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oxx 흥망성쇠]

"머크, 대중광고로 이룩한 '바이옥스' 신화
Topol 박사의 양심- FDA 용단으로 물거품"
醫·政·産 국민건강 의지 타산지석 삼아야

▲ 김일훈 박사
- 在美 내과 전문의
- 의사평론가
 1장에서 언급한바 있는 Vioxx에 대한 닥터 Topol의 논설(10월 2일자 뉴욕타임지)이 최신 NEJM(2004. 10. 21)에도 보도 됐음을 계기로, 순서를 좀 바꾸어서 이번 3장에서는 Vioxx기사를 추가 보충 하고자한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심장과장 닥터 Topol의 연구진은 2001년 2월 8일 'FDA의 관절염 자문위원회 모임'에서 C-V(심장혈관질환)에 대한 Vioxx의 위험도를 논의한 바 있다.

 그리고 6개월 후 2001년 8월 22일자 JAMA에 그들의 연구조사 결과 Vioxx가 C-V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밝혀내어 경고하였고, 이와 동시에 다른 COX-2억제제(Celebrex 등)에 대한 추적 연구도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린바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DA는 여기에 대해 아무런 반응이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자문기관의 의견을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더구나 Merck회사는 그 후에도 연간 1억 달러($100M)가 넘는 광고비용을 써가며, 미국에서만 해도 매년 1천만이상의 처방전으로 10억 달러($1B)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는데, FDA는 적어도 이러한 광고행위 만은 막았어야 했다고 책망했다.

 그리고 FDA서 기껏 추천한 일이라곤 2002년 4워 11일 Vioxx팩키지 레테르에 C-V 위험성을 기입하라는 정도였다고 비평했다.

 이러한 태만행위에 대해 Merck 회사와 FDA는 공동으로 문책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누가 뭐라 해도 Merck는 약해독에 대한 관심보다 약품판매 이득에 치중했다는 사실에 대해 변명여지가 없다고 비난했다.

 C-V 위험을 알고 있으면서도 때늦은 조치를 한 Vioxx와 같은 사건을 장차 예방하기 위해서는, 연방의회에서 Merck와 FDA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Merck사는 1999년 Vioxx라는 귀동자를 출산하자마자 아들자랑 겸해서 약품판매 선전에 총력을 기울여, 2000년도 모든 약품 중에서 '직접 소비자 상대 광고(Direct-to Consumer Advertising. 'DTC광고'라 약칭)액수 제1위(1억6천80만 달러)를 기록하고 세계 200대 약품 판매순위 20번째에 오르는 실적을 과시했다(참조 : 표 1).

◇ 직접소비자상대의 처방약별 10대광고비용(2000년도)

Rank

Drug

Indication

DTC Advertising
($ Million)

Top 200
Ranking

1

Vioxx

Anti-inflammatory

$160.8

20

2

Prilosec

Anti-ulcerant(PPI)

$107.9

5

3

Claritin

Antihistamine

$100.3

9

4

Paxil

Anti-depressant(SSRI)

$92.1

14

5

Zocor

Cholesteral-lowering

$91.2

17

6

Viagra

Erectile Dysfunction

$89.8

45

7

Celebrex

Anti-inflammatory

$78.8

11

8

Flonase

Asthma

$78.1

50

9

Allegra

Antihistamine

$67.0

31

10

Meridia

Weight-loss

$65.0

NR

Total DTC Promotion Spending

$2,467.1

 Vioxx광고 아이디어도 기발했다.

 1976년도 올림픽 스케이팅 여자 금메달 선수 Hamil여사의 멋진 스케이팅 묘기 연출을 연일 방영한 TV광고로 Vioxx는 인기약품으로 비약했다.

 이미 50대가 넘어 관절염 고통을 겪었다는 그녀는 시청자에게 "Vioxx 덕분에 아픈 것이 감쪽같이 살아졌다"는 선전광고로 수백만 관절염환자를 매혹시켜 그들에게 "만일 Vioxx를 복용하면 우리도 Hamil선수처럼 멋있게 스케이팅을 즐길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많은 의사들은 같은 약품종류일 경우 기왕이면 환자가 꼭 원하는 약을 처방해준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그리하여 판매개시 1년에 이미 Vioxx판매액 15억 달러($1.5B)라는 수확을 이루었고, 2003년도 판매고 25억 달러($2.5B)에 달했던 것이다(1장 참조).

 Merck 회사가 Vioxx판매에서 대중미디어 광고가 적중한데는 'FDA의 광고규제 완화조치'를 십분 이용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997년 FDA는 TV나 라디오를 통한 DTC(직접 소비자상대)광고에 있어 처방약품 광고도 허용하게 되었다.

 이 조치이후 미국서 DTC 약품광고에 소요된 전체금액은 1996년의 7억9천1백만 달러($791M)에서 2003년도엔 32억 달러($3.2B)로 4배 이상 비약했다는 통계다(출처 : IMS 약품 상담기구 조사).

 그리고 미국 제약회사의 총 추진비용(Promoting spending), 즉 의사에 약품견본 제공과 의사들 교육용 여행비 부담 그리고 의사 오피스에 약품회사 직원파견 등에 소요한 2003년도 총비용은 250억 달러($25B)라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집계되었다.

 그 결과 이 기간(1996년 이후)에 의료비 증가에서 처방약값 증가율(%)은 병원 비용과 오피스비용 증가율에 비해서 2배 내지 5배나 높아졌다(참조 : 도표 2).

◇ 미국 의료비 중 3대 의료비의 연도별 증가율 변화(1980-2000년)


(추가 : 2000년 이후 처방약 증가율은 다음과 같다. 2001년 16.9%, 2002년 11.8%, 2003년 11.5%)

 2003년도 미국서 3대 의료비는 첫째 병원비용(31%)과 2번째 의사비용(22%)에 이어, 처방약값(11%)은 3번째인데, 약값 증가율이 이대로 지속되면 몇 년 이내에 약값이 2번째 의료비가 될 전망이다.

 특기할 일은 FDA서 규제에 어긋난 과대약품 광고단속은 1998년엔 157건이었으나, 2003년엔 23건에 불과했으니 그만큼 처방약의 과장된 DTC광고가 허용된 셈이다.

 그래서 많은 연구가와 소비자그룹은 처방약 광고금지와, FDA예산을 증가해서라도 불법적인 약품추진 행위의 엄중단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미디어광고를 십분 이용한 비상한 회사상혼에도 불구하고 Vioxx는 5년 만에 붕궤할 운명에 처했으니, 의약역사상 오르막길이 높았던 만큼 내리막길도 너무 빨랐던 기록을 세웠다.

 Merck사는 장차 닥쳐올 소송배상금 이외에도 시중 Vioxx 회수에 소요되는 비용 91억 달러($9.1B)라는 막대한 금액과, 고용인감원에 따른 재정부담 등 앞으로 당면할 회사의 재정적 곤경은 암담하기만 하다.

 그러나 Merck 회사가 문을 닫는 일은 없겠지만, 장차 회사규모를 최소한으로 축소해서 경영할 것만은 틀림없다는 관측이다.

의학발전에 침묵은 죄악

 Vioxx 흥망성쇠와 관련해서 국민건강에 추호의 위험요소도 불허하는 미국학계 특히 Topol 교수의 양심과 함께, 뒤늦게나마 이를 순순히 수용한 정부(FDA)의 결단을 치하하고 싶다.

 또한 잘못된 과거지사를 덮어두어서는 안되며 이를 국가차원(연방의회)에서 철저히 규명해야한다고 주장한 닥터 Topol의 과학자적 용기를 높이 평가할 일이다.

 학계발전에 '침묵은 죄악'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서도 국회에서 여야합동으로 마황(麻黃)섞인 체중감소 한약을 조사 추궁하고 있다니, 국민보건을 위해 경하할 일이다.

 정치엔 여야가 있어도 국민건강과 생명보호엔 여야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한국의료계의 최대과제라 할 의료일원제를 성취하는 첫 단계가 주먹구구로 1천년간 이어온 모순투성이 전통의약의 해독에서 국민건강을 보호하는 일이라 하겠으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국립한의대설립은 일원화에 대한 반역일 따름이며 국가차원의 전통의약 연구소 설립을 통한 철저한 한약검정은 환영할 일이나, 이를 위해서는 방대한 예산을 전제로 한 재원조달이 필수적이며 그러지 못한 연구센터는 이름뿐인 허수아비에 불과할 것이다.

 본 시리즈에서 더 논의하려하지만, 미국은 학계와 제약사와 정부기관(NIH)에서 약품의 임상검정과 추적연구조사에 상상외의 막대한 금액을 투입함으로서 국민생명보호를 하고 있다.

 한국서 한약복용으로 인한 간독(肝毒)질환이 흔한데도 여기대한 고발은커녕 연구조사도 드물다는 기사를 읽은바 있는데, 국민생명 보호를 위해 학계와 학자들의 용단을 기대해본다.

 그러면 다음부터 미국의약에서 신약(新藥)이 신약(神藥)의 기적으로 출현함에 있어 천문학적 투자가 소요되고, 따라서 국민은 엄청난 약값을 지불해야만 한다는 그 과정과 결과를 여러 문헌을 토대로 소개해 보고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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