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도심사(Utilization Review)

먼저 장에서 언급한 관리의료의 3대 통제방법(주치의제도, 이용도심사, 증례 관리)중에서도 '관리의료의 생명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용도심사(Utilization Review. UR 라 약칭함)'에 관해서 먼저 살펴보기로 한다.

보험회사에서 의사의 과잉의료를 예방하려고 최대노력을 기울이고 그러기 위해 의사의 의료행위를 사전에 심사하는 제도를 UR라 부르며, 특히 고가의 시술에 대한 심사는 까다롭다.

역사적으로 볼 때, 원래 UR는 병원환자가 퇴원한 후 병원측에서 “환자입원 중 의료서비스가 적절히 잘 시행되었나?”를 체크하는, 말하자면 병원이 자체적으로 '질적 보장'(QA. Quality Assurance)을 확인하는 심사제도였다. 그러다가 1965년도 메디케어 법(사회보장법 개정안)이 성립됨과 동시에 정부가 관여하는 모든 공적보험(메디케어, 메디케이드)해당자에 대해서는 필수적인 UR를 병원측에 위임하게되었다.

현재 미국병원내의 한 부서인 이용도심사 위원회(UR committee)에서는 QA 의 일환으로 공적 또는 사적보험환자를 가리지 않고 모든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이용도심사를 하고 있으며, 보험회사측 UR에서 병원측의 심사결과를 참작한다지만 의견이 엇갈릴 때는 보험회사의 판정을 따라야만 한다.

이용도심사는 보험회사 측에서 볼 때 과잉의료억제를 위한 양보할 수 없는 가장 큰 무기라 할 수 있으니, 그 이유는 관리의료(다음 MC라 약칭)의 첫째목표가 의료비를 삭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사로서는 바쁜 일과 속에서 UR 때문에 매번 회사측과 접촉해야하는 시간낭비와 그들과 논쟁해야하는 번거로움 속에서 일해야만 한다.

환자치료에 대한 의사의 결정권이 보험회사에 의해서 박탈당하는 일이 허다하며, 원하는 의료시술이 자주 거부당할 때의 불쾌감과 스트레스를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은 MC출현으로 의사에게 추가된 새로운 고충이기도하다. 의사가 결정한 시술에 대한 심사과정에서 보험회사의 심사관은 회사에서 저렴한 보수로 고용된 의료인(대부분이 간호사, 의대학생이나 수련의, 또는 은퇴한 노인의사)이지만, 그들은 위임받은 자기 직책을 수행하려고 노력해야하며, 당장 건강을 해치지 않는 질환의 시술에 대해서는 NO 판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의사들을 실망시킬 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험한 상태로 몰고 가는 일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결과에 대해서 보험회사에서 책임을 지거나 잘못을 시인하는 일이 없게끔 미리 못을 박아놓고 있으니, 법적으로 의료시술에 관한 판단과 환자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의사에게 돌리고, 보험회사에서는 '금전문제'에 관한 경제적 판단만을 한다고 되어있기 때문이다.

가령 보험지불이 되지 않음으로서 어떤 의료시술을 하지 못한 결과 환자가 불행하게되는 경우에도, 그 책임은 어디까지나 의사의 몫이며, 보험회사에서 `의료과오'라는 법적 문제를 교묘히 회피하는 길은 잘 마련되어있다.

즉 그들은 NO 라는 판정을 통지할 때 “이 시술에 대해서 우리는 계약된 규정상 요금지불을 못한다는 것뿐이며, 시술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환자가 원한다면 자비로 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상습적인 단서를 반드시 붙여서한다.

그러면 여기에 미국의 산부인과 의사 JM Thurston(다음 DR. T라 약칭)이 쓴 책 `Death of Compassion(온정의 소멸)에서 DR. T 자신이 체험한 보험회사측과의 논쟁을 소개해본다.

DR. T의 환자 J는 선천적 자궁후굴(retro-flexed uterus)과 자궁후경(retro-verted uterus) 때문에 성교 때 고통이 심해 부부생활에 큰 장애가 있는 환자다.

J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 DR. T는 복강경(腹腔鏡)에 의한 인대고정술(靭帶固定術. Laparoscopic ligamentopexy)시술 날짜를 잡고서 보험회사에 사전허가신청을 했던 결과 일단 승인됐다가 다시 취소되는 통보를 받았다.

DR. T 는 진료시간도중 보험회사에 전화를 걸어, 컴퓨터로 답하는 복잡한 과정을 지나서 겨우 회사직원과 연결이 되었다.

DR. T “ 환자 J에 관한 건인데 복강경에 의한 인대고정술에 대해서 한번 허가 받았는데, 왜 나중에 취소됐는지요?”

직원 “예 맞습니다. 처음에 인정했으나 그 후의 심사에서 복강경에 의한 인대결찰술(靭帶結紮術. Laparoscopic tubal ligation)과 같은 피임수술은 보험에서 커버하지 않는 걸로 돼있어 취소되었답니다”.

DR. T “ '인대결찰술'이 아니라 '인대고정술'인데요”

직원 “ 그치료는 ICD 9623의 8에 대한 치료입니까?”

DR. T “ 만일 그 번호가 성교불쾌감(chronic dyspareunia)에 대한 것이라면 그렇겠지요”
직원 “ 성교시의 아픔은 의학적인 문제라 할 순 없겠는데요?”

DR. T “그건 견해차이입니다. 심사책임자와 통화하게 해주시겠습니까?”

직원 “윤활유(lubricant)를 사용해 봤습니까? 여기 컴퓨터에서는 점막의 건조(乾燥)가 가장 많은 아픈 원인이라 돼있습니다”

DR. T “ 당신과 세부적인 논의를 더 하고싶지 않습니다. 아무쪼록 심사책임자와 이야기하게 해주세요”

말이 계속 오고간 끝에 드디어 다음날 보험회사심사책임자라는 늙은 의사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

DR. T “이 환자는 심한 자궁 후굴과 후경증으로 해서 지금까지 성생활은 바로 고통을 의미했답니다”

책임자 “그건 ICD9623의 8인가요 9인가요?”

DR. T “어제 이야기로는 9623의 8이라 했지요”책임자 “좀 기다리세요…. 윤활유를 사용해 보았나요?”

DR. T “내 환자가 된 이래 3년간 할 수 있는 모든 치료는 다 해봤습니다”책임자 “그래서 뭣을 하겠다는 말인가요?”

DR. T “그래서 `인대고정술'을 하자는 거지요”

책임자 “그것이 무엇인지를 묻고있지 않소?”

DR T “이 처치의 의학적 필요성을 판단하는게 당신 역할인데, 이 처치가 뭣인지 모른다는 말씀입니까?”

책임자 “여보시오. 나는 아마 당신이 나기 전부터 55년간 의사생활을 하고있오. 말 좀 조심해줬으면 좋겠구려”

여기서 DR. T 는 수술에 관해서 구체적인 설명을 심사책임자에게 해주며 이 수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책임자 “이 시술은 보험회사의 리스트에는 없군요. 그리고 '성교불쾌증'이라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라고는 할 수 없잖소…. 꼭 이 수술을 받고싶다면 환자자비로 하는 수밖에 없지요. 자 그러면 이것으로 끝냅시다”.

이상과 같이 UR는 많은 값진 시술(수술이나 진단조치)은 물론, 입원심사나 전문의 의뢰에 대해서도 생명에 관계된 긴급한 상황이 아닌 '과잉의료'라는 판정을 내려 지불을 거부함으로서 보험회사의 지출절약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