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월 재정안정대책을 발표한 이후 일부 언론계 및 시민단체에서는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민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비난이 있었다. 특히 비난의 초점이 되었던 것은 정부가 의원급 환자의 외래본인부담을 올려 가난한 서민들의 의원 문턱을 높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은 그동안 잘못 운영되어 왔던 의원급 본인부담제도를 개선하여 사회보험의 원리에 충실하게 운영하여 중증질환에 대한 서민들의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정부의 진의를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따라서 앞으로 본인부담금 제도의 운영사례를 상세히 살펴보고 재정안정대책에 나온 정부의 입장을 설명함으로써 본인부담금 제도를 개선한 정부의 입장을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한다.

-본인부담제, 도덕적 해이 줄일 수 있어-

건강보험에서 본인부담이란 의료, 의약, 입원서비스를 받는 사람이 실제로 이러한 의료보장의 혜택을 받게 될 당시에, 의료비용의 일부를 혜택받는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본인부담제는 공적 의료보험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보험제도하에서는 의료공급자나 소비자가 의료비용 발생에 대하여 부담하게 되고, 과잉진료나 과잉수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증대되면서 이로인해 보험재정이 불안정해지는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인부담제를 적용함으로써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어느정도 줄일 수 있다. 본인부담제는 소비자로 하여금 수요량을 줄이거나, 낮은 가격의 서비스를 찾거나 안내하고 자기 치료가 가능한 부분은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등의 경제적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최근 각 국가들은 기존의 본인부담체계를 재조정하고 있다. 80년대 이후 작은정부를 지향하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기조가 본격화되면서, 전통적으로 국가 혹은 사회가 보장하던 보건의료, 복지, 교육 등과 같은 사회서비스 분야에 수익자 부담의 원칙이 적용되고 있으며 의료비용에 대한 책임소재가 기존의 공적 영역으로부터 개인과 가족으로 일정부분 이전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률부담제 적용-

본인부담의 법적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비용의 일부부담) 조항이다. 제41조에서는 '제3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요양급여를 받는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비용의 일부(이하 '본인일부부담금'이라 한다)를 본인이 부담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는 외래와 입원, 약제 모두 정률부담제를 기본적인 본인부담제 유형으로 적용하고 있으며, 단지 의원급 외래의 1만5,000원 이하 진료비와 1만원 이하의 약국 조제료에 한해 정액부담제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정률부담제(Coinsurance)라고 함은 보험자가 의료비의 일정비율만 지불하고 나머지 부분은 본인이 부담하는 방식을 말하며, 정액부담제(Copayment)란 의료이용의 내용에 상관없이 의료서비스 이용건당 일정액만 이용자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자가 지불하는 방식을 말한다.

-5월 재정안정대책에 소액본인부담제 개선내용 담아-

정부는 지난 5월 재정안정대책을 발표시 정부 및 공단, 의약계, 소액진료환자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며 특히 가입자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재정안정 대책을 발표하였다. 정부 1조9,000억원 49%, 의약계 약 1조6,000억원 40%, 소액진료환자 11% 등 5:4:1의 비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 주체별 재정분담 (3조8,952억원)

▶ 의 약 계 1조 5,769 억원 (40.4%)
의 료 계 1조 613 억원 (수 가 12.7% 인하 효과)
약 계 1,488 억원 (조제료 11.3% 인하 효과)
제약업계 3,668 억원 (약 가 9.3% 인하 효과)

▶ 정부·건강공단 1조 8,954 억원 (48.6%)

▶ 소액환자부담 4,229 억원 (11%)

재정안정대책이 발표되자 일부 언론에서는 본인부담이 40%가 늘어난다고 보도하여, 이를 보고 마치 40% 이상 부담이 추가된다고 오해한 국민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 언론 기사는 잘못된 것이다.

우선, 본인부담 제도개선에 해당되어 추가로 본인부담이 늘어나는 가입자는 감기, 배탈 등으로 의원을 방문하여 15,000원 이하(약국 10,000원)의 진료에 해당되는 소액진료환자만이다. 종합병원환자, 병원환자, 중환자는 해당이 없으며, 오히려 병원급 이상의 외래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은 내려갔다. 극빈층이라고 일컬어지는 150만∼160만명의 기초생활보장대상자 및 의료보호 대상자 또한 전혀 해당이 없으며, 단지 의원급 진료비 15,000원 이하인 환자(감기, 몸살, 배아픈 환자), 약국 진료비 10,000원 이하인 경증환자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이러한 소액진료비에 대한 본인부담제도 개선은 건강보험이 정말로 감당할 수 없는 질병치료에 더 큰 혜택을 주어 사회보험으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하도록 한 제도개선의 출발점인 것이다.

의원급 본인부담은 외래 30%, 입원 20%를 원칙으로 출발하였으나, 86년부터 정율제에서 정액제로 고쳐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기하였다. 그러나, 그후 정액본인부담 수준이 급여비 상승과 적절하게 조정되지 못하여 2001. 7. 1 이전에는 소액 진료시 의원 2,200원, 약국 1,000원의 본인부담은 입원 진료보다 낮고(의원 18.5%, 약국 16.5%), 의료보호 2종(20%)보다 낮은 불합리한 제도로 운영되어 왔던 것이며 이에 대한 개선필요성이 많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5월 재정안정대책에서는 소액진료환자에 대한 본인부담을 의원급은 기존 2,200원에서 3,000원으로, 약국은 1,000원에서 1,500원으로 조정하였다. 그대신 돈이 많이 드는 백혈병 등 소아암, 혈우병, 고셔병, 장기이식 환자 (간, 신장, 심장, 췌장) 등의 경우는 40∼55%하던 외래본인부담을 20%선으로 경감하고, 65세 이상 노인들의 소액진료비도 의원급은 일반인 3,000원, 노인 1,500원으로, 약국은 일반인 1,500원, 노인 1,200원으로 본인부담을 낮춰주었다. 아울러, 병원급 이상의 외래본인부담도 다음과 같이 경감하였다.

- 병원급 : 진찰료+진찰료를 제외한 진료비의 40%에 진찰료를 합한 금액 ⇒ 전체 진료비의 40%
- 종합병원 : 진찰료+진찰료를 제외한 진료비의 40%에 진찰료를 합한 금액 ⇒
·2만5천원 초과 : 통합진찰료전액 + 진료비 45%
·2만5천원 이하 : 요양급여비용총액의 60%
- 종합전문요양기관 : 진찰료+진찰료를 제외한 진료비의 40%에 진찰료를 합한 금액 ⇒
·2만5천원 초과 : 통합진찰료전액 + 진료비 45%
·2만5천원 이하 : 요양급여비용총액의 65%

정부는 앞으로 중증질환 발생시 가계파탄으로 이어지는 본인부담금 제도를 개선하여 중증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춰주는 대신, 감기, 배탈 등 가벼운 경질환에 대한 본인부담을 높여 비용의식을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종합병원급 이상에서 기준이 이원화됨으로 인하여 요양기관이 겪었던 불편을 해소하는 방안도 재정상태를 감안하여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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