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강한 의협'은 의협회장 선거기간동안 있었던 후보초청토론회에서 항상 토론의 화두였다. 후보자들 또한 당선이 되면 강한 의협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후보자들의 공약에는 강한 의협을 만들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안과 약속이 있었다. 어떤 것이 강한 의협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쉽게 얘기해서 의사가 대접받고 의사의 말이 신뢰받는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점에서는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의사이건 의사가 아니건 별 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어떻게 강한 의협을 만드느냐' 하는 데에 있었다. 회원들은 의사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고, 언론이나 시민단체와 같은 사회단체들이 의사들의 의견을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의사들이 정책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들 중 다수가 의료수가, 삭감, 심사, 수가협상 등 의료비와 관련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여기에 비해 의사가 아닌 토론자는 의협이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갖고 주변 의료단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는 것이 강한 의협을 위해 필요하다고들 하였다.

 소외된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에게 관심을 가지라는 의미는 결국 '의료비증가를 반대한다'는 뜻이고, 의료관련 주변 단체를 아우르라는 뜻도 '현재 의사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주변단체에게 나주어 주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의료수가는 올리면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것이나, 내 권한을 나누어주지 않으면서 남에게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의사가 원하는 강한 의협과 국민이 말하는 강한 의협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쯤해서 우리는 강한 의협에 대한 우리들의 생각을 한번쯤 정리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 생각이다. 이런 가정 하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란 경제적인 여유를 원한다면 국민의 존경이나 신뢰를 포기하거나, 반대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받기를 원한다면 경제적 여유를 포기하는 길이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직업치고 돈을 잘 버는 직업이 없으며, 사회에 영향력이 큰 단체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단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새로 당선된 의협회장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궁금하다. 그러나 새 의협회장에게 그것을 묻기 전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의협회장에게 바란 만큼 새로운 의협회장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많은 토론회에서 의료관련 단체가 후보자에게 다양한 주문을 하였고, 참가자들 또한 큰 기대를 표시하였다. 그동안 토론회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면 강한 의협을 위해서 후보자에게는 여러 가지 부탁을 하면서도 강한 의협을 위해 해야 할 회원들의 의무나 필요한 희생에 대해서는 별로 토론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임 없는 권리는 태만이며, 권리 없는 의무는 굴종이다. 우리가 의협에 대해 우리의 권리를 주장한 만큼 우리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자문해 보아야한다. 우리가 의협회장에게 바라는 만큼 우리가 의협의 일에 적극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말이다.

 땀과 희생 없이는 얻기도 어렵지만 설사 얻어진 것이 있다 하여도 쉽게 새어 나간다.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고 한다. '강한 의협, 그거 안 되겠니'라고 묻기 전에 내가 강한 의협을 위하여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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