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올해 고3 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41개 의과대학 중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이 21곳으로 전체 의대 입학정원에서 20∼30%가 줄어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또한 치의학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이 11개 치과대학 중 7곳으로, 전환하지 않은 대학이 3곳밖에 되지 않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약대도 4년제에서 2+4학제로 변환되기 때문에 앞으로 2년 후부터는 전국의 약대가 고3 학생을 대상으로는 신입생을 뽑지 않게 된 것이다.

 고3 학생 중 이공계열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의·치·약대의 정원이 갑자기 줄어들은 것이다. 그렇다고 우수한 학생들이 의·치·약대를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내년 의·치·약대의 경쟁은 여느 때보다 치열할 것 같다.

 그러나 손해 보는 사람이 있으면 운이 있는 사람도 있는 법. 현재 이공계대학 1, 2년에 재학 중인 학생들은 의·치·약대에 지원해볼 기회가 한 번 더 생기게 된다. 이미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이 아닌 추가 전환을 신청한 대학들은 2년간은 의예과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2년 후부터는 줄인 정원만큼 전문대학원 정원으로 신입생을 뽑아야 하는데 현재 이공계의 재학 중인 학생이 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현재 이공계에 다니는 학생들은 원래 이공계에 뜻을 두고 입학을 한 학생들이니 그들이 의·치·약학대학(원)에 지원할지는 알 수 없으나 지원기회가 한 번 더 있다는 것은 사실인 셈이다.

 이미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여 학생을 교육시키고 있는 모 대학에서 그들의 경험을 발표한 일이 있었다. 전문대학원으로 전환을 결정한 학교로써는 먼저 전환한 대학의 경험이 향후 전문대학원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 각 대학에서 담당자들이 참가하였고 열띤 토론도 있었다.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 대학 2년 이상을 다녀야 하지만 실제로는 대학 2년이 끝나고 그 해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대개 남자의 경우라면 대학 2년이 끝나면 군대에 간다. 그리고 군대 제대 후 복학해서 MEET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시험준비를 위해서는 자신이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를 휴학해야 하는데 보통은 MEET시험에 합격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다니던 대학을 먼저 졸업하고 나서 MEET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는 남학생들의 평균 나이가 의예과로 입학한 남학생들의 나이와 비교해서 7∼8세가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모르는 일이고 여학생과 합치면 나이가 7∼8세 차이가 아니라 4∼5세 차이로 낮아지기는 하지만 현재의 상태대로 이들이 졸업을 한다면 병원은 32살짜리 남자 인턴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33세의 1년차를 거쳐 37세에 비로소 전문의가 되는 셈이다. 내과 같이 분과 전문의를 필요로 하는 과는 39세에 비로소 모든 과정을 마친 전문의가 세상에 나오게 된다.

 현재와 같은 인턴과 당직 1년차의 과중한 진료 부담이 대학병원에서 앞으로 4∼5년 이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하던 혼란을 겪을지도 모른다. 이제 의학전문대학원문제는 교육의 문제로 시작하였지만 전공의 수련과 병원경영에 이르기까지 의료에 큰 영향을 미칠 태풍의 눈으로 커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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