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기능은 남성의 자존심

성의 자존심하면 경제적 능력이다. 남성이 경제적으로 무능력하다면 움츠려들기 마련이다. 남성이 움츠려들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존심으로는 성 기능이다. 성적으로 매력이 없다면…

▲ 김영찬 박사
<경기도립의료원 의정부

병원 병원장>

· 연세의대 졸업(82)
· 비뇨기과 전문의(86)
· 의학박사(92)
· 연세의대 교수(89)
· 美 North Carolina대학 교수
· 경희의대 교수 겸 경희 분당
차병원 비뇨기과 과장(95)
· 연세의대 임상 부교수(현)
· 세계성기능장애학회 편집 및
홍보위원(현)
· 아시아 남성갱년기학회 상임
이사(현)

· 포르테 비뇨기과 원장
· [ 저서 ] '남성이 다시 선다'
外 다수

3년 전에 상처(喪妻)한 50대 후반의 P씨, 오랜 공무원 생활을 끝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노후 준비로 연금을 많이 들었고, 부동산 그리고 증권 등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지내는 편이다. 게다가 노련하고 매끄러운 매너를 가졌고, 나이도 지긋해 주위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특히 부인과 사별하고 자유로운 몸이니 얼마나 인기가 있겠는가. 그러나 P씨의 심정은 좋지 만은 않았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기가 P씨에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의 속사정을 들어보기로 하자.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보니 자연히 P씨는 여자들에게 유혹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주말이면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서울을 떠나 교외의 호수나 멀리 강원도 쪽으로 바람을 쐬러 간다. “선생님. 어디 조용한 온천이라도 가서 쉬고 싶은데요…….”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서울로 돌아갈 때가 되면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파트너에게서 듣게 되는 말이다. 이럴 때면 P씨는 예상만큼이나 가슴이 뜨끔해지며 곤란해지기 시작했다. 사실은 정작 여자를 즐겁게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P씨의 그것(페니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어쩌다가 어렵게 반응을 보이더라도 1분 내로 금방 죽어버리는(?) 것이었다.

몇 번 이런 일이 있고 나면 안달하던 여성들은 “겉만 멀쩡했지 알고 보니 아무 것도 아니잖아. 애꿎게 기대만 부풀려 놓고는 결국은 별 볼일 없잖아!”하고 실망하면서 등을 돌렸고, P씨는 가엽고 측은한 남자로 전락되어 자존심과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이런 연유로 P씨는 남 보기에 이상할 만큼 파트너와의 밤을 피했던 것이다.

“여자는 많지만 섹스는 그렇게 밝히는 성격이 아닙니다. 하지만 최소한 여자의 자존심은 지켜주고 싶습니다. 계속 유혹하는데 목석 같으니…. 저에게 매달리는 여자들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것이고, 저는 상대에게 미안한 생각도 되고요.” 섹스로 남자의 사랑을 확인하려는 여자의 요구에 보답하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 이 얼마나 얄궂은 운명의 장난인가. 여자와 동침하는 것을 계속 거부하는 P씨에게 상대방은 후끈 달아서 더욱 더 P씨를 좋아하니, 이 또한 가슴을 칠 일이 아닌가. P씨는 겉으로는 세련되게 폼을 잡지만, 이제는 여자와 데이트를 하는 것도 부담스러워 멀리하는 서러운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필자는 P씨의 고민을 들어주기 위해 자가 주사요법을 시작하였으며, 다행히 P씨는 물건은 힘 있게 젊음을 되찾는 반응을 보였다. 필자가 처방한 치료법을 테스트하기 위해 P씨는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갔다. 그리고 며칠 후 진료실에 불쑥 나타났다. “선생님. 그것 참 희한하네요. 이렇게 좋은 것도 있었나요.” P씨가 진료실 문을 열고 환하게 웃으며 하는 첫마디였다. “그렇게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여자의 유혹이 이제는 더 그리워집니다.” 예전의 피하고 싶은 인기가 도리어 인생의 기쁨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남자의 그것이 뭐 길래! 남성의 움츠리던 어깨를 펴게 하고 절망감과 자신감으로 지옥과 천당을 넘나들게 만드는가. “역시 남자는 그게 잘 돼야 세상사는 맛이 나는구나.” 당당히 어깨를 펴고 나가는 P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남성 주치의로서 느끼는 바가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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