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보건복지부가 항생제 사용에 관한 병의원의 정보를 공개하였다. 참여연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2002년도 이후 항생제 처방이 많은 병원과 적은 병원을 발표한 것이다.

 항생제를 많이 쓰면 나쁜 병원, 적게 쓰면 좋은 병원일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자료이다. 지난 9일에는 전국 모든 병·의원의 2005년도 3분기 항생제 처방률을 공개하였다. 항생제 처방률이 높은 병의원과 낮은 병의원 명단만을 발표한 것은 아니지만, 앞의 발표에서 받았던 의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에는 친절하게도 병·의원의 전화번호까지 공개했다.

 의료소비자 시민연대는 의료사고 접수가 많은 병원 30~40군데의 명단을 발표하겠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의료사고 접수가 많은 병원은 문제가 있는 병원이고, 적은 병원은 좋은 병원일 것이라는 의식이 깔려있는 자료이다. 그 전에도 이와 비슷한 발표는 많았다. 제왕절개 수술률이 높은 병·의원의 명단을 심평원에서 발표한 바가 있고, 얼마 전에는 심장환자의 응급처치능력과 생존율에 대한 자료를 발표한 일이 있다.

 복지부는 법에 근거하여 전국의 모든 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서비스평가를 강제적으로 실시하고 이 결과를 역시 발표하고 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기관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여러 가지 평가 자료를 내어놓고 있다.

 의료기관에 대한 평가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자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의료기관평가는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여 환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여기서는 자료발표에 관한 몇 가지 우려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발표 주최의 문제이다. 개인이나 시민단체가 자신들이 수집한 자료를 발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정부기관이 공식적이고, 공개적으로 의료기관에 대한 자료를 발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분야가 비단 의료 뿐만은 아닐 텐데 정부부처 내에서 유독 복지부만 소관업종의 활동 내역을 발표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해당부처가 해당업종에 관하여 가지고 있는 자료는 부처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참고로 쓰기 위한 것이지, 정책실패의 책임전가를 위하여 쓰려고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둘째, 정부가 해당업무와 관련하여 자료를 국민에게 공개할 때에는 그에 따른 개선책이 같이 제시가 되어야 자료발표를 하는 저의에 대한 의심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항생제 처방률이 발표가 되면 처방률을 발표하는 이유와 문제점을 설명하고, 의료계를 비롯한 해당단체와 머리를 맞대어 개선책을 의논하고 개선방향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후속절차가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발표형태를 보면 그야말로 '아니면 말고'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자료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와 같은 의료보험체제 아래서는 발표되는 자료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이 경쟁을 하여야 할 여력도, 이유도, 동기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낮은 수가와 낮은 급여체제도 문제이지만, 서비스의 질에 따른 수가의 차이가 인정되지 않는데 의료의 질에 관한 자료가 발표된다고 해서 그것이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인지가 의문이다.

 이 세상에 '나쁜 병원' '좋은 병원'은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나쁜 정책과 좋은 정책만이 있을 뿐이고, 그 정책이 병원을 나쁘게 만들 수도 또는 좋게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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