쓰기를 원한다. 국민소득이 올라가고 질병의 패턴이 급성기질환에서 만성질환으로 변하면서 소위 지질대사개선제나 항고혈압약과 같은 약들의 매출이 늘고 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일명 해피드럭이라고 일컬어지는 비아그라나 비만치료제, 탈모치료제들과 같은 새로운 신약들이 이미 나왔거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이 원하고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약의 패턴이 바뀌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예전에는 소화제나 항생제가 처방약의 주류였다면 이제는 고혈압, 당뇨약과 같은 만성질환 처방약이나 해피드럭 같은 것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의료보험에 등재가 되지 않는다면 약값을 본인이 전액 부담할 수밖에 없으니 이런 약을 처방받는 환자들의 원성은 보나마나이다. 생명을 담보로 하는 약값전쟁에서 국민들이 얼마나 이 제도를 참아줄 지가 성패의 관건인 셈이다.

 이 정부가 약가포지티브제도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이 정책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소위 포퓰리즘이라고 불리는 인기영합주의 때문이다. 의료의 질과 관계도 없는 환자의 식대를 의료보험에서 지급하고, 별 실효성 없어 보이는 저출산·고령화 대책이며, 온갖 제한으로 무늬만 무료인 암정책 등에 보험재정을 쏟아 붓느라 보험재정이 바닥이 난 때문이다. 현 정부의 성격으로 봐서 미사어구에도 불구하고 이런 종류의 정책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는 그동안 마음만 먹으면 못하는 것이 없었다. 앞뒤 보지 않고, 전후좌우도 살피지 않으며 '그래 나는 이렇다 어쩔래!' 식의 정책을 지겹게 봐오지 않았던가. 이 제도가 실시된 후에 끓어오를 의사들의 분노는 환자들의 탄식과 원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다. 의료보험료는 열심히 냈는데 꼭 필요한 약은 내 돈 내고 비싸게 사서 먹으라는 정부의 정책에 울분을 터트릴 환자와 진료실에서 마주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참담하기 그지없다.

 백성을 어리석다고 생각하고 조삼모사와 같은 정책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니 우리는 아직도 100년 전 조선시대의 통치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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