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장관이 바뀌었다.

 장관이 새로 취임하면 새 장관에 대한 인물평이 신문에 실린다. 인물평은 그 분의 좋은 점이나 장점을 주로 소개하고, 약점이 될 만한 것이나 나쁜 일은 소개하지 않는 것이 언론의 관행이라고 한다. 새로운 장관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고, 또 앞으로의 기대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는 인물평이라는 것을 오랜 기간 동안 보다보니 인물평에도 일정한 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전문성을 중시한 인사'라거나 '개혁성이 돋보이는 인사'라거나 아니면 '전문성과 개혁성을 두루 갖춘 인사'라는 식이다.

 일반적으로 전문성이란 그 분야에 깊고 넓은 지식을 갖고 있고 경험과 인맥이 있어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통찰력이 있다는 뜻일 터이고, 개혁성이란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은 좀 부족하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비전이 있고 추진력이 있다는 정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언론이나 세간에 회자되고 있는 전문성과 개혁성에 대한 의미가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예를 들어 전문성이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며, 전문성이 있다는 것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보수성향이라는 뜻이고, 개혁성이란 무능하고 무지하므로 개혁성이 있다는 말은 무슨 일이나 떼를 쓰고 합리적이지 않게 남의 의견에 개의치 않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라는 뜻으로 말이다. 이렇다면 전문성과 개혁성을 두루 갖추었다는 말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막나가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될 수도 있겠다'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다면 그 동안 그 자리에 임명되었던 분들의 전문성과 개혁성이 정말 기득권 지키기거나 막나가기로 설명될 수 있는 분들이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면에서건 그 자리에 계셨던 분들은 그럴만한 자격과 경륜이 있는 분들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평가가 폄하된 데에는 그 분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세상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 널리 펴져있는 편 가르기의 탓이 아닐까 한다.

 편 가르기의 폐해는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상대방은 타도하거나 쓰러뜨려야 할 대상으로 보는 계급투쟁적 시각 때문인 것 같다. 세상에는 지지하지 않는 정당이나 좋아하는 대통령 후보자가 하나도 없는 사람이 지지 정당이 있거나 좋아하는 후보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다. 투표할 때도 내가 찍고자 하는 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 밖에 다른 사람이 싫어서 하는 수 없이 그 사람을 찍는 수가 오히려 더 많다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도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모든 사람들을 싸잡아서 비난하고 깎아내리는 '편 가르기 풍토'가 언제쯤 없어질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누구도 완전한 사람은 없으며 전문성과 개혁성 중에 어느 한가지만을 가지고 있는 분도 없다. 그리고 모든 장관이 그 분야에서 전문성과 개혁성을 남보다 탁월하게 모두 다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코드가 다른 사람이라도 포용하고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개혁성이고, 잘 알지 못하는 업무라도 배운다는 자세로 맡은 일에 열과 성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문성이 아닐까.

 새 장관에 대한 새로운 인물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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