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 체중미달은 이웃사촌]

후진국 빈부격차로 건강 양극화
빈민, 값싼 고칼로리…­부유층, 건강식 섭취
생활습관병, 사망원인 1위 부상 시간문제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 후진국에 늘어나는 비만

 선진국질환 비만은 유행병처럼 번져나가 후진국 개발도상국에 비만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WHO는 '지구화된 비만' 또는 '세계적 비만'이란 뜻으로 'Globesity'라는 새 용어를 선보였다.

 세계의 성인 비만인구는 10년 전(1995년) 2억 명 이었던 것이 지금은 3억 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그리고 비만과 체중미달의 공존현상 즉, 비만과 그와 상반된 여윈자들이 혼합한 사회모습은 개발도상국의 특징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NEJM. 2005. 4. 16).

 후진국 체중미달 원인은 음식부족과 영양실조며, 체중과다와 비만은 당분과 지방 등 싸구려음식 증가와 줄어든 육체활동 때문이다 '두 극단은 서로 통한다'는 철학적 용어가 지금 후진사회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체중과다와 비만을 전혀 볼 수 없는 후진국가가 지구상에 오직 하나 있으니, 우리의 북한 땅이다.

 북한동포 모두가 깡그리 깡마르고 핏기라곤 전혀 없는 영양실조 모습은 필자도 목격했고, 북한에 자주 출입하는 북한전문가가 전하는 말이 "요즘 들어 가축 '소'도 먹이가 없어 뼈만 남았다"고 한다.

 참고로 선진국에선 애완동물들이 체중과다라는 통계가 나와 있는 시대다.

 범죄국가에서는 Globesity을 볼 수 없으니, 싸구려 음식조차 없기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몇 년 전 의사동료와 함께 북한에 잠시 들렀을 때 동료들이 하는 말이 "이놈의 곳, 배 튀어 나온 놈은 돼지 두 마리 밖에 없다"고 했다.

 거리마다 건물마다 나붙은 두 수령님 모습을 두고 내뱉는 말이다.

 '국민 전체가 한결같이 여윈 모습인데, 왜 선전물에 월남의 호지명처럼 여윈 영도자 인상을 심어주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처음엔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한 차원 높은 자 들임을 알 수 있을 듯도 하니, 굶주리는 백성에게 "너희도 충성하면 수령님처럼 배가 나올 것이다"고 암시하는 초상화를 내걸고 있을 수도 있다.

 북한전공의 K박사에 의하면 북한은 백성을 굶주리게 방치하여 먹을 것 찾는 이외의 잡념(정치 불만)을 가질 틈을 주지 않음으로서, 정권유지에 역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으로 실감나는 평이다.

 백성을 굶주리게 하는 보기 드문 범죄국가는 자유세계에서 먹을 것을 충분히 원조해줌으로서 국민에게 생각할 여유를 주어 자체붕괴를 유도하는 일이 가장 바람직한 남북통일의 첩경이 될 것이다.

 이번 글에서 북한만은 예외가 된다는 사실을 먼저 알렸다.

 이젠 개발도상국에서도 야채과일 등 건강음식 값이 높아지는 반면, 설탕음료와 지방이 많은 패스트푸드 등 높은 칼로리 음식 값은 크게 내려서 매상이 급히 증가하고 있다.

 설탕수출국 브라질은 1파운드 설탕을 생산하는데 불과 4센트(약 40원) 비용이 소요되고, 따라서 1달러로 설탕 5만 칼로리 섭취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더하여 생활 속에 육체활동이 줄어들고 있다.

 후진국에서 육체활동이 줄어든 변화로 월남인의 교통수단을 예로 들어 보면, 20년 전 그들은 먼 길을 도보(徒步)에 의존해 왔던 것이 5년 전에 자전거로 변했고, 지금은 오토바이와 스쿠터를 이용하며 5년 후엔 자동차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리하여 전통적 후진국현상이라 할 영양실조 및 체중미달과 함께, 많은 체중과다가 공존하는 현대적 후진국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NEJM(2005. 4. 16)은 'A Nutritional Paradox-Underweight and Obesity(역설적인 영양, 개발도상국의 체중미달과 비만)'의 제목으로, 지금 개발도상국에서는 체중미달 가족의 60% 가족에서 체중과다한 자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거론했다.

 글에 실린 다음 <표>는 7개국의 전체가족에서 두 가지(체중미달과 과다)를 가진 가족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 7개국에서 체중부족과 비만자를 함께 갖고 있는 가족의 인구비율(%)

- GNP가 낮은 좌편부터 차츰 GNP 높은 우편으로 옮긴 표임. -
 <표>에서 러시아와 브라질은 경제적으로 중진국에 속하나,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은 후진국이다.

 이렇듯 중진국과 후진국에서 두 가지 공존현상이 뚜렷함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1% 아동이 영양실조와 체중미달이며 3%가 체중과다와 비만이라 한다.

 아시아서 일본은 BMI(체질량지수) 25이상에서 당뇨병이 증가하고, BMI 30이상의 경우 대부분이 당뇨병환자가 되고 있다.

 이동노동인구가 급증한 중국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농산물음식에 의존하야 체중과다가 없던 농촌근로자들이 도시노동자가 됨으로서 설탕음료수와 값싸고 기름진 패스트푸드를 많이 먹으며, 걷는 시간이 줄어들고 TV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일본에서 생활습성문화가 서양화되는데 50년간 걸린 과정을, 중국은 20년만에 성취한 셈이다.

 그 결과 지난 8년간 중국남자의 체중과다(BMI 25 이상) 인구는 8%에서 15%, 그리고 여자는 10%에서 20%로 증가했다고 한다(WHO Bulletin).

 최근 문헌(Lancet 2005. 4. 16)에 의하면 현재 중국의 비만인구는 1800만 명 그리고 체중과다는 1억3700만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35~74세 성인층에서 체중과다(BMI 25이상)자는 남자 26.9%와 여자 31.9%며, 같은 연령층의 '대사징후군'은 남자 9.8%와 여자 17.8%로 나타났다.

 미국평균치보다 약간 낮은 비율이며, 체질상 미국에 근접하고 있음을 시사해 준다.

 WHO 관측에 의하면 앞으로 몇 년 내로 만성생활습성질환(비건강식과 운동부족으로 오는 비만과 관련된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고협압 등)이 현재까지 제1사망원인인 '전염성질환'을 앞지르게 될 것이라고 했다.

 2004년 5월 WHO는 비만퇴치를 위한 건강식과 육체운동에 관한 세계전략을 세워, 전체 가맹국의 인준을 받은 바 있다.

 WHO와 각국 의료계에서 해야 할 다음 과제는 도시의 빈부격차를 줄임으로서 영양실조와 체중과다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일이라 하겠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