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미국의 2대 의료 MC

美 의료비 GDP 14% 차지
최고 향유하는 만큼 막대한 비용도 부담
민간보험, 불필요한 의료제한 의료비 억제

- 아담 스미스를 신봉하는 미국 의료 -

미국은 천정부지의 의료비상승으로 인한 경제위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본주의의 기수로 윤택한 사회를 누리고 있다. 공산주의 역사관은 예언하기를 “손 검은 자본주의는 그 모순을 감당할 수 없어 제국주의로 달려 자멸한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자본주의는 FDR(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1920년대의 경제공황의 위기를 극복했고, 1960년대 월남전을 비롯한 미소갈등이 극심할 때 무산계급의 주인임을 자칭하는 소련의 입김에 대항하기 위해 존슨대통령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정책과 메디캐아 시행은 미국의 소수족과 빈곤층 그리고 노인층의 불만해소에 기여했다.

옳은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것을 두고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보이지 않는 손 Invisible hand'이 자본주의경제를 이끌고 나간다고 했다. “하나님이 보우하사 자본주의 만세'란 말이다. 의료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의료비상승을 막고자, 카터(1970년대)와 클린턴(1990년대) 두 민주당대통령은 그들의 정치생명을 걸고서 국민개보험(NHI: National Health Insurance)성취를 시도했으나, 카터는 그의 간절한 祈禱(기도)에도 불구하고 일 착수도 못한 체 물러섰으며 클린턴은 부부합동작전으로 세상을 소란케 했을 뿐 실패로 끝났다.

NHI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의료시장은 문제도 많지만 그런대로 유지돼나가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하루의 2/3가 밤이라는 답답한 나라 스칸디나비아의 단조롭고 인센티브 없는 사회주의의료로 후퇴함이 없이도 계속 세계으뜸을 자랑하고있으니, 그것은 아담 스미스가 내린 선물인 2MC(Medicare and Managed care)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즉 정부주도의 부분적인 NHI 라고 할 수 있는 65세 이상 노인을 카버하는 메디캐아(Medicare)와, 그리고 민간주도의 관리의료(Managed care)가 당면한 의료문제의 해결사가 돼있는 것이니, 정부와 민간기관이 서로 타협해서 현상유지를 하고있다는 인상이다.

미국에서 의료비지출은 최근까지 해마다 증가일로에 있었다. 국민총생산(GDP)에 대한 국민의 총의료비의 비율은 1960년에 5.1% 였던 것이 1997년엔 14.0%로 상승했다. 국민 1인당 의료비도 년 $4,090이며 다른 선진국의 2배 가까이 된다.

이렇듯 천정부지의 의료비가 국가경제를 침식하고있으며, 따라서 의료비억제가 국가적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 시장원리에 바탕을 둔 관리의료(Managed care) -

그런데 1965년부터 1990년까지 25년간 매년 평균 12%씩 상승했던 의료비는 차츰 줄어들어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는 5% 상승률에 멈추었다. 일시적이나마 이러한 의료비상승에 제동을 크게 가한 것은 다름 아닌 Managed Care(관리의료)라 일컫는 새로운 보험제도이다. 이렇듯 의료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치적 측면의 개혁작업인 NHI가 후퇴하는 반면, 의료의 현장에서는 불과 몇년 사이에 자본과 시장논리에 의거한 변혁이 진행되어 `관리의료'라는 새로운 민간보험이 정부주도의 메디캐아와 짝을 이루어 미국의료계를 좌우하기에 이르렀다.

종래의 의료보험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Provider 의사. 병원)의 자유재량으로 행해진 의료행위에 대해서 그 대가의 비용(fee for service)을 지불하던데 비해서, 관리의료는 의료비삭감을 목적으로 불급 불필요한 의료행위가 없도록 서비스 제공자의 재량에 여러모로 제한을 가하는 의료형태를 말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번에 자세히 논하기로 한다.

- 거대한 미국의료 시장 -

미국경제위기의 해결사로 관리의료를 탄생케 한 미국의료는 얼마나 방대한 영역인가를 먼저 살펴본다. 돈을 생각치 않고 치료받는다면 미국의학이 `단연코 세계 제1'이라는 말은 세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부시대통령의 아버지 전 부시대통령은 “세계인구의 5%밖에 안되는 미국에서 노벨 의학상을 절반이상 차지했다”고 자주 자랑한 것처럼, 미국이 질적으로 높은 의료수준을 향유하는데는 그만큼 거대한 의료비를 감당해야만 한다.

현재 년간 국민총의료비 $1.2trillion(1조2,000억불)이라는 숫자는 전에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GDP 의 1/7이며, 한국정부 1년예산의 15배가 넘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미국의료제도는 여지껏 시장경제의 자유경쟁을 원칙으로 해왔고, 이 자유경쟁의 산물이 바로 `질적으로 높은 의학'이며 높은 의료비는 그것을 위해 마땅히 지불해야 할 댓가라고 생각해왔던 것이다.

정부예산에서도 의료부분이 차지하는 율이 압도적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존슨대통령의 `위대한 사회'건설은 미국의 빈민과 소외된 층(특히 흑인과 노인)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했으니, 1965년에 Medicare와 Medicaid가 시작되었고 여기에 더하여 빈민복지(Welfare)를 위해 막대한 정부자금을 풀었다. 이때 미국과 소련간에 격심한 군사경쟁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사회복지(의료비를 포함)예산은 정부예산의 태반을 점유했다. 즉 행정부의 1부처에 불과한 `보건 교육 복지부' (HEW:Health, Education & Welfare. 교육부가 독립하기 이전임)의 거대한 정부예산은 그 규모가 세계강대국 소련예산보다 컸다는 사실도 특기할만하다.

이러한 미국의 빈민복지정책은 결과적으로 폭동이 잦았던 빈민층의 반발무마를 위한 아편(진정제)역할을 한데 불과했고 그들의 인센티브를 박탈하고 더욱 나태한 사회를 만든다는 비난만 받았을 뿐 국민의 환심을 사지 못했으며, 냉전의 후퇴와 함께 빈민복지혜택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런데 NHI나 두 MC 의료라는 해결사가 의료비상승을 어느 정도까지 억제할 수는 있지만, 의료비는 계속 올라 국민부담(세금)이 더 커짐은 MC의 나라 미국이나 NHI의 덕을 보고있는 다른 선진국에서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연방정부의 메디케아 전담 부서인 HCFA(Health Care Financing Administration)의 최신분석에 의하면 관리의료 후 일시 하강률(5%)을 보였던 의료비는 다시 고개들기 시작하여 1998년~2001년 사이엔 6.5%, 그후는 6.8%씩 상승률을 계속 유지하여 2008년에 가서는 국민 총의료비가 현재 $1.2trillion의 2배에 가까운 $2.2trillion(GDP 대비 16.2%. 현재는 14%)이 될 것이라고 한다. 2차대전후의 고도 출생률속에 자라난 세대(Baby boomer)는 10년 후부터 메디케아 수혜자(65세)가 되는 급진적 고령화사회를 눈앞에 두고있다. 따라서 1997년도 미국정부의 메디케아 비용이 $208billion(2,080억불)이라는 방대한 액수인데, 2020년대는 이 금액이 2배가 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의료비 감소에 도움됐던 관리의료는 시일이 지남에 따라 서비스 제공자(의사)와 받는자(환자) 양측의 불평으로 그 위력을 잃어가고 있다. 계속되는 의학기술발달에 수반되는 값비싼 새로운 진단술, 새로 개발한 수술요법, 신 약품의 출현도 의료비상승에 박차를 가한다. 또 한편으로 의료라는 이름의 범위도 확대되기만 한다. 과거 질병이라 함은 치료하지 않을 경우 생명에 위협받는 것만을 말했는데, 현대사회는 정신적 육체적 불쾌감을 수반하는 것도 치료해야할 질병이라고 단정해 가고 있다. 그렇게되면 바이아그라도 환자치료에 불가결한 약으로 보험이 카버해야 할 날이 올 때가 있을 것이다. 이상 여러 가지 불가피한 이유들은 의료비 폭발의 새로운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GDP 가 높아질수록 즉 생활수준이 향상될수록 일부국민들은 좀 더 좋은 차를 원하기도 하겠지만, 이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온 국민은 최상 최고가의 의료만을 원할 것이다. 사실이 이러한지라 지금과 같은 추세로 나간다면 babyboomer들의 노년시대인 2030년에 가서는 의료비가 GDP의 25%가 되리라는 분석도 있다.

점점 팽창해 가기만 하는 의료비의 큰짐을 줄이는 일이 앞으로 미국과 세계 선진국의 국가적 큰 과제가 되어있다. 해결방책으로 세금인상도 불가피해진다.

현재 미국국민의 세금부담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낮으며, 여론의 나라 미국의 다수국민은 세금증가에 가장 예민한지라 이번에 부시는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떳떳하지 못한 자기열세를 만회하려고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금감면이란 당근을 내세워 선심공세를 전개하려 하고 있다.

전에(미국의 의약소란) 언급했듯이 미국정부는 막대한 잉여자금을 지니고 있는데 민주당에서는 이 돈을 저금하여 장차 메디케어 위기 등에 대비하자는 `유비무환'을 강조하고 있으나, 부시는 `그때는 그때 당한다'는 식으로 잉여자금 중 1.6trillion을 국민에게 환원할 것을 약속하고 그의 세금감면법안이 국회를 통과중이다. 자본주의 영웅들은 위기해결에 `하나님이 보우하사'를 믿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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