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최근 병원협회는 의사협회장 후보들에게 성명을 발표하였다. 평소 병협과 의협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병협이 의협회장선거에 나온 후보 모두에게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다. 그 만큼 사안이 중요하거나 급박하다는 뜻이다. 이유는 의협회장후보 모두가 '전공의 노조' 설립에 찬성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주최한 후보초청토론회에서 이러한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되었으며, 그 후 후보들이 만든 홍보물에도 그 점에 관한 입장에는 변화가 없어 보이니 병협으로서는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공의는 의협의 회원이다. 그리고 병협에 속해있는 병원의 직원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분과학회가 속해 있는 의학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의협의 입장에서 전공의는 의협회비를 잘 내면서도 의협 일에 별 간섭이 없는 우수회원(?)이고, 병협의 입장에서는 병원을 경영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질 좋고 값 싼 노동력(?)이며, 의학회 입장에서는 학회의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도 학술대회장을 가득 메워 주는 (준)회원이기도 하다. 의협회장 후보들이 전공의 노조 설립에 찬성을 하는 이유는 전공의 노조가 생긴다고 해서 의협이 크게 손해 볼 일이 없기 때문이다. 의협은 전공의와 관련해서는 전문의 시험관리만 하면 되니까 전공의들과 부딪칠 일이 없으니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이다.

 그러나 병협의 입장은 다르다. 전공의 노조는 우선 병원단위로 구성이 될 테이니 그렇지 않아도 강성노조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병원입장에서는 또 다른 노조가 생긴다니 그야말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일이다. 그런데 병협은 전공의에 관해서는 의협과는 달리 실제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우선 전공의 T/O배정을 병협이 하고 병원신임평가를 통하여 전공의들의 수련실태를 정기적으로 조사하여 수련여부를 평가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의학회와도 관련이 깊다. 학술대회 때마다 발표되는 논문 발표자의 대부분이 전공의이며, 학회 참석자의 많은 부분이 전공의들이다. 논문에 대한 아이디어는 교수가 내었겠지만 자료를 정리하고 발표하는 일은 전공의들의 몫이니 전공의 없는 의학회는 생각하기 어렵다. 병원에서도 전공의와 가장 가까이 지내는 것은 의학회이며, 실제 수련을 시키는 것도 의학회이다. 전공의 문제에 관한한 누구보다도 그 내용을 잘 알고 있는 곳은 병협이나 의협이 아니라 바로 의학회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의학회는 전공의 노조 문제에 관해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대전협이 생긴 이래 대전협 회장선거를 할 때마다 빠짐없이 나오는 것이 전공의 노조 설립이다. 매년 이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은 전공의 입장에서는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전공의가 노동자인가'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뿐 만이 아니라 전공의 제도를 가지고 있는 다른 나라에서도 결론이 아직 없는 상태이다. 국내에서도 전공의 문제는 적용하는 법률에 따라 다르고, 법원의 판결 또한 노동자로써의 인정여부가 사안에 따라 다른 형편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전공의의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노동의 강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 문제가 대전협회장 선거의 이슈나 의협회장 선거의 이슈로 계속 회자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커지고, 실망은 곧잘 분노로 나타난다. 전공의들의 실망이 더 커지기 전에 의협, 병협, 의학회가 우선 이 문제를 위하여 머리를 맞대야 하고, 정부는 물론 잠정적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국민들과도 거리를 좁히며 동의를 구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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