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위주 비약된 보도 국민건강에 해악
실험실 단계 연구물 과대포장 비일비재
잘못된 건강보도 차단 의사들이 나서야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미국의료와 언론오보

 시험관실험결과 레몬주스가 HIV(에이즈바이러스)와 정자를 파괴하는 작용이 있다는 연구발표가 있다.

 어디까지나 실험실연구결과에 불과한데도, 미국의 4개 지방TV뉴스에서 여자는 섹스 때 콘돔대신 레몬주스를 마시면 HIV감염예방과 피임효과가 있다고 방송했다.

 인체실험이 없었는데도 방송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으며, 마치 학계에서 인정된 사실인양 시청자에게 알렸던 것이다.

 그중 한 방송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에이즈예방치료는 값비싼 HIV치료약 대신에 레몬주스복용으로 가능하게 되었다고 제멋대로 비약적인 보도해설까지 겹쳤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의료문제에 대한 언론보도는 신문 등 지면을 통한 뉴스나 중앙TV방송의 경우는 비교적 정확하나, 특히 시골지방방송에서 과장되거나 일방적인 편견보도가 많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중앙언론에 비해 지방방송의 의료기자의 질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만일 언론오보가 시청자나 환자를 해치는 일이 없다면 다행이겠으나, 대개의 경우 이러한 오보는 국민의 건강관리에 위험천만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미국국민의 3/4(76%)은 지방방송을 통해 건강과 의료문제 지식을 얻게 된다는 통계가 있으며, 그런 점에서 지방방송국에서 의료전문기자채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터다.

 2002년도 지방방송의 오보를 분석한 '일반인을 위한 의학뉴스와 지방TV뉴스'(Medical News for the Public to Use? What's on Local TV News)라는 연구조사가 나왔다(Am. J. Managed Care. 2006년 3월).

 지방뉴스 중에서 약 11%가 건강문제를 커버하며, 그중 가장 많은 토픽은 유방암(10%)과 당시(2002년) 일부지방에 유행했던 West Nile virus(9%)이고 그 다음이 심장질환(3%)과 인플루엔자(3%)와 비만관련기사(3%)이다.

 잘못 보도된 기사와 그 시청자 수는 표와 같다.

 가장 많은 오보는 자기손으로 하는 유방검사교육이 유용하지 않고 시간낭비가 된다는 보고다.

 자신의 유방검사는 90% 논문에서 적극 추천되고 있는데도 일부 극단적인 논문을 픽업한 편견보도는 시청자를 그릇된 길로 이끌게 마련이다.

 이러한 곡해를 가져오는 스토리출처도 물론 과학연구문헌이다.

 하고많은 논문을 도외시하고, 학계에서 인정받지 못한 연구결과를 신기하다고 해서 사실처럼 시청자에게 알리기를 좋아하는 미디어습성을 지양해야한다는 비평이 일고 있다.

의료문제에 관한한 새로운 뉴스는 반드시 여러 전문가에게 재확인하고 난 다음에 보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지방방송이 미국인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매체역할을 하는 현실에서, 잘못된 건강뉴스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방송업계에 대한 의료계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논문저자는 강조했다.

◇ 방송뉴스에 잘못 보도한 의학스토리 5건

Story Description

No. of Media
Markets

Times
Aired

Households,
million

Breast self-examinations may not bo useful

26

40

45

One third of Americans are obese

23

30

36

Lumpectomy as effective as mastectomy for treating breast cancer

21

24

31

Duct tape is effective for wart removal

19

23

30

Waming against wearing decorative contact lenses

18

22

36

- 출처 : FDA -

 일부 중앙 언론엔 의료전문인이 직접의료해설가가 되어 보도하는 경우도 있다.

 주간타임지의 의료칼럼니스트 겸 CNN방송의 인기 있는 의료해설가 닥터 Gupta(인도출신)는 미국신경외과전문의다.

 뉴욕 버펄로의대의 병리학교수 닥터 Ostrow는 국민에게 올바른 의학지식을 교육해야하는 일이 의학도의 사명이라는 신념으로, 바쁜 일과를 나누어 버펄로 방송국의 파트타임 의료해설가로 활약하고 있다.

 세인트루이 워싱턴의대 외과교수 Dr. Kodner는 그 지역 CBS방송국의 의료해설가를 자원해서 봉사하고, 전국 방송국은 자기처럼 의료인 또는 의료전문기자 출신 방송인을 최대한 채용해야한다고 권장하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가장 큰 의료문제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감으로서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뜻이며, 그러기 위해선 우수한 의료전문기자양성이 아쉽다.

■ 한국의료와 언론오보

 한국에도 우수한 많은 의료전문기자가 있음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의협신문의 송성철 기자는 이따금 필자에게 미국의료에 대한 질문을 해오는데, 그는 뉴스보도에 앞서 전문가에게 자세한 정보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유능한 의료전문기자다.

 검정 없이 비전문가 나름의 제멋대로 해설로 독자나 시청자를 혼동시킨다면 그런 보도는 백해무익하다 할 것이다.

 5년 전 한국서 안락사논쟁이 한창일 때 여기대한 언론오보가 난무했음은 기억에 새롭다.

 당시 여기 대해 쓴 필자 글(안락사와 언론오보, 그리고 과유불급)이 있으며 오래전 칼럼이나마 다음 장에 게재예정이니 독자의 참고를 바란다.

 안락사를 논쟁할 무렵 MBC의 최승호 PD는 필자의 메일주소를 구해서, 안락사에 대해 한쪽이 넘는 질문을 보내왔다.

 면식이 없는 분이나 질문내용이 워낙 요령 있고 철저히 알고자하는 의욕이 엿보여, 필자로서도 아는 한 긴 설명을 가해서 회답했다고 기억한다.

 근래 알게 된 일이지만 바로 그가 줄기세포의 조작비밀을 폭로한 공로자이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훌륭한 의학기자가 한국에 많은 줄 안다.

 허지만 보도경쟁에 있어 내용을 거르지 않고서 함부로 하는 경향이 있는 결과, 한국서 언론오보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6년 1월 17일자 안락사와 관련된 미국대법원판결을 두고서 한국 신문과 방송은 마치 미국법조계가 안락사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되어가는 듯, 서두에 언급한 미국지방방송처럼 제멋대로 비약적인 해설을 가했다.

 여기대해 본지 2006년 1월 31일자 필자 글 "오리건 안락사와 대법원판결"을 참조 바란다.

 한국은 건강문제보도에 있어 국민에게 도움 주는 제목보다 흥미본위의 내용을 위주로 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예를 들어 아침에 오줌마시면 장수한다는 야만적인 기사가 일류신문에 나와 있는가하면, 건강토픽의 회수도 현대의학과 천년이전 전통의학의 글이 맞 먹는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에 진입하는 한국인데도 의료계에서 이러한 무지막지한 후진국사태가 난무하는 이유는 무식한 지도자를 만난 불행만이 아닐 것이며, 의사와 의학자의 책임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평소에 사회활동(강연 등)과 글을 통해서 언론인과 국민을 교육하고 계몽시키는 노력이 결여됐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을 찾아야한다'는 개원의사의 글은 어느새 국민과 언론에서 밥그릇다툼으로 인식할 만큼, 국민의 의식구조가 변해버렸다.

 이러한 창피한 현실에서 앞장서서 국민교육을 담당해야하는 의학자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하겠다.

 그 책임은 극히 일부의 의학칼럼니스트만이 아니라 모든 의학도의 두 어께에 달려있음은 물론이다.

 다행히도 이런 과제를 역설하며 솔선수범하고 있는 두 분이 새로이 의협회장과 의학회장의 중책을 맡게 되었으니, 한국의료계의 앞날이 밝아질 것을 기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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