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SC II 임상연구 이전에 실시된 저분자량헤파린(LMWH:dalteparin, enoxaparin, nadroparin)과 플라시보 또는 기존 헤파린(UFH)을 비교한 5건의 저분자량헤파린 임상연구 (FRISC I, FRIC, ESSENCE, TIMI llB, FRAXIS) 결과를 살펴보고, 이들 연구결과로 볼 때 3가지 저분자량헤파린간에 어떤 임상적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먼저,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의 항혈전요법과 관련하여 1980년대 발표된 캐나다와 미국에서 각각 실시된 2건의 임상연구에서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플라시보 투여를 비교한 결과, 아스피린 투여시 사망 및 불안정성 심근경색 발생위험이 50%로 유의하게 감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아스피린 투여 1년 후의 장기 추적연구에서 상당 수준의 심근경색 또는 사망 발생위험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심근경색 재발 등 아스피린의 여러 한계점 때문에 새로운 항혈전제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캐나다, 미국, 스웨덴에서 불안정성 협심증이나 non-Q-wave 환자를 대상으로 아스피린과 기존 헤파린의 병용요법을 아스피린 단독요법과 비교한 3건의 임상연구에서는 아스피린과 기존 헤파린의 병용요법이 아스피린 단독요법에 비해 사망 및 심근경색 발생위험을 5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나 아스피린 + 기존 헤파린의 병용요법이 부차적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2건의 임상연구에서 급성기 5~6일 동안 기존 헤파린을 투여한 뒤 중단했을 때 허혈성 심근경색의 위험이 현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존 헤파린 투여를 중단하거나 용량을 줄일 때 혈전형성 기전(트롬빈 생성)이 재활성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결국, 기존 IV 헤파린 투여를 갑자기 중단한 후 몇 개월 동안 트롬빈 생성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리바운드 현상은 아스피린을 지속적으로 투여함으로써 다소 줄일 수 있으나 한계가 있다.

그동안 기존 헤파린이 불안정성 협심증 치료에 중요한 항혈전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으나 몇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즉, 기존 헤파린의 경우 정맥투여를 해야하며, 투여 후에는 환자에 따라 용량반응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APTT 모니터링을 적어도 1일 1회 실시해야 하고, 출혈 부작용, 혈소판감소증(thrombocytopenia) 발생위험이 약 1~2%로 드물지 않게 발생하며, 장기치료시에는 골다공증의 발생위험이 있다.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저분자량헤파린은 분자량이 2,000~10,000으로 기존 헤파린에 비해 약물학적, 약물동력학적으로 크게 개선돼 효과가 좋고 안전성이 높다. 저분자량헤파린은 혈장단백질 및 내피세포와 결합이 거의 없거나 매우 낮아 피하주사가 가능하고, 생체이용률이 매우 높으며, 용량반응이 일정하고, 반감기가 길고, APTT 모니터링이 필요 없으며, 기존 헤파린에 비해 출혈위험이 훨씬 적고, 혈소판감소증이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골다공증 발생위험 역시 낮다.

불안정성 협심증에 관한 저분자량헤파린 '프라그민'에 관한 대규모 임상연구인 FRISC I은 지난 1996년 3월 2일자 'The Lancet'에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FRISC I 연구는 입원한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 저분자량헤파린 '프라그민'(성분명:dalteparin)의 급성기(1~5일) 치료효과를 평가하고, 퇴원 40일 후 장기치료 효과를 평가하는데 있었다.

FRISC I은 이중맹검의 대규모 임상연구로 1,500여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환자에 아스피린(75mg/day), 베타차단제와 '프라그민'(120IU/kg, twice daily) 또는 플라시보를 6일 동안 투여하였고, 6일 이후에는 '프라그민' 용량을 반 이하로 줄여 1일 1회 7,500IU를 40일 동안 투여했다.

FRISC I 연구 결과, 저분자량헤파린 '프라그민'을 6일 동안 투여했을 때 플라시보 투여군에 비해 사망 및 심근경색(심장발작) 발생위험이 6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퇴원 40일 후 추적연구에서도 심근경색의 발생위험이 25% 감소함으로써 저분자량헤파린의 경우 치료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특히 FRISC I 연구대상 환자의 60%를 차지한 troponin-T 양성반응 환자에서 '프라그민' 장기치료시 사망 및 심근경색 위험이 약 50%의 유의한 감소효과를 나타냈다.

한편, 급성기 치료 후 '프라그민' 투여용량을 반으로 줄인 이후(치료 6~10일 후)에는 뚜렷하지는 않지만 혈전형성기전이 재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FRISC I 연구에서 발생한 이상반응을 보면 '프라그민' 투여군의 경우 플라시보 투여군과 유사하게 주요 출혈 발생위험은 매우 낮았고, 경미한 출혈은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기존 IV 헤파린 투여시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혈소판감소증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FRISC I 연구에서 '프라그민'이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의 급성기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한 제제로 사용될 수 있으며, 출혈 발생위험 등의 부작용이 적어 ATPP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으며, 피하주사로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고, 퇴원 후 자택 치료를 통한 장기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다.

나머지 4건의 연구 FRIC(dalteparin), FRAXIS(nadroparin), ESSENCE(enoxaparin) 및 TIMI 11B(enoxaparin)에서 한가지 공통점은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자의 급성기 치료에서 각 저분자량헤파린을 기존 IV 헤파린과 비교한 임상연구라는 점이다.

FRIC 연구는 불안정성 협심증 또는 non-Q-wave 심근경색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저분자량헤파린 '프라그민'과 기존 헤파린의 효과를 비교한 이중맹검, 비교연구로 실시되었다. 이 연구에서 사망, 심근경색 또는 협심증 재발의 triple endpoint의 발생위험은 급성기(5~8일) 치료기간에 저분자량헤파린 '프라그민' 투여군과 기존 헤파린 투여군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고, 주요 출혈과 경미한 출혈 발생위험은 두 치료군간에 유사하였다. 혈소판감소증과 알러지 반응은 기존 헤파린 투여군에 비해 '프라그민' 투여군에서 보다 드물게 발생했다.

이처럼 FRIC(dalteparin)와 FRAXIS(nadroparin) 연구에서는 2가지 저분자량헤파린이 플라시보에 비해 효과가 더 우수하고, 기존 헤파린과는 동등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반면, ESSENCE(enoxaparin)와 TIMI 11 B(enoxaparin) 연구에서는 저분자량헤파린 enoxaparin이 기존 헤파린에 비해 한층 우수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에서 언급한 5건의 임상연구 결과에서 3가지 저분자량헤파린간에 효과면에서의 차이는 각 저분자량헤파린 자체의 임상적 효과의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임상연구 계획안의 차이 때문인지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첫째, 각 임상연구의 1차적인 연구목적에서 차이가 있었다. FRIC 연구의 1차적인 목적은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자에 대한 급성기 치료 후 저용량 '프라그민' 투여시의 장기적인 항응고효과를 평가하는 데 있었던 반면, ESSENCE 연구와 FRAXIS 연구는 enoxaparin과 nadroparin이 기존 헤파린에 비해 효과가 더 우수한지 여부를 평가하는 데 있었다. 한편, TIMI 11B 연구의 주된 목적은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의 급성기 치료 및 장기치료에서 저분자량헤파린 enoxaparin과 기존 헤파린의 효과를 비교하는 데 있었다.

둘째, 각 임상연구의 1차적인 endpoint에서 서로 차이가 있었다. 4건의 연구 모두 triple endpoint로 사망, 허혈성 심근경색 및 재발(또는 재관류)이 포함되었다. 처음 2가지 endpoint는 객관적으로 정의된 것이었으나, 마지막 endpoint에 대한 정의는 보다 주관적인 것이며 따라서 각 임상연구의 결과 평가에서 많은 차이를 보인 부분이다.

셋째, 각 연구의 대상환자군의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ESSENCE와 TIMI 11B 연구의 대상환자는 FRIC 연구와 FRAXIS 연구의 대상환자에 비해 보다 중증 환자들이었다. 따라서 ESSENCE와 TIMI 11B 연구의 경우 보다 용이하게 저분자량헤파린 enoxaparin이 기존 헤파린에 비해 효과가 더 우수하다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넷째, 서로 다른 임상연구 결과는 각 저분자량헤파린의 화학구조나 분자량의 차이로 인한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nadroparin과 enoxaparin은 평균 분자량과 anti Xa/anti IIa에서 유사하다.

다섯째, 각 임상연구의 치료기간에서 차이가 있었다. FRAXIS와 FRIC 연구의 경우 기존 헤파린의 치료기간은 5일에서 6일 동안이었고, ESSENCE와 TIMI 11B 연구에서는 기존 헤파린 투여기간이 2일에서 3일뿐이었다. 기존 헤파린 치료시 적절한 APTT를 얻기 위해서는 적어도 6~7일간 치료가 필요한데 이는 치료 초기 2일 동안에 목표 APTT에 도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에 대한 저분자량헤파린의 효과를 평가한 5건의 임상연구에서 각 저분자량헤파린간의 차이, 각 임상연구의 연구설계, 대상환자의 참가/제외 기준, 약제의 용량, 기존 헤파린과 저분자량헤파린의 투여기간, endpoint에 대한 정의 및 평가, 대상환자 질환의 정도에서의 차이 등으로 인해 이들 연구에 대한 비교를 통해 각 저분자량헤파린간의 상대적 효능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한, 지금까지 이들 3가지 저분자량헤파린을 서로 직접적으로 비교한 임상연구가 실시된 바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어떤 저분자량헤파린이 효과면에서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저분자량헤파린이 기존 헤파린과 동등하게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 효과적이고 안전할 뿐더러, 투여방법이 간편하고, 투여 후에는 모니터링이 필요 없다는 것과 출혈 등의 부작용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불안정성 관상동맥질환의 치료에 저분자량 헤파린이 기존 헤파린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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