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얼마 전 탈북자와의 인터뷰에서 '남한 TV프로 중 어떤 프로가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웠냐'는 질문에 '광고'라고 말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뜻밖의 대답이었다.

 그러나 나도 어쩌다 외국에 나가서 그 나라 TV를 보다보면 그 나라 TV프로 중 광고가 가장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 나라 말에 익숙하지 않은 탓도 많으나 그 나라의 드라마는 나름대로의 문화, 역사, 관습을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렵다. 뉴스 또한 보는 시각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말이 빨라서 사실 알아듣기가 어렵다.

 그러나 광고는 다르다. 어느 나라든 TV광고는 그 나라 말을 잘 몰라도 무슨 물건을 광고하는 것인지를 알 수 있다. 거기다가 TV광고는 빠른 화면전환과 화려한 색채 그리고 경쾌한 음악까지 있으니 사실 재미가 없을 수가 없다.

 광고 중 특히 TV광고는 30초 이내의 짧은 시간에 소비자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니 내용에 군더더기가 없고, 의미가 명확하며, 이해하기가 더욱 쉽다.

 TV광고를 보다보면 그 나라 사람들의 생활습관, 경제수준, 음식문화 등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우리나라 회사가 만든 전자제품의 광고도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이다.

 제품은 같은데 그 제품을 인식시키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은 민족마다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생활습관, 문화와 전통이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광고는 흔히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린다. 경쟁제품과의 차별화, 신제품의 개발, 최근에 유행하는 광고스타일인 기업의 이미지까지 실로 자본주의가 가질 수 있는 많은 의미가 광고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광고는 기업이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홍보이기는 하나 소비자는 광고를 통하여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과 함께 기술의 진보, 사회의 변화 등을 알 수 있어 광고가 단순히 일방적인 홍보라기보다는 광고주와 소비자 서로에게 필요한 정보전달의 수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의료를 산업화하기 위하여 다양한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의료산업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어느 정도 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 의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바로 의료광고의 허용수준이 아닌가 싶다.

 광고는 사회주의 국가나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활동이 활발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런 뜻에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의료광고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은 우리나라 의료가 자본주의적이지는 않았다고 해석될 수가 있겠다.

 세계 10대 무역국이고, 전국민 의료보험을 하고 있는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의료를 언제까지 사회주의 의료시스템으로 끌고 나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고용면에서도 효과가 큰 미래 성장산업이며, 경제적으로도 고부가가치산업인 의료산업에 대한 광고를 사실상 못하게 하면서도 의료광고를 제한하는 이유가 국민을 위해서라고 하니 그야말로 "참 희한한 일"이다.

 이제는 의료에 대한 선택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고 선택에 필요한 정보도 광고를 통하여 손쉽게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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