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우리나라에서 여자의사가 갖는 사회적 이미지는 무엇일까.

 어려서 똑똑하고 공부 잘해서 집안의 기대를 받으며, 초·중·고등학교를 다녔고, 의과대학에 들어와서는 남자들 틈에서 지지 않기 위하여 악바리(?)처럼 공부해서 좋은 성적으로 졸업을 했지만 과(科)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과의 특성상 여자를 안 받는 과도 있고, 또 본인이 생각하기에 여자로서 적합지 않다는 생각에 과를 선택하는데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전공의 시절에는 병원에 여자의사가 많지 않은 시절 간호사나 의료기사와 혼동되어 '아가씨'나 '아줌마'소리를 들어 속도 많이 상해했을 것이다.

 숙소 배정도 문제다. 레지던트와 달리 인턴은 과에 따라 당직을 서는 과도 있고, 서지 않는 과가 있기 때문에 여자의사숙소에 방을 몇 개나 배정하느냐가 간단하지가 않다. 전공의 숙소는 항상 부족해서 당직전공의가 자기 침대를 윗 년차에게 빼앗기고(?) 의국 소파에서 자는 일이 비일비재한 터에 여자전공의라고 해서 숙소를 넉넉히 배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숙을 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닌가.

 여자전공의는 한 명이 당직을 서든, 10명이 당직을 서든 세면실 세탁실 샤워실 화장실은 물론 휴게실까지 따로 마련해 주어야 하니 공간문제로 항상 시달리고 있는 병원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가 곧 해결될 것 같아 보인다.

 2006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를 보면 전체 전공의 중 여자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병원에 따라 40~60%에 이른다고 한다. 그 동안 과에서도 여자의사를 원하지 않았고 여자의사 또한 기피하였던 외과와 산부인과에서 여자의사의 비율이 남자보다 많으며, 비뇨기과를 지원한 여의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은 의과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의대생 중 여학생의 비율을 보면 앞으로 지속되거나 확대될 가능성이 컸으면 컸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이제 여의사를 빼고는 종합병원에서 진료를 유지할 수가 없으며, 이들이 수련을 마치고 나가는 4~5년 후부터는 개원가에서도 여의사의 수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공의를 시작하는 여의사 분들께 부탁을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여자의사 수가 많아지는 만큼 그에 비례해서 연구와 교육을 하는 여자의사도 같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연구와 교육은 더욱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여자의사가 임상의학에 지원하는 만큼 기초의학도 지원하고, 환자를 위해 밤을 지새우듯이 연구를 위하여 실험실에서 실험동물들과 그리고 연구원들과 밤을 같이 하는 여자의사를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분들이 의대를 택하였을 때 여자의사가 단순히 여자로서 편한 직업이고, 결혼생활과 양립하는데 좋아서 택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가정과 자기 직업을 같이 갖는다는 것이 어렵고, 더군다나 전문직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의과대학을 택했을 때의 꿈과 열정을 부디 잊지 말고 '과반수로서의 여자의사 시대'가 아니라 '의사의 과반수 시대'로 남아주기를 부탁드린다.

 새로 의사의 길에 들어서는 여자 의사들께 특히 격려를 보내며 그 분들의 어깨에 우리 의료계의 미래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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