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심각한 폐해 불구 '금지법' 제정 미뤄
산업계 반대­-집권당의 무관심도 한 몫
소송 봇물 … 피해자 위한 '신탁자금법' 추진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미국을 제외한 다른 선진국 30여개국가에서는 석면금지법이 있어 국민건강을 보호하고 있다.

 여태껏 지구상에서 석면사용이 가장 많았고 석면피해가 제일심한 미국은 매년 1만 명의 석면관련 사망자를 내고 있는데도, 아직 석면금지법이 요원한 실정이다.

 세계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모든 선진국을 제치고서 '담배 전면금지'라는 혁명적인 운동이 의학계일각에서 일고 있다는 소식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러면 여기에 미국사회 석면문제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기로 한다.

■ 미국 석면질환 역사

 미국의 석면(asbestos)피해는 1930년대부터 알려졌으나,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석면대용품사용이 시작된 시기는 1970년대에 비롯된다.

 인체피해가 큰 석면물질이 많이 사용되는 용도는 건축절연물(Insulation)외에도 고열파이프와 보일러의 熱방지절연물이고, 따라서 造船所 또는 건설업계 노동자가 피해자가 될 율이 높다.

 미국에서 의학지에 여러 석면피해케이스가 발표되기는 1930년대며(*주 1), 1940년대엔 미국의 모든 석면과 관련된 산업계(*주 2)는 이미 석면해독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 *주 1 : 석면과 관련된 질환의 최초보고는 BMJ(1927년 12월)에 났으며 여기서 처음으로asbestosis(석면관련 질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asbestosis는 장시일이 경과하면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폐-손상질환(lung scarring disease)이라 정의하고, 흉부촬영(X선)과 현미경소견으로 진단이 가능하다고 적었다.

 * 주 2 : 건축, 조선, 철도(기관차), 자동차(브레이크 등), 유류 등의 산업임. >

 보다 안전한 석면대용품이 있음에도 효과적인 면에서 산업계에서는 여전히 석면사용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으며, 특히 2차대전 중 미국의 조선소에서 방대한 분량이 사용됨으로서 당시 450만 명의 노동자가 석면에 노출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업원에 대한 경고나 안전보호대책이 없었다는 것이다.

 석면과 관련된 산업은 전쟁이후에도 20년 이상 성행되었고 그사이 많은 석면피해로 인한 사망케이스가 의학지에 보도되었으나, 대다수 종업원은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났으며, 회사 측에서는 경고문조차 없이 무관심했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석면 산업계종사자에게 경각심을 갖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뉴욕의 疫學의학자 닥터 Selikoff(닥터 S라 약칭)이었다.

 닥터 S는 석면취급 노동자조합과 협조하여 종전(20년 전후)에 석면노출 한바 있는 종업원 중에서 사망한자에 대한 연구조사결과, 이들의 5%(12명)가 석면질환(asbestosis)으로 인한 사망자며 그중 4명이 악성중피종(mesothelioma)이었음을 입증했다( 참조 : JAMA 1964년 4월 6일 'asbestos exposure and neoplasia' ).

 그후 닥터 S는 뉴욕에 국제석면학회를 조직하고 여기서 "석면에 노출된 종업원은 장시일(20년 전후)경과하면 석면질환환자로 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그래서 닥터 S는 석면업계의 적(敵)이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며, 이때 비로소 미국의 석면관련회사들은 업소에 경고문을 첨부하며 관심을 표시했다고 한다.

 피해자보호를 위한 닥터 S의 열성은 언론을 통해 이 무서운 산업질환을 세상에 홍보하고, 그 결과 석면피해자들은 과거 고용주가 석면노출에 대한 경고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던데 대해 소송이 속출하게 되었다.

 1976년 연방의회는 TSCA(Toxic Substances Control Act. 독성물질통제법)을 통과시켜EPA(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환경보호청)로 하여금 미국서 생산하거나 외국서 수입한 7만5천 종류의 산업용화학물질을 추적조사토록 하고, EPA에게 인체에 유해한 독성물질에 대해서 제조 및 수입금지조치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드디어 1989년 EPA는 법(TSCA)에 따라 석면금지령을 내렸다.

 여기대해 1990년에 석면 산업계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연방고등법원은 업자의 손을 들어 주었으며, 다음의 부시 공화당에서는 대법원에 상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현재 새로운 석면제조는 금지되고 있으나 이미 존재하고 있는 석면사용은 허용되어 있고, 다만 석면취급에 엄격한 규제가 있을 따름이다.

 특기할 일은 2003년 5월 민주당 Murry상원의원은 the Ban Asbestos in America Act라는 '석면금지법안'을 의회에 상정한바 있다.

 법안은 실패한 1989년의 EPA규제와 흡사하며, 석면의 제조와 수입 그리고 사용과 보급을 전적으로 불법화한다는 내용이나 정부와 공화당의 무관심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다.

 오히려 공화당에서는 다음 법안을 추진하고 있으니, 석면문제해결에 최선은 아닐망정 차선법이라 기대해 본다.

■ 피해자 위한 신탁자금법안

 근래 미국에서 석면피해소송은 단연코 민사소송의 톱을 이루고, 현재 사상최대규모로 8,400회사가 소송에 계류 되어있다.

 그 중엔 듀폰과 제너럴-모터(GM)등 세계굴지의 대기업도 포함되고, 지금까지 소송결과 60회사가 파산법을 적용했다는 소식이다.

 2000년 12월 미국유전개발서비스의 해리버튼회사는 종업원에 의한 석면피해소송으로, 타협금액 40억 달러($4B)를 지불했을 정도다.

 소송결과 많은 석면관련회사가 파산하는 사태를 방지하고 확실치 않은 이유로 피해를 입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는, 국가적인 대책을 세워 산업계를 보호해야한다는 여론이 대두했다.

 그리하여 상원에서는 140억 달러($14B)의 자금을 조성하여 석면관련 질환의 피해자를 보상하려는 '석면피해자를 위한 신탁자금법안'을 추진했으며, 금년 들어 상정했으나 투표결과 2표 부족으로 통과 실패했다(2006년 2월 14일).

 그러나 앞으로 수정안이 상하원에서 통과될지 여부는 두고 볼일이다.

 신탁자금은 석면과 관련된 회사와 그 보험사에서 거출한 자금의 풀을 조성해서 마련하고, 이를 정부에서 관리하여 피해자를 직접 도움으로서 석면소송을 예방하려는 취지이다.

 공화당이 추진하고 다수 상원의원이 지지하는 이 법안이 통과되는 날에는 관련회사에게 피해자전체에 대한 보상금부담액 최고 9억불이라는 상한선을 주게 됨으로서 그들의 파산을 모면케 하고, 반면 피해자에 대해서는 소송을 못하는 대신 일정한 피해보상금을 단시일이내에 지불한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무한정 계속되어 거대한 비용을 잡아먹는 석면피해소송을 종식시키기고, 금전낭비 없이 그 혜택이 전적으로 피해자에 가게 하는 목적이다.

 마치 의사들이 갈망하는 의료개혁법안(Tort Reform)에서처럼, 반대측은 변호사출신이 많은 민주당과 회사노동조합과 피해자인 소송원고들이다.

 반대자 주장은 회사측이 피해자에게 질병을 입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새 법안에서 지불하는 보상금액은 지나치게 소액이라는 것이다.

 피해자와 원고변호사는 복권당첨처럼 거액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추기 : 공화당이 추진중인 '석면피해자를 위한 신탁자금법안'은 일본의회에서 최근(2006년 2월 6일)통과된 '석면피해자구제법'과 비슷한 취지임을 알린다.

 본지 특별기고의 필자 글 '일본 석면질환연구 선구자 강건영 박사'의 마지막 장 '학회와 정부가 나선 피해자구제'를 참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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