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규 교수
- 고려의대 신장내과

- 의사평론가

 이번 사학법파동을 보면서 옛날 의약분업파동과 너무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학과 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유난히 공공성이 강조되지만 정부 지원은 거의 없고, 간섭이 많은 대표적인 분야라는 점이다. 김대중 정부 이래 이번 정부 역시 '공공성 강화'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하향평준화로 밀어붙이고 있는 대표 분야들이다.

 사학법 역시 의약분업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단체에서 명백히 반대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부 여당이 힘으로 통과시킨 정책이다.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홍보과정에서 의사들의 약값을 둘러싼 리베이트를 마치 무슨 범죄조직의 뒷거래 식으로 매도하였던 방법도 비슷하다. 상거래에서 대량구매를 하면 일정 액수를 깎아주는 것이 정상적인 상식이건만 약을 구매하는 의사들의 경우에만 범죄시하는 시각으로 몰아가고 수사를 하여 의료계를 압박해왔던 방법 말이다. 사학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사학 중 비리가 있는 사학은 극히 일부인데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하여 교육계를 압박하는 방법이 이와 비슷하다.

 정책의 지원군으로 시민단체를 이용하는 것도 이제는 일상화 된 것 같다. 여론이라는 이름으로 친여(親與)언론과 함께 시민단체를 동원하여 교육계를 압박하는 방법은 이제는 즐겨 쓰는 전략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의료와 마찬가지로 교육도 공공성이 중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개인의 재산으로 설립하였지만, 가장 중요한 수입원인 의료수가에서부터 운영에까지 정부의 세세한 감시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은 교육기관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재산으로 세운 학교이지만 학생들의 등록금에서부터 학교의 일상적인 모든 업무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간섭이 없는 곳이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 간섭에 따른 적절한 지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지원이 없는 간섭은 누구도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간혹 정부는 '의료계나 교육계에 정부지원이 있으므로 정부의 간섭이 정당하다'고 강변을 하는데 사실 그 정부의 지원이라는 것이 거의 형식적인 수준이거나 정부가 정한 낮은 의료수가나 싼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긴 지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가 세운 의료기관이나 학교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을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정부가 즐겨 사용하는 공공성이라는 것도 엄밀히 따지고 보면 실체가 없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성의 상징인 중앙부처 공무원 채용에 사회단체가 추천하는 사회인사가 들어간다는 공무원법 개정이야기는 들은 일이 없고, 시민의 발인 택시나 버스회사는 그럼 공공성이 없어서 사외이사를 추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의약분업파동 때 의료계가 뭉쳐서 투쟁할 수 있었던 것은 꼭 의약분업 그 자체 때문만이 아니라, 그 동안 의료계에 가해졌던 정부의 부당하고 무리한 정책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이번 사학법파동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에서 꼭 그때의 우리의 심정과 같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파업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하겠다'던 복지부의 경고나, '신입생배정을 거부하면 사학재단의 이사를 해임하겠다'는 교육부의 경고가 세월이 흘러도 똑같이 느껴지는 것이 나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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