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조사에 따르면 응급실에 왔다간 환자들의 병원에 대한 불만은 외래에 다녀간 환자에 비해 유난히 높게 나타난다. 환자가 급하다고 느끼는 응급상황과 의사가 인정하는 응급상황이 다른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낮이건 밤이건 응급실을 찾는 환자는 병과 관계없이 나름대로 급하다고 생각하여 달려왔을 터인데 숨차게 도착한 응급실에서 의사들은 별로 급하지도, 또 빨리 봐 주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의 문제이다. 응급실에 환자가 들어서면 우선 응급실 인턴이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응급의학과 의사가 본다. 응급의학과 당직의사는 환자의 경중을 가려서 관찰을 요하는 환자는 관찰침대에 누이고, 간단한 치료로 집으로 보낼 수 있는 환자는 집으로 보낸다. 그리고 해당 전문과의 진료가 필요하거나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해당과의 당직의사를 부른다. 응급실에 도착한 해당과의 당직의사는 입원이 필요한지, 응급 수술이 필요한지를 다시 해당과의 고(高)년차 전공의와 상의하고, 응급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당직전문의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즉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한 이후 입원이나 수술을 결정하는데 까지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병원의 입장에서 응급실을 보면 우선 의료 수가가 너무 낮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응급의료수가뿐만이 아니라 의료수가 모두가 낮지만 응급실은 그 정도가 심하다. 다음은 응급환자에 대한 적절한 진료수준을 결정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근경색환자가 응급실에 왔을 때 심장내과나 심장외과 전문의가 직접 진료하는 것이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응급환자만을 담당하는 심장전문의를 따로 갖고 있는 병원은 없다. 심혈관센터를 운영하는 병원조차도 심장 환자를 위한 응급실을 따로 운영하지는 못한다. 환자 스스로 심장이 나쁘다고 생각하여 응급실에 오는 환자도 실제로는 심장에 이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센터별로 질환에 따른 응급실을 운영하는 것은 막대한 운영 경비가 든다. 만에 하나 응급실을 담당하는 심장전문의를 둔다고 하여도 24시간 운영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3~4명의 심장전문의가 있어야 교대근무가 가능하다. 응급실에 심장병환자가 하루에 몇 명이나 온다고 그 비싼 인력을 응급실에 배치시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혹자는 기존의 심장전문의에게 응급환자를 보게 하면 어떠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건 현실을 모르는 소리이다. 하루 종일 빠듯한 스케줄로 일하는 분들에게 응급환자까지 직접 진료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다. 뇌졸중 환자에게도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면 뇌혈관외과전문의나 신경과 전문의가 똑같은 수로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병원 중환자실에 늘 빈 병상이 있고, 수술실이 항상 비어있다는 가정 하에 하는 이야기이다.

 최근 복지부에서 '뇌졸중과 심장질환 환자가 발병 후 3시간 이내에 응급실에서 진료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그 전에도 이와 비슷한 사업으로 전국에 응급의료센터를 건축하였고, 최근 암환자 진료를 위하여 전국적으로 암병원을 짓는데 국민의 세금을 쏟아 붙고 있다.

 전국에 응급센터가 없어서 응급환자 진료가 지연되는 것이 아니고, 암병원이 없어서 암환자가 진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문제의 본질은 그대로 놔둔 채 어렵게 걷은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 건도 여전히 “역시 복지부다운 생각"임에는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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