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和合 하나마나]

필자가 40여 년 전 한국서 대학병원 내과 수련의시절 병원에서 자주 겪은 암 환자는 주로 위암, 간암과 폐암이었고, 유방암과 대장암은 가끔 보는 암이었으며, 남자의 전립선암은 비뇨기과 전공이 아니라서 그랬는지 본 기억이 없다.

그러다가 1966년에 도미하여 미국환자를 대하면서, 매일같이 새로 겪는 심근경색증환자를 비롯하여 암 환자의 종류도 한국과 그 양상이 크게 달라진데 놀랐다. 한국에 흔한 위암과 간암은 그의 볼 수가 없는가 하면 대장암과 유방암이 많고, 무엇보다도 전립선비대증과 전립선암환자가 많은데 놀랐다. 그래서 암의 분포에 있어 동(東)과 (西)가 판이한 특징을 갖고 있음을 인지하게 되고, 차츰 그렇게된 이유에 관한 여러 문헌에 접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암도 다른 여러 만성퇴행성질환처럼 생활습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 질환이라는 것이며, 따라서 동과 서의 암 종류도 식생활을 비롯한 동서양인의 생활방식의 차이에 따라 크게 달라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특기할 일은 동양인(이전의 후진국)의 선진국화(서양화)는 서양적인 암의 증가를 초래함으로서, 암 발생에 관한 한 조금도 덕볼 점이 없다는 결과이니, 암에 있어서는 동서화합해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6대주(大洲)의 6大 암]

암의 발생빈도와 사망률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첫째는 전체인원수를 나타내는 것과, 둘째는 인구 10만 명당 몇 명이라는 율(率)을 표기하는 2가지가 있다. 그런데 여기서 율을 표기하는 둘째가 비교목적(예: 국가별, 인종별, 연대별 등)을 위해 더욱 유용하게 사용될 수가 있고, 이 글에서도 가급적이면 비교하는데 일목요연하다할 이러한 율(인구 10만 명당 해당수)을 사용코자 한다.

통계에 의하면 1990년도 전세계의 암 발생총수는 총 8.1백만 명이고, 이 숫자는 선진국과 후진국지역에 골고루(약 50대 50)분포되어 있으며, 1975년이래 암 발생은 매년 1.7%씩 증가되어 지난 15년간 37%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암 사망자총수는 5.2백만 명이며 선진국 45%에 비해 후진국이 높은 55%를 차지하고있으니, 동일한 암에서도 후진국에서 치료혜택이나 치료효과가 미흡하다는 상식적인 사실을 알려준다. 선진국지역의 '인구10만 명당 암 발생률'(다음부터 '발생률'이라고만 씀)은 남자 299.6명, 여자 208.9명이고 '인구 10만 명당 사망률(다음부터 '사망률'이라고만 씀)'은 남자182.8 명과 여자 105.4명이다. 그리고 후진국지역의 발생률은 남자 151.9명, 여자 122.0명, 그리고 사망률은 남자 116.7명과 여자 78.0명이다<표 1>.

<표1> 인구 10만명당 암 발생률과 사망률 (단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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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발생률 사망률
남 여 남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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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299.6 208.9 182.8 105.4
후진국 151.9 122.0 116.7 78.0
북미주 369.9 277.5 170.8 117.7
동아시아(중국) 179.2 105.3 150.5 77.1
동아시아(일본) 270.9 166.8 154.1 79.9
서부유럽 294.8 210.4 188.3 1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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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암학회 Global Cancer Statistics 1998에서.(세계 일부지역만 발췌)

여기서 후진국지역의 발생률과 사망률이 아주 낮지만, 그 지역인구가 훨씬 높은 것을 참작하면 발생인원 총수는 비슷하게된다.

선진국지역의 주(主)라 할 미국, 유럽, 일본과 후진국지역에 속하는 중국의 예를 들어, 표 1에 명시했다. 많은 종류의 암중에서도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남녀 합쳐 세계적으로 으뜸가는 6대(大)암은 폐암, 위암, 유방암, 대장암(결장 및 직장암), 간암, 그리고 전립선암이다. (표 2 참조)

<표2> 인구 10만명당 세계6대 암 국가별 사망률 (단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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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위암 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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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5.2--10.4 20.0 15.9 52.3--26.6 4.4--2.0 6.0--3.7
중국 7.9--6.4 5.0 *0.7 37.3--15.8 26.9--12.7 ?--?
일본 17.1--9.9 7.7 5.1 31.7--8.5 30.2--12.3 *18.5--7.5
독일 20.8--14.0 21.7 16.6 45.4--9.4 12.0--6.3 ?--?
한국 8.5--7.2 4.8 1.8 32.8--11.3 30.3--17.6 3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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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암학회 Cancer Statistics 2000(1994∼1997)에서 (일부만 발췌. 남--여로 표시함).

물론 전립선암은 전적으로 남성 암이며, 거의 전체의 유방암은 여성 암이다. 그리고 여성의 발생률과 사망률에 있어서 자궁경부암이 간암보다 훨씬 높으나, 남녀 총체적인 숫자순서로 정했기로 6대 암에 들지 못했다.

[동서양의 2大 암]

<표 2> 에서 볼 수 있듯이 동양의 2대 암은 단연코 위암과 간암이나, 서양의 2대 암은 폐암과 더불어 남자의 전립선암과 여자의 유방암이다. 여기에 더하여 대장암도 서양 암이라 하겠으나, 동양의 선진국을 자처하는 일본의 율도 높아 그(서양)와 동서(同棲)하려드는가 하면, 폐암 역시 동서(同棲)하는 東西혼혈형이라 하겠다.

여기서 동양과 서양적인 면에서 지난 세기에 가장 크게 변동한 위암과 대장암의 발자취를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암의 역학조사에서 공통적인 현상은 세계적으로 감소되고있는 암은 동양의 대표적인 암이라 할 위암이며, 반면 증가일로에 있는 암은 서양적 암인 대장암이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1955년 위암사망률(10만 명당)이 남자 59.3인과 여자 49.8이었으나 42년이 지난 1997년엔 남자 12.0과 여자 6.3으로 격감해 버렸다.

그리고 지난 15년간 남자의 위암사망률은 미국(7.8에서 4.4로), 영국(20.8에서 9.5), 독일(24.8에서 12.0), 프랑서(15.3에서 7.2) 그리고 이태리(29.2에서 15.0) 등이며, 서구사회에서 모두 감소경향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이유는 다음 장에 설명).

그러나 한국과 일본은 모든 암중에서 위암이 여전히 첫째 암(중국은 둘째)이고, 사망률이 아주 높다(표 2).

생활환경과 식생활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한국의 한국인과, 일본 오사카에 거주하는 한국인2세 그리고 오사카의 일본인의 위암 발생률을 비교한 연구조사에 의하면, 이들 3자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하와이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일본인 2세의 위암발생률은 본토일본인의 1/3 정도로 아주 낮다고 한다. 이것은 미국생활로 인한 위암의 미국화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이상의 사실은 식생활 등 생활환경의 변화가 암 발생에 크게 영향 줌을 시사하며, 이 사실은 대장암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다. 즉 하와이의 일본인 2∼3세 남자의 대장암발생률은 미국백인 못지 않게 높으며, 이러한 현상은 서구화한 라이프-스타일에 의해서 초래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의 대장암사망률은 큰 변동이 없으나, 일본에서는 크게 증가했다(다음 언급).이렇듯 암의 지역적 분포관찰을 통해서, 위암과 대장암은 민족적 소인(素因)보다는 후천적인 생활환경과 생활양식에 더 좌우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남성에 국한된 암인 전립선암은 세계전체의 년간 발생총수/사망총수는 39만6,000/16만5,000명이며, 미국의 경우 매년 발생총수는 18만 명으로 단연코 제1이며, 노후에 가장 많이 생기는 전립선암은 예후가 비교적으로 좋은 암이라 년간 사망총수는 3만 명을 좀 넘을 정도다. 그래서 치명도 즉 사망자총수/발생총수가 3만/18만=1/6 밖에 않되는 위험도가 낮은 암이다.

<표2>에서 보듯 사망률은 미국(15.9)과 독일(16.6)에 비해서 일본이 월등히 낮고(5.1명), 별도로 얻은 통계에 의하면, 한국은 1.8이며 중국은 0.7에 불과하다. 전립선암은 지난 5년간 세계적으로 발생총수가 매년 3.7%나 증가된 것도 사실이나, 근래의 용이한 혈액검사 진단방법(PSA)으로 암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기도 하며, 특히 동양 3국 중에서 일본의 높은 율은 이를 시사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동양인의 아주 낮은 숫자는 식생활 등 생활양식에 영향받는 것보다는 유전적인 요소가 있을 것이라고 잘못 추정한 적도 있다.

[동양인 서양화로 암 증가]

미국내의 종족별로 전체 암 발생률(사망률과 다름)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남자의 경우 백인 134.7 과 흑인 180.6인데, 여기에 비하여 동양계는 그들보다 훨씬 낮은 율이며, 중국인(2세가 주) 46.0, 일본인(2∼3세가 주) 88.0, 한국인(주로 1세) 24.2 이다. 참고삼아 재미 한국교포의 5대 암 발생률(88∼1992조사. 10만 명당)은 남자의 경우 폐암 53.2(백인 76.0과 비교), 위암 48.9(백인 9.9), 대장암 31.7(백인 56.3), 전립선 암 24.2(백인 134.7), 간암 24.8(백인 3.2)이며, 대장암과 폐암은 백인에 가까운 율이다.

그리고 미국 동양계 중 1세가 주인 한국인의 전립선암 발생률은 가장 낮아 24.2이며, 일본계는 88.0(일본본토인 8.5)이고 중국계는 46.0(중국본토 1.1)이다. 미국 동양계 2∼3세의 전립선암 발생률이 백인에 근접하고 그네들 본토인 보다 월등 높다는 사실은, 유전자보다는 식생활 등 생활양식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말해준다. 사망률에 있어서도 5대 암은 동양계 모두 비슷하고 폐암, 간암, 대장암, 위암, 췌장암, 유방암 등이며, 사망률은 대체로 본국인과 미국백인의 중간지점이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다음은 동양에서 가장먼저 서양화를 시도하여 100년 전에 이미 선진국대열에 참여했다는 일본의 암 변화상(1980∼1999의 20년간)을 살펴본다(주:과거 중국통계는 신빙성이 적고, 한국의 상세한 통계는 가진 것이 없기로, 남녀합친 일본 예만 들어본다).

1위암 사망총수는 현재 20년 전과 다름없는 5만명 정도다.

그러나 대장암(결장 및 직장암)사망 총인원은 1만5,000명 미만이던 것이 20년이 지난 현재 3만5,000명을 초과하여 2.3배로 늘어났으며, 유방암은 4만2,000명에서 9만명으로 2.2배 증가했다. 그리고 폐암은 2만1,000명에서 5만2,000명으로 2.5배나 증가했다.

동양인의 생활향상과 서구화는 동양적 암(위암 간암 등)의 감소보다, 서양적 암(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과 폐암의 증가가 크게 돋보이게되었다. 암의 서세동점한 결과다.

그래서 선진국 동양인의 “암의 서구화”현상으로 동양인 전체의 암이 늘어난 결과이며, 일본의 경우 1980년 암 사망자 총수 72만3,000명이던 것이 1999년에 36%나 증가되어 100만명에 육박(98만2,000명)하기에 이르렀다.

암에 관한한 동서화합(東西和合)은 하나마나고, 동양인은 덕보다 손실을 보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과장은 아닐 것이다.

생활향상은 건강의 후퇴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아이러니한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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