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방병원 확립­ - 개업의는 외래만 전담
개업의가 진료주도권 갖고 병원선택 '강점'
진료서비스 투명하고 항상 공부해야 생존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지역병원 - 개방병원

 미국의 의료제도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한국과 다른 점은 민간의료보험의 존재와 의원 및 병원제의 차이라 하겠다.

 미국병원은 소위 개방형(open system)이라고 해서 병원이 지역의사에게 개방되어 있고, 평소 외래주치의의 환자가 대형병원에 입원해도 계속 병원주치의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소위 의원을 메디컬 오피스(의사사무실)라고 부르며, 여기서는 전적으로 외래환자진료만을 맡고 있다.

 미국에서 공공병원과 대학병원이외의 모든 병원은 이러한 개방형병원이고, 외부에서 참여하는 의사를 'Attending Doctor'라고 부른다.

 이 제도의 장점은 같은 주치의가 외래와 병원에서 환자를 계속 진료한다는 일관성, 그리고 신뢰성이다.

 즉 입원을 요할 정도의 중병환자는 모든 현대시설을 구비한 병원을 십분 이용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다른 분야 전문의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이 갖춰져 있다.

 환자는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다는 신뢰성과 함께, 평소 자기의 병을 잘 알고있다고 믿는 주치의로부터 일관성 있는 진료를 받는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외과환자의 예를 들자면 환자가 수술을 요하는 중병에 걸렸을 때, 메디컬 오피스에서 진찰한 외과의사가 환자를 대형병원에 입원시켜 수술치료를 하고, 퇴원 후에도 외과문제에 대해 주치의로서 오피스에서 진료를 계속한다.

 현대의료시설을 갖춘 모든 병원은 엄격한 규제에 의해서 허가되고 설치되어 있다.

 중한 생명을 다루는 병원이 여관방처럼 어두운 병실과 검사실과 X-선실만을 구비했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여관과 비교하자면 큰 호텔이 병원이며, 그 등급으로 AHA(미국병원협회)와 JCAHO(의료시설인정합동심사위원회)에서 호텔의 1급(4star), 2급(3star)처럼 엄격한 평가랭킹이 매겨져 있다.

 그러나 이 평가는 교육과 최첨단 전문분야진료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한 것이고, 하위랭킹의 병원일지라도 환자진료에 충분한 최신 시설과 장비를 구비하고 있다.

 병원은 시설뿐만 아니라 일반직원과 간호원 의료기술자 등 보조적 인적자원을 제공하며, 의사들은 병원을 공동시설로 이용하고 환자를 입원시켜 여기에서 자신의 기술을 행사한다.

 그래서 개원의의 일과는 병원에서 20% 정도 보내고 있다.

 지역병원(Community Hospital)은 AHA(미국병원협회)의 정의에 의하면 "연방병원이 아니고, 단기입원(평균 30일 이하)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병원을 말한다.

 전국병원의 약 80%가 여기에 속하고, 2003년도 현재 4,908개 병원이 있다.

 연방병원은 전적으로 재향군인과 군인을 대상으로 한 병원이며, 그중 많은 곳은 의과대학과 제휴되어 있다.

 지역병원에서도 지역개원의의 주도로 일반환자를 입원시키는 곳은 개방된 민간병원이고, 대부분이 비영리단체이다.

 여기엔 '메이요 클리닉'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도 있고 교회단체가 설립한 유명병원이 많다.

 지역병원 중에서 전국에 산재한 카운티(郡)병원과 시립병원 그리고 일부의 주립병원(대부분의 주립병원은 주로 장기치료를 요하는 정신과병원이며, 지역병원에 포함되지 않는다) 등 공립병원은 주로 저소득층을 위해 설립된 병원이다.

 따라서 공립병원은 빈곤계층의 구제역할을 하는 안전망(Safety net)병원이라는 이미지가 정착되어 있으며, 그 중에는 뉴욕의 킹스카운티와 시카고의 쿡카운티병원 등 유명병원도 있다.

 일반 민간인에게 단기입원이 공개된 지역병원은 전국에 4,908개 있어 인구 1만 명당 병원수가 1.7이 되며, 이들 병원은 도시(55.8%)와 시골(44.2%)에 골고루 분산돼 있다.

 지역병원을 경영주체별로 분류한 병원은 다음과 같다(Hospital Statistics 2003 by AHA).

 △ 민간지역병원(교회 등 비영리단체설립) 2,998

 △ 공립병원(주립병원, 市 郡등 지방자치 단체설립병원) 1,156

 △ 민간영리병원(주식회사 등 영리단체 설립) 754

■ 개방병원과 의사

 의사와 개방병원은 고용관계가 아니라 계약관계에 있다.

 그러나 진료에 관한 한 주요 문제의 결정은 병원을 이용하는 모든 의사들 권한에 속해 있고, 따라서 미국 개원의의 최대 강점은 병원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립병원의 최고위책임자는 행정책임자인 병원장(Hospital Director)이고 그 밑에 COS(Chief of Staff, 의사책임감독관)가 있다.

 군대와 비교하자면 Director가 국방장관 격이라면 COS는 참모총장이다.

 COS는 모든 진료업무에 병원장 재가를 받지만, 주체세력(의사)을 대표하고 그들에 영향을 미친다는 장점이 있어 병원장에게 겁을 주는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상하관계 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알력이 있기 마련이다.

 민간병원은 병원운영책임자인 행정관(Administrator)과 외부의 개원의 대표자로 선출된 COS가 최고위 직책이고, 민간지역병원은 관료적인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COS 발언권이 더욱 크다.

 그들 의견이 충돌되는 주원인은 운영책임자인 행정관이 적자모면을 최우선으로 하는 반면, COS는 비용에 관계없이 최고의 기술과 진료를 하려는데 있다.

 과거 의료수가제(fee for service) 시기와는 달리 보험회사는 관리의료 계약환자에 대해 병원과 계약한 제한된 서비스를 의사들에게 강요하고, 진료통제에 의해서만 비용절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종적인 의사와 병원사이의 권한에 대해서는 이미 법원과 연방정부에서 내린 명백한 판례가 있다.

 병원에서의 의사특전(privilege)과 실력 즉 질적 캐어 능력을 평가하는 책임소재는 전적으로 병원당국에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즉 병원당국에게 의사들 주장을 뒤엎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여 의사들을 통제할 수 있게끔 되어 있다.

 그러므로 비용문제만이 아니라 제반사항에서 행정관, 의사모임, 병원이사회는 항상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지만, 결국 비용절약과 대외적 위신을 유지하는데 있어 병원과 협조해야만 하게 되어 있다.

 이렇듯 병원행정부와 의사의 관계는 check and balance(상호 권력억제를 통한 균형)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피차 권력억제에 의한 조화된 균형은 미국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큰 원칙이다.

 특정인이나 기관에 권력이 집중되어 남용되는 위험을 막기 위한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의료계에도 마련된 셈이다.

 미국의 병원비용은 다른 선진국보다 월등히 높다.

 OECD 통계를 보면, 대충 잡아 1일 입원비용은 일본의 10배, 영국 프랑스 독일의 4~5배, 캐나다의 2.5배이다.

 미국은 입원비율이 낮고 단기입원이 많지만, 반면 의료가격(약품 등)과 병원종업원수가 월등히 높아 입원비용이 가중되고 있다.

 현재 입원비 절약을 위해 외래환자 진료 장려, 가벼운 수술 등 외래시술 증가, 입원기간 단축, 관리의료 보급과 DRG에 의한 보험커버 제한 등을 실시한 결과 지난 20년간 642개 지역병원(8%)이 폐쇄되고, 지역병원의 입원실이 약 10% 줄었다.

■ 개방병원은 의사들 배움터

 의사의 측면에서 필자가 중요하다고 보는 점은, 개원의사들이 입원환자 회진 및 진료를 위해 매일 병원을 왕래하고, 동료의사와 접촉하며, 주기적인 병원의 학술회의 모임에 의무적으로 참가함으로써 최신 의학지식을 습득하고 끊임없이 전문기술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원의 일과의 20%는 병원에서 보낸다.

 병원측에서도 자체병원의 우수성을 유지하고 JCAHO의 평가랭킹을 높이기 위해 모든 의사들의 진료를 항상 감시하고 진료치적을 모니터하고 있다.

 필자는 개방병원제도가 미국에서 엉터리 개원의사들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적 장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름난 병원일수록 우수한 외부의사(Attending Doctor)가 많고, 전문의자격이 없거나 문제가 있던 개원의사는 좋은 병원과 계약을 맺기 힘들다.

 전문직 특히 의사는 평생학습을 요하는 직업인이며, 여기에 의학계와 사회가 의사에게 교육을 강요하고 있는 장소가 개방병원이라 하겠다.

 병원은 의사들의 실력을 외부에 알리고 발휘하는 전시장의 역할도 한다.

 그들의 의료행위는 동료의사들에게 노출되고 평가되며, 모든 간호사와 약제사 등 제 3자(자기 고용인 아닌) 의료인이 감시하는 가운데 행해진다.

 여기서 자기 비방(秘方)을 쓴다는 것은 웃음거리이며, 자칫 약을 잘못 처방했다가는 즉시 약제사의 항의 전화를 받는가 하면, 환자에 대한 진료태만 행위는 환자담당 간호사에 의해 상부에 보고된다.

 병원내의 모든 자기진료행위의 잘 잘못에 대해 동료평가(Peer review)를 받고, 큰 실수는 징계위에 회부되어 경고처분 등 응당한 징계를 받는다.

 필자의 미국수련의 시절 처음 겪은 병원내막(서로 감시하는)이 공산당사회 같다고 느꼈지만, 이러한 평가체제가 의학과 사회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병원 안에서 개원의 진료행위의 일거일동을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제도가 개방형병원의 일대 장점이라고 하겠다.

 유리창의 외부에 노출되고 있는 미국의사들이 자기보호와 명예를 위해서라도 평생교육을 받는 학생이 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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