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ris Chang의 죽음과 그의 작품]

'아이리스 장'의 집념 냉전 침묵 깨트려
난징대학살 필설 일본의 잔학상 인류에 고발
역사에 가려진 중일전쟁 참상 낱낱이 공개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천재작가 36세에 가다

 2001년 나는 이슈투데이에 3편(*주)에 걸쳐 '난징 홀로코스트'를 게재하면서 당시 29세 중국계2세 규수가 쓴 미국베스트셀러작품 The Rape of Nanking의 저자 Iris Chang를 소개한바 있다(*주: www.issuetoday.com 김일훈 칼럼 2001년 8월 8일).

 그런데 얼마 전(2004년 11월 11일)에 방년 36세의 Iris 양이 자살 사망했다는 뉴스다(주간지 TIME 2004. 11. 22).

 4번째 책 "2차대전시 일본의 미군포로"를 준비하는 중 우울증으로 작년 초(2004년) 캘리포니아의 병원에 입원한 병력이 있는 그녀는 자살로서 꽃다운 인생을 마감했으니, 절세미인과 천재는 박명인가보다.

 우리는 동서고금의 역사상 천재들의 자살을 많이 들어왔으나, 현대첨단의학의 힘으로도 천재를 다스릴 수는 없는가보다.

 근래 내 주변에서 친지 몇몇의 수재자녀들도 Iris 와 같은 길을 택했으며, 그들을 애도하는 뜻에서 Iris 의 문제작에 관해 요약소개 해본다.

 지금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사망자 14만명을 낸 히로시마 원폭피해는 세상에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나, 중일전쟁 중 일본군이 1개도시 난징에서 저지른 30만 명 민간인 대학살사건을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왜? 이렇듯 역사적 대기록을 지닌 일본의 치욕사 '난징대학살'이 2차대전 후 역사의 현장에서 숨어 있었을까?

 이 사실(숨겨둔)을 두고 'The Rape of Nanking' 책에서 저자인 Iris Chang은 "제2의 난징 대학살"이라고 혹평한다.

냉전이 가져다준 침묵

 해방 후 난징대학살이 유태인의 홀로코스트나 일본의 히로시마와는 달리, 세상사람의 관심과 기억에서 사라진 이유는 희생자유족들이 침묵을 지켜야만 했던 정치적 상황 때문이다.

 전쟁 후 중국(중공)과 대만(국민당) 그리고 미국은 눈앞의 냉전에만 온 정신이 팔려, 지난 역사의 중요사실을 무시했던 것이다.

 1949년 공산당이 중국을 지배하게된 다음, 적대관계에 놓인 중공과 대만은 정치적 경제적 이득을 위해 서로가 경제대국 일본에 추파를 던지며 자기편에 이용하려고 그들과 우호관계를 추진했으며, 그 결과 양측 모두 일본을 상대로 한 전쟁보상을 포기했었다.

 그리고 과거 일본의 죄악을 헐뜯는 일은 당시 중국의 국익에 배치되는 일이었다.

 일이 이쯤 되니 '냉전으로 인한 국제적 긴장'이란 덕을 입어 일본은 그 포악한 역사에 대한 국제적 폭로를 모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전후 몇십년간 난징대학살을 "침묵의 장막"속에 숨겨둔 주범은 냉전이었으니, 젊은 여인 Iris Chang 은 이 사실을 "제2의 난징대학살"이라고 표현했다.

 지하의 30만 영혼을 다시 학살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현재 난징시에는 '난징대학살 피해동포기념관'이 있으며 그곳 사료(史料)진열실에는 당시 일본군의 잔학상을 실증하는 1,000 여점의 사진이 전시돼있고, 벽면에는 피해자 30만 명이라는 숫자가 뚜렷이 새겨져있음을 나는 보았다.

 또한 1990년 나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둘러보면서 자료관에 전시된 그들의 자료 및 해설문을 읽고 불쾌하기 말할 수 없었다.

 그 내용인즉 그네들 죽음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간악한 일본제국주의' 탓이었다는 언급은 한마디도 없이, 오직 "인류사상 유례없는 대학살" "비전투원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이 이루어진 야만적 처사" 등등 가해자만을 비난하는 선전물로 일관돼있다.

 그러나 난징 대학살은 일본군의 야만적 행위로 저지른 진짜"인류사상 유례없는" 죄악이며, 이 천인공노할 죄악상은 이미 도쿄재판에서 진상이 규명됐던 것이다.

Iris Chang의 집념이 이룬 책

 Iris Chang은 어릴 적 부모한테서 들은 난징대학살 이야기를 한시라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가 일리노이대학 물리학교수인 그녀의 부모가 어릴 적에 직접 목격한 이야기를 뇌리에 깊이 새겨, 그녀는 저널리스트가 된 후 이 잊혀진 사실을 세상에 알리려고 열심히 사료(史料)수집과 연구에 몰두한 나머지 세상에 선보인 책이 The Rape of Nanking 이며 The forgotten Holocaust of World War 2 라는 부제를 달았다.

 이 책은 요즘 미국세대에게 일본인의 잔학성을 알리려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할 수 있으며, 발행초기에 이미 20만권을 돌파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전쟁을 직접 겪은바 있는 미국인은 일본의 잔학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일본군의 잔학하고 비인도적인 포로취급은 악명 높았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미국군인이 죽을 확률은 1/20 이었으며, 나치스의 포로수용소서 죽을 율은 1/25 이지만, 일본포로수용소에서는 3명에 1명이 사망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미국의 전쟁후 2-3세들은 태평양전쟁에 관해서는 '진주만'과 '히로시마' 이외에는 중일전쟁이 있었던가? 하고 너무나 모르고 있다.

 전쟁에서 중국인 1천만 명이 일본군에게 살해되고 난징대학살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Iris Chang 은 이를 의아하게 여기며, 고난받은 동포의 진실을 세계에 알리고야 말겠다고 결심했던 결실이 이 책이다.

 물론 Chang은 타고난 문필가며, 젊은 나이에 여러 가지 큰 상을 받은바있는 미국언론계의 중견인물이자 역사가이다.

 사료(史料)를 찾아 그에 대한 철저한 고증과 희생자가족면담 뿐 만 아니라, 사건당시 관여했던 '국제안전지대위원회'의 회원가족을 집요하게 찾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그녀의 열정은 실로 경탄할만하다.

 일본말을 전혀 모르는 그녀가 일본인의 모든 문헌을 섭렵한 사실도 놀랍다.

'국제적 음모'라니…

 그런데 이 책을 두고 일본의 국수주의학자들은 그녀 혼자의 저작이 아니라, 뒤에서 국가기관이 조종한 '중국의 음모' 라고 공언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을 질시하는 중국과 미국의 민중세력이 미국의회에 반일세력을 증대시켜 일본을 견제하려는 '국제적 음모'라고 피해 망상적인 발상도 하고있다.

 사실이지 이책이 나왔을 때 워싱턴의 사이또- 일본대사는 평하기를 "장 여사의 책에는 사실(史實)과 틀린 기재와 일방적인 해석이 있어 평형성이 결여돼있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일본대사와 Chang 여사간에 TV 논쟁이 고려됐으나, 일본측의 거절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래서 Chang 은 말하기를 "사이또-대사는 공식적으로 내책이 역사적으로 부정확한데가 많고 일방적인 내용이라 비난하면서도, 그 근거를 물으면 반증 하나도 제시 못하고있다"고 평했다.

 왜곡교과서에서 과거의 죄악사를 부정하는 일본정부와 어용학자들은, 여기에 도전하는 역사의 기수를 두고 "국제음모"의 앞잡이라 비난하고있다.

 그러나 Iris Chang 은 숨겨진 죄악상을 당당히 세상에 알림으로써 그녀는 올바른 인류역사에 공헌했다.

 그녀는 현대판 세계의 '진 다르크 Jeanne dArc'가 되고도 남는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