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회에 걸쳐 미국의 공적의료보험(주로 메디케어) 및 캐나다의 국민개보험(NHI)에 관해 고찰해보았다. 그러면 이번 장부터는 현재 미국 민간보험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Managed Care(관리의료 또는 MC라는 표기도 씀)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처음 읽는 독자에의 편리를 위해 이미 언급했던 내용을 가끔 되풀이하게 되었음을 밝히며,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 시장논리가 지배하는 관리의료(MC) -

1994년 정치면의 의료개혁이 실패한 이래, 미국의 의료계 현장에는 시장논리에 입각한 변혁이 급속도로 진행되어 새로운 민간보험이 미국의료계를 점유하게 되었다. `관리의료'라 일컫는 이 보험의 최대목적은 `의료비삭감'이며, 보험료를 싸게 하는데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고용주와 일반 국민의 주목을 끌어 환심을 사는 것이다.

종래의 보험, 즉 사회에서 의료인플레 주범의 하나로 간주되었던 행위별수가 (fee-for-service)지불방식에 대립해서 관리의료에서는 의료비 삭감을 위해 불필요한 의료행위를 억제할 목적으로 서비스 제공자(의사와 병원측)재량에 여러모로 제동을 가하는 보험이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관리의료의 생명선이라 할 `이용도심사'(utilization review)제도에서는 의료행위의 적절성을 사전 사후에 심사함으로써 의사의 재량권에 제재를 가할 뿐 아니라, 지불측인 보험회사에서 `부적당'(不適當)이라 판정되는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거기에 소요된 의료비지불을 거부한다.

시행되는 의료내용을 보험회사에서 관리하고, 의사는 `의료서비스'라는 상품의 제공자에 불과하며 판매되는 상품(의료행위) 내용은 보험회사에서 결정하게 돼있다. 또한 노예시장에서 유행했음직한 용어인 `두당'(頭當, 한사람 당 얼마)이라는 이름을 따서, 두당(capitation)지불제도가 생겼으며, 여기서 보험회사는 의료행위의 내용에 관계없이 환자 수(두당)를 기준으로 일정액수를 의사에게 지불한다.

종래의 행위별수가(fee-for-service)에서는 더 많은 의료를 시행할수록 의사의 수입이 증가하는 반면, `두당'제도하에서는 의사가 일을 하지 않을수록 실수입이 더 많아진다.
보험회사에서 의사에게 지불하는 `두당'의 액수와 의사가 실제로 환자에게 시행한 의료비의 차액이 실질적인 의사의 수입이 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자면 돈줄과 의료행위 심사권의 칼자루를 쥔 보험회사에서 이러한 수법을 써서 의사들에게 “너희들의 과잉의료행위는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한다”고 경고함으로서 결과적으로 의료비를 삭감하려는 경제적 동기가 있다하겠다.

`관리의료`제도로 인해서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도 크게 변화되었다. 피보험자인 환자는 자기가 원하는 의사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다는 제약이 있는 반면, 보험료가 종전의 보험에 비해서 훨씬 저렴하다는데 큰 이득이 있다.

더구나 오르기만 하는 보험료를 실제로 지불해야만 하는 고용주 측에서 볼 때, 이 새로운 보험제도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여러 보험회사에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과 계약을 맺으려고 `싸구려'보험료를 내세워 서로 경쟁을 하게되며, `싸구려'에서 오는 결손을 메우기 위해서는 서비스제공자(의사와 병원)측에 지불을 삭감해야만 한다는 자본 시장의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것이 `관리의료'의 현장이다.

30년전 HMO라는 이름하에 회원 300만명에 불과했던 MC(관리의료)는 1990년대에 급속도로 발전하여 그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현재 미국 전체인구의 3/4 이 가입하고 있고, 17만 종류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료시장의 76.5%를 지배하고 있다. 이를 두고 어느 잡지는 “Managed Care는 국민이 찬성 투표한 것이 아니며, 국회에서 통과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빠르게 미국 국민의 새로운 의료제도가 돼버렸다.

“이는 본인의 의사에 앞서 필요성이 선택을 결정 지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위력을 과시한 결과” 라고 평했다.

본래의 HMO 에서는 보험회사가 제공하는 조직망범위 내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 원칙이며, 주치의를 그 중에서 정해야하고, 전문의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주치의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등 번거로운 절차가 많으며, 또한 환자자신의 의료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HMO에 비해서 현재의 MC는 보험료를 높여 HMO를 보완한 기관으로서, 환자의 자유도가 높은 여러 관리의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PPO(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 POS(Point Of Service)등이 한 예다.

- MC의 출발 'HMO' -

관리의료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전형적인 것이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라는 보험이다.

미국의 HMO 가입자는 1976년에 인구의 3% 미만이었으나 현재 전국적으로 652개의 HMO에 7,880만명(인구비율 29%)이 가입하고 있으며, 아직도 Managed Care(MC)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엄격히 말해서 현재의 HMO 는 많은 관리의료(MC)의 1개 기관에 불과하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MC의 출발명칭이 HMO임으로 해서 HMO와 MC를 혼동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MC(Managed Care)는 일반적인 `관리의료'를 통칭해서 부르는 이름인 반면, HMO는 관리의료중의 일부 의료공급부분(기관)을 말한다.

즉, HMO는 MC의 한 부분에 불과하며, 따라서 앞으로 관리의료라 할 때는 HMO를 포함한 MC를 뜻함을 유의하기 바란다. 그리고 HMO는 그 초기엔 의사와 환자의 필요에 의해서 출발했으나, 시일이 지남에 따라 변질되어 현재 MC는 소비자인 국민이 두 번째로 불신하는 기관이 되어버렸다.

(주: 첫 번째 불신기관은 담배회사).

이와 같은 변천은 이미 1996년 닥터 Koop(前 미국보건원장)의 글이 대변하고 있으니 소개하자면:
“지난 2년간 가장 놀라운 일은 Managed Care라는 제도가 눈부신 발전을 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원래의 관리의료의 장점은 의사가 환자의 의료비 지불능력을 걱정하지 않고 자유로이 환자치료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들이 찬동했으며, HMO 초기에 있어서의 의료비 견제는 우연한 이득이었을 뿐이며, 결코 원래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급성장한 관리의료는 이익을 추구하는 투자가의 소유물로 변해버렸으며, 의료비관리(돈벌이)가 첫째고 건강관리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여기서 닥터 Koop의 관찰은 이익취득기관으로서의 관리의료라는 혁명이 1990년대 중반기 미국의료계를 장악하게 됐음을 알린다.

그리고 이 제도에서 `관리의료(Managed Care)가 우선인가, 또는 관리비용(Managed Cost)이 우선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 MC초기의 功過 논쟁 -

그런데도 1990년도 중반까지의 관리의료는 미국의 보건과 의료분야에 끼친 여러 가지 긍적적 측면도 있었으니 통계를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MC 보급률이 높은 지역(가입자가 주민의 50% 이상인 경우)에서의 중병환자사망률은 전국 평균치보다 5.25% 낮다.

▲MC 보급률이 높은 지역의 병원비용은 보급률이 낮은 지역보다 19% 저렴하다.

▲MC 보급률이 높거나 보통(중등도)인 지역의 평균 병원 입원일수는 전국 평균치보다 6~12% 짧다.

▲전국적으로 병원비용이 평균 1.44% 상승한데 비해서, MC 보급률이 높은 지역의 병원 비용은 오히려 낮아졌다.

사실 높은 보급률로 해서 MC 가 가장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1983년부터 1993년 사이의 병원비용상승률은 보급률이 낮은 지역에 비해서 44% 낮은 숫자를 나타내고 있다.

위와 대조적으로 다음 열거한 MC의 부정적 측면도 있다.(1996년 10월의 `소비자보고서' 인용). “많은 MC는 고도의 의료를 제공한다고 선전하지만, 여기에 가입한 사람들은 △치료받는 장소(병원 등)와 치료방법의 선택권 △여태껏 돌봐왔던 의사와의 관계 △편리한 의료접근과 때에 따라서는 건강에 필수적인 의료접근을 포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소비자보고서(1992년)'는 역설하기를 종전의 의료보험에 의한 행위별수가(fee-for-service)방식은 3,700만 명이라는 무보험자를 낳게 했음으로, 보험제도의 변혁이 마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재의 MC 제도하에서도 무보험자 수가 4,400만 명이나 되는지라 “지금형태의 MC로는 우리가 바라는 당면한 문제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논평했다.

이외에도 MC가 해결 불가능한 중요문제를 열거하자면 △의사와 의료시설의 분포상 현격한 지역적 차별 △일반의와 전문의 숫자상 심한 불균등 △예방의학과 공중의학에 대한 관심과 대책 결여 △흔한 질병보다 특수한 질병에의 의학관심집중 △건강관리상 진단과 치료면에서 기술과 약품사용에만 치중하는 일 △건강교육과 생체공학연구의 미흡 등이다.

그러면 다음장에서는 관리의료의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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