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뇌의 니코틴 수용체(nicotinic acetylcholine receptor)의 선택적인 감소가 알츠하이머병(AD)의 진행을 반영하는 생화학적 지표가 된다는 증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에는 전두엽의 상부 피질층과 측두엽에서 니코틴 수용체 중 주로 특히 α4 subunit를 가진 subtype의 감소가 나타난다. 포유류의 뇌에는 니코틴 수용체가 많이 존재하는데 α4β2와 α7 subtype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모두 시납스후 세포막뿐만 아니라 시납스전 세포막에도 위치한다. α7 니코틴 수용체는 α4β2 수용체와 달리 칼슘이온 투과성이 매우 높고 빠른 탈감작을 보이며 콜린에 의해 활성화되고 α-bungarotoxin에 의해 억제되는 성질을 나타낸다. 콜린에 대한 감수성이 높기 때문에 α7 니코틴 수용체는 아세틸콜린이 효소에 의해 분해된 다음에도 화학적으로 흥분상태를 나타낼 수 있다.

또한 α7 니코틴 수용체는 칼슘이온에 대한 고투과성으로 인해 시납스후 세포에서 신경전달물질 유리, 유전자 전사나 단백질 생합성 같은 metabotropic response를 잘 유발할 수 있다.

최근에 인간의 대뇌피질의 중간뉴우런(interneuron)에 대한 전기생화학적 연구가 처음 보고되었는데, α7 니코틴 수용체와 α4β2 니코틴 수용체가 세포체-수상돌기부분(somatodendritic region)에 분포하며 GABA 유리를 조절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대뇌의 억제 및 탈억제 기능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억제 작용은 신경회로의 신호대 잡음비(signal-to-noise ratio)를 향상시킬 수 있고, 탈억제 작용은 기억이나 학습의 근간이 되는 시납스 강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알츠하이머병에서 보이는 콜린성 결핍을 줄이는 전략으로 세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가 아세틸콜린 합성의 촉진, 둘째가 아세틸콜린 분해의 억제, 셋째가 니코틴 수용체 작용제의 투여다.

아세틸콜린 합성을 위한 아세틸콜린 전구물질은 임상적으로 별 치료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왔고, 아세틸콜린 분해효소인 choline esterase를 억제하는 제제가 현재 가장 애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제는 치료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고 대부분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방지할 수 없다. 니코틴 수용체 작용제가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으나 용량에 따른 니코틴 수용체 탈감작 문제가 있고, 목표한 뇌의 수용체까지 약제를 쉽게 전달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알츠하이머병 약물 치료의 새로운 방법으로 주목되는 것이 니코틴 수용체의 allosteric modulator를 이용하는 것이다. allosteric modulator란 수용체의 작용제나 길항제가 붙는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와서 붙는 물질로서, 작용제나 길항제처럼 직접적으로 신경전달에 관여하는 대신 니코틴 수용체가 아세틸콜린에 반응할 때 ion channel activity를 올려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콜린신경전달을 강화시킨다.

이렇게 니코틴 수용체에 작용해 수용체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물질을 “allosterically potentiating ligands(APL)”라고 한다. N-methyl-galanthamine이 바로 그러한 물질이다.

APL은 직접 니코틴 수용체의 신경전달에 개입하지 않으므로 작용제나 길항제를 사용할 때 나타나는 수용체 탈감작이나 하향조절(down-regulation)을 피할 수 있다. APL은 다른 신경전달물질계에서도 관찰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불안 억제제로 쓰는 benzodiazepine계 약물로, 이것은 GABA 수용체에 딸린 CI channel을 쉽게 열어줌으로써 GABA 수용체의 활성을 강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결과]

〈그림 1〉은 니코틴 수용체의 allosteric potentiation을 보여주는 실험결과이다. 3일된 PC 12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0.4 μM N-methyl-galanthamine을 단독으로 작용시켰을 경우 전기활동을 보이지 못했으나(상단 왼쪽에서 세 번째), 100 μM 아세틸콜린을 같이 주었을 때 100 μM 아세틸콜린을 단독으로 사용한 경우보다 니코틴 수용체의 아세틸콜린에 대한 반응이 거의 두배로 나타났고(상단 왼쪽 두 그림), 이러한 전기활동은 1,000 μM 아세틸콜린을 단독으로 주었을 때와 같은 정도였다(상단 맨 오른쪽).

〈표 1B〉는 N-methyl-galanthamine이 아세틸콜린에 대한 용량반응관계에 미치는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다. N-methyl-galanthamine은 용량반응곡선을 우측으로 이동시켜 낮은 농도의 아세틸콜린에도 같은 수준의 반응을 일으킨다. 이러한 소견은 N-methyl-galanthamine의 존재가 니코틴 수용체의 아세틸콜린에 대한 결합 친화성을 증가시키거나 channel activation level을 올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N-methyl-galanthamine의 상승효과는 좁은 농도범위내에서 관찰되는데, 〈표 1C〉에 보이는 것처럼 아세틸콜린에 대한 니코틴 수용체의 상승반응은 N-menthyl-galanthamine 농도 1 μM 이하에서 한정돼 있다. 더 높은 농도에서는 직접적인 이온통로 봉쇄가 점점 심해져 N-methyl-galanthamine의 상승효과를 상쇄시킨다.

N-methyl-galanthamine의 니코틴 수용체에 대한 이러한 효과(positive modulation)는 PC 12 세포뿐만 아니라 인간의 뇌신경세포를 위시한 여러 종류의 세포에서 관찰된다. 현재로서는 N-methyl-galanthamine에 의한 positive allosteric modulation이 모든 형태의 니코틴 수용체에 다 나타나는지, 일부 니코틴 수용체에만 적용되는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니코틴 수용체의 APL로서는 physostihmine, galanthamine, codeine, serotonin 등이 있다.

[고찰]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증상은 인지기능의 소실이라 할 수 있는데, 단기기억 및 학습능력의 소실, 주의력장애, 언어장애, 감정장애 등의 그것이다. 이러한 장애는 모두 중추신경계의 여러 신경전달계의 기능이 저하됨으로써 초래된다.

알츠하이머병의 심한 정도를 가장 잘 반영하는 생화학적 지표는 바로 인지기능을 수행하는 뇌 부위의 니코틴 수용체의 감소라 할 수 있다. 문제는 니코틴 수용체가 다른 신경전달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또 있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최근에 니코틴 콜린 신경전달과 다른 신경전달계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전이 밝혀졌다. 바로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α4β2와 α7 subtype)에 의한 신경전달물질 유리 조절이 그것이다.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러한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의 감소로 인해 글루타메이트(glutamate) 유리의 조절이 없어지고 그 결과 기억과 학습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α7 니코틴 수용체는 아세틸콜린뿐만 아니라 콜린에 의해서도 활성화되므로 시납스 틈새(synaptic cleft)에서 시납스전 신경세포로 재흡수되는 콜린은 α7 니코틴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계에서 일종의 “retrograde messenger”로 작용해 long-term potentiation(learning paradigm)에 관여한다.

또한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의 소실은 세로토닌 신경전달의 조절기능을 떨어뜨림으로써 감정 변화를 수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α7 니코틴 수용체는 알츠하이머병뿐만 아니라 정신분열병, 투레 증후군(Tourette's syndrome) 같은 정신과적 질환과도 연관을 갖는다.

니코틴 수용체가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유리에 대해 더 잘 알아보기 위해 아세틸콜린만 단독으로 작용하는 시납스와 아세틸콜린과 다른 신경전달물질이 같이 작용하는시납스를 가정해보자.

첫번째 경우는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가 아세틸콜린에 의해 활성화되면 칼슘이온이 세포안으로 들어와 아세틸콜린을 시납스 틈새로 방출하고, 그 결과 시납스후 수용체 반응이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기전은 아세틸콜린이 더 많이 방출될수록 더 많은 아세틸콜린이나 콜린이 시납스후 니코틴 수용체와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하고,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와의 결합은 다시 아세틸콜린의 방출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아세틸콜린에 대한 modulatory feedback loop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nicotinic cholinergic synapse를 활발히 사용하는 것은 시납스 반응을 상향조절하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learning paradigm인 long-term potentiation에서 이러한 현상을 잘 볼 수 있다.

두번째 경우의 시납스는 유리된 아세틸콜린이 단순히 시납스전 세포에 보고해 알리는 신호물질로 사용된다.

그래서 시납스 사용을 많이 하면 할수록 아세틸콜린이 다른 신경전달물질(예, 글루타메이트)과 같이 유리돼 나오고 점점 시납스 농도가 올라간다. 아세틸콜린의 시납스 농도가 올라가면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가 더 활성화되고, 따라서 더 많은 신경전달물질이 유리되고 시납스후 반응이 더 강해진다.

알츠하이머병이나 니코틴 수용체와 관련된 다른 신경학적 질환에서 인지기능 획득기전이 니코틴 수용체의 퇴행성 소실로 인해 저해된다. 니코틴 신경전달이 저하돼 있으나 아직 기능을 한다면 nicotinic APL은 콜린 결핍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용될 수 있다.

APL을 사용했을 경우 시납스전 니코틴 수용체의 과자극이나 탈감작의 위험성을 피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첫째, APL은 그 자체로 유의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고 둘째, APL은 단지 submaximal acetylcholine-induced response를 강화할 뿐이기 때문이다.

APL에 의한 positive allosteric modulation은 주된 신경전달물질이 아세틸콜린이 아닌 중추신경계 시납스에 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앞서 기술했듯이 시닙스전 니코틴 수용체는 아세틸콜린 방출을 조절하는 것 말고도 글루타메이트, 세로토닌, GABA의 유리를 조절할 수 있다. 따라서, APL은 학습과 기억을 증진시키고(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의 증가를 통해),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줄여주며(세로토닌 신경전달의 증가를 통해), 이상행동을 조절해 줄(GABA신경전달의 증가를 통해) 가능성이 있다.

최근에 나온 여러 실험결과에 의하면 니코틴 수용체를 만성적으로 저단계 자극하면 수용체의 발현을 상향조절할 수 있고 신경세포의 퇴행을 늦춰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니코틴 수용체의 자극은 amyloid precursor protein(APP)의 정상적인 대사를 촉진시킴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β-amyloid의 독성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이러한 작용은 주로 α7 니코틴 수용체에 의해 수행되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과 같이 니코틴 수용체에 숫자가 감소돼 있는 상황에서 동원 가능한 치료약물 전략에 대해 〈그림 2〉에 표시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작용을 줄이고 원하는 약물효과만을 보기 위해 특정 니코틴 수용체만을 선택적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중인 콜린에스테라제 저해제들은 muscarinic overstimulation으로 인한 부작용을 수반하기 쉽다. nicotinic APL(galanthamine) 같은 약물은 직접 nicotinic receptor의 신경전달에 개입하지 않으므로 작용제(agonist)에 비해 수용체 탈감작을 일으키지 않고 수용체의 발현을 상향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APL을 사용할 경우 적은 농도의 아세틸콜린에도 수용체가 같은 정도로 활성화되므로 이러한 약제는 콜린 결핍을 원만하게 해소해주는 방법으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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