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미화제약' 가짜 자료로 신약허가 日열도 경악
후생성, GCP 준용 '조작 = 기업파산' 제도 확립
한국의 생동성시험 조작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일본 약품시험 날조사건

 한국에서 제네릭의 생동성검사조작이라는 범죄행위가 세상을 놀라게 하고, 이를 방지 또는 적발하지 못한 식약청(FDA)의 무사안일주의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20여년전(1982년 10월) 일본의 이름 있는 제약회사에서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서 날조한 데이터를 사용해서 신약승인신청을 하야 후생성에서 정식승인을 얻어 대량 판매한 사기행위가 적발되어, 일본사회를 소란케 한 사건이 있어 타산지석으로 소개하고자한다.

 조작된 약품은 '일본 케미화'제약사서 나온 진통소염제 N약과 S약 그리고 혈압강하제 T약이다.

 N약은 신약승인신청 때 제출한 데이터에서 전혀 실험한 적이 없는 날조데이터가 있었고, S약은 추적시험에 나타난 불리한 동물시험데이터를 숨겼으며, T약에서는 50증례가 날조한 데이터로 밝혀졌다.

 어처구니없는 불상사라 해서 일본신문은 연일 대서특필했으며 의료와 약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의사윤리를 확립하기 위해서, 그리고 재발을 한사코 방지해야한다는 점에서도 철저히 규명과 처벌을 당시 언론은 주장했다.

 연구자와 제약사의 유착, 제약기업의 돈벌이제일주의 그리고 의료행정의 빈곤을 말해주는 이 사건은 1982년도 일본국내 대사건의 리스트에 들어있을 정도이고, 그만큼 일본사회는 국민보건문제에 예민했다.

 또 한가지 문제점은 날조한 데이터를 어떤 대학 강사이름으로 전문지에 발표했으며, 이름을 빌려준 대가로 140만엔(약 1만4천 달러)의 사례금을 지불하는 등 상식에 벗어난 일도 탄로되었다.

 당사자 말은 데이터를 그대로 믿었으며, 제약사서 연구비보조는 의례히 있는 일이라고 변명했다.

 일본에서 제약사로부터 임상시험을 의뢰받은 의사와 병원이 기업이익에 영합하는 데이터 만들기에 협조하고, 그 대가로 사례금 또는 연구비명목의 기부금을 얻는 일이 횡행했다지만 옛날이야기라 전한다.

 세계굴지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나라의 제약업계에서 데이터날조가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한다.

 따라서 당시 일본약사법에는 이러한 부정행위에 적용할 조항이 없었고, 더구나 범죄행위인데도 이를 처벌할 벌칙규정이 없기 때문에 형사고발이 불가능했다고 한다.

 그 반면 일본후생성이 직접조사에 나서서 일본역사상 가장 가혹한 행정처분을 내려 제약사 '일본 케미화'의 6개 신약에 대해 승인취소를 하고, 그들에게 80일간의 의약품제조정지와 함께 수입업무도 정지시켰다.

■ 재발방지위해 GCP마련

 '케미화'사건을 계기로 해서 사건재발방지를 위한 의견이 난무했다.

 심지어 제약회사에서 보고한 모든 실험을 나라에서 반복해서 재확인해야한다는 극단적이고도 비현실적인 주장도 있었다.

 일본후생성은 이러한 불상사의 재발을 막기 위해 세계의사회(WMA)에서 추천한 GCP(Good Clinical Practice)에 의거해서 1985년 '의약품의 임상시험 실시기준'을 마련했고, 1997년엔 이를 강화해서 법적 구속력을 첨가했다.

 GCP는 1964년 WMA의 헬싱키선언에서 채택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의학연구에 대한 권고'에서 추천한 사항이며, 미국과 유럽선진국에서 검토되어 그 가이드라인(기준)이 작성되어있다.

 GCP의 일본어번역은 '임상시험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준'이다.

 GCP는 임상시험에 있어서 그 데사인 실천 업무 모니터링 감사 기록 분석 보고 등에 관한 기준을 말하고, 이 기준은 시험데이터와 레포트결과가 신빙성이 있고 정확하게끔 그리고 시험에 참여하는 사람의 권리와 성실성과 비밀을 보호해주게끔 보장되어 있다(미국보건부 HHS 해설).

 일본의 GCP는 다음사항에 대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 치험(임상치료시험)참여자에 대한 인권과 안전성보호 △ 치험의 질적 확보 △ 데이터의 신뢰성확보 △ 책임과 역할분담의 명확화 △ 기록보존

 이GCP에는 임상시험에 관여하는 의료기관과 제약사와 약품개발수탁기관 그리고 그 관계자들이 임상시험실시에 있어서 기준에 위반했을 경우는 형사처벌로 엄단하는 벌칙도 포함하고 있다.

 '캐미화' 사건처럼 만일 조작사실이 발견되면 해당제약사는 기업존폐에 관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하는 벌칙이라 하겠다.

 일본의 국치사건이라 할 약품시험데이터날조사건이 있은 지 20여년이 지나, 그것보다 훨씬 대규모의 조작사건이 이번에 한국서 발생했다니 어이없는 일이다.

 한국서 제네릭의 생동성검사조작보도와 그에 대한 미미한 정부대응을 읽고서 느낀 점은 보사부와 FDA는 핫바지저고리처럼 있으나 마나한 존재라는 것이다.

 검사한 제네릭의 절반가량(101개중 43개)이 가짜로 판명되었어도 정계와 의회는 조용하기만 하다.

 국민건강보호에 무관심한 이러한 토양에서 이원제의료제도에 대해서도 무감각할 수밖에 없는 사회상을 이해하겠다.

 마땅히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인데도 의협에서 발 벗고 나서야만 하는 한국의료계실정이 가엽기도 하다.

 약물조사시험의 신뢰성을 완전히 상실한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서 의료비절약을 위해 대체조제확대정책실시는 전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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