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오래된 우스갯소리에 이런 것이 있다. 직장에는 4가지 부류의 직원이 있는데 '머리가 나쁘고 부지런한 직원' '머리가 좋고 부지런한 직원'과 '머리가 나쁘고 게으른 직원' 그리고 '머리가 좋고 게으른 직원'이라는 것이다.

 이중 회사에 크게 도움이 되는 직원은 당연히 '머리가 좋고 부지런한 직원'이지만 회사에 크게 해를 끼치는 직원은 '머리가 나쁘고 부지런한 직원'이라고 한다. 머리가 나쁘고 게으른 직원은 일은 못하지만 크게 해를 끼치지는 않는데 반해 머리가 나쁘고 부지런한 직원은 늘 바쁘게 일을 열심히 하는데 결국 쪽박을 깬다는 뜻이다.

 현재 의료는 보험공단과 심평원의 강력한 가격통제를 받고 있다. 이 가격 통제는 비단 가격만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의 내용까지 통제하고 있어 어느 환자의 무슨 병에는 무슨 약 얼마만큼을 며칠 동안 써야하고 검사는 무슨 검사를 할 수 있지만 무슨 검사는 안된다는 등 참 부지런하게도 쉬지 않고 통제를 하고 있다. 간혹 심평원에서 날라오는 삭감통지서와 그 내역을 살펴보다 보면 그 분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경탄해마지 않을 때가 많다.

 12월 들어 전라도와 충청도 지방에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예년에 비해 눈이 많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겨울 이맘 때에는 눈이 오는 것이고, 특히 전라도와 충청도는 지형상 다른 곳에 비해 눈이 많이 올 수밖에 없는데도 눈이 온 후에 정부의 대응을 보면 참 기가 막힌다는 느낌이 든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라고 세금을 내고 고속도로를 잘 관리해 달라고 고속도로에 들어설 때마다 돈을 내고 다닌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 고립되어 10여 시간씩 추위와 싸워야 했던 사람들에게 '죽지 않았으면 되었지'하는 식의 정부배짱에 할 말을 잃고 만다. 돈 받을 때는 그렇게 부지런하던 분들이 자신들의 일을 해야 할 곳에서는 일을 한 흔적을 볼 수 없으니 회사로 말하자면 일찌감치 정리해고 감이 아닌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시의사협회에 과징금 5억원을 부과하였다. 병의원에서 발행하는 제증명서의 발급수수료를 서울시의사회에서 담합하여 올린 것이 공정거래에 어긋나기 때문이란다. 참 부지런한 분들이다. 위원회께서는 친절하게도 증명서 발급수수료는 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개별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자율의 의미에 대하여 '교시'하고 의료가 나아갈 길을 '영도'하였다. 미련하고 미천한 의사들의 '무지'를 깨우쳐 수수료 정도는 자율적으로 정하라는 '자주의료'를 위한 '우리들의 나아갈 길'을 제시해 주었다. 이에 우리 의사들은 우리의 아둔함과 무지함을 깊이 뉘우치고 깨달아 위원회의 명료한 교시와 함께 평균의료를 위해 다 같이 전진해 나아가야할 맹세를 새롭게 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위대한 위원회 만세! 우리의 영명한 지도자- 위원장 만세!

 새해부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해서 미안합니다. 회사나 사회나 국가나 다 같은 모양입니다. 그 중에서도 철밥통을 가지신 분들의 권세야 어찌하겠습니까. 날씨가 유난히 춥고 바람이 매서워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합니다. 남 탓할 것 없이 우리나 잘 해봅시다. 참 세상에는 별의별 분들이 다 계시다는 것을 알게 해주어서 살아가는데 그나마 도움이 됩니다.

 새해에도 건강에 조심하시고 더 크게 더 넓게 이루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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